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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8시 경 당진시 송악의 아파트 단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던 주부 A씨는 쓰레기통을 열었다가 심장이 멎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는 생후 3개월 밖에 되지 않는 말티즈 강아지가 버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버려진 강아지는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된 채로 입에서 뇌액까지 쏟아 내고 있었다. 경찰로부터 당진시동물보호소로 인계된 강아지는 현재 수도권 한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사실 동물보호법 위반행위인 유기와 학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에도 기막힌 견주들의 이야기는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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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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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유기견...방법도 가지가지

당진지역에서 버려지는 유기견의 숫자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당진시동물보호소(소장 송완섭, 이하 보호소)에 따르면 월 평균 50마리 전후였던 유기견의 숫자가 7월에 접어들면서 60여마리로 증가했다. 1달 사이 2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한때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던 반려견을 버리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박스에 반려견을 넣어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외진공장이나 공터에 유기하거나 갓 나은 새끼를 남의 집 대문 앞에 놓고 가는 견주들은 그나마 평범한 편에 속한다.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자신의 강아지가 아니라며 거짓말로 동물보호소로 인계하는 양심불량 유형부터, 이사를 가야하는데 층간소음문제로 강아지를 데려갈 수 없으니 동물보호소에서 맡아달라며 떼를 쓰는 유형, 무턱대고 강아지를 키우기 싫으니 데려가라고 요구하며 동물보호소의 존재가치를 논하는 막무가내형 견주도 있다.

당진시동물보호소 송완섭 소장은 "최근 푸들 한 마리가 다리 밑 구석진 곳에서 웅크리고 있다고 신고 됐다. 얼마나 소심한지 꼼짝도 않고 웅숭그리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가정에서 관리가 된 아이였다. 중성화 수술도 마쳤고 2살 정도 수컷인데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에 가져다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소장은 "더 화가 났던 건 누가 봐도 본인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에 따라 들어온 유기견이라며 쫓아낼 수도 없어 임시보호를 하고 있으니 데려가 달라는 견주였다. 그 견주는 한때 자신의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을 애써 외면하며 직접 동물보호소의 캐비닛으로 인계하기도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려견은 장난감이 아니다

반려동물등록제는 유실 및 유기되는 반려동물을 막고 소유주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2008년에 시행돼 2014년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의무화됐다.

특히, 오는 8월 31일까지 동물등록 자진신고기간으로 주택·준 주택에서 기르거나 이외의 장소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3개월령 이상의 개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해야만 한다. 자진신고기간이 종료된 9월부터는 시군구별로 동물미등록자, 동물정보변경 미 신고자를 집중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등록된 반려동물을 유기했을때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동물등록 자진신고기간 시행이 도리어 견주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번 등록을 마치면 유기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등록기간 전에 버리려는 책임의식이 부족한 견주들 때문이다.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푸들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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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으로 당진시동물보호소에는 한 달에 50마리의 유기견이 들어온다. 대부분 떠돌이 개이거나 무분별하게 태어난 믹스견이다. 그런데 동물등록 자진신고기간이 시작되면서 유기견의 수가 60마리로 늘었다. 특히 믹스견이 아닌 잘 관리된 소위 '품종견'의 비중이 월등히 늘었다.

이에 대해 송소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의식성장 없이 법적 규제만 가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범법을 일삼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이 제정되고 강화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시민의식성장이 더 중요하다"며 "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다. 스스로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리소로 전락한 대한민국 동물보호소

당진시도 불과 2016년까지 동물보호소를 대신한 동물병원에서 동시 최대 30마리를 보호했다. 동물보호소 설립 전에는 늘어나는 유기동물 때문에 한계가 있어 공고기간인 10일 내 입양 또는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유기동물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해왔다.

이후 안락사를 막기 위해 2017년 설립된 당진시동물보호소를 찾는 반려동물은 작년기준 한해 1000마리다. 이중 335마리는 질환 등 후유증으로 생명을 잃고 665마리가 공고된다. 천안은 지난 한 해 동안 1794마리가 주인을 찾아 공고됐고, 당진과 규모가 비슷한 서산은 780마리가 공고됐다.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강아지
 동물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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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당진시동물보호소에는 보호 적정두수의 2배인 200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한민국의 동물보호소는 보호소라고 하기보다 '처리소'에 가깝다.

반면 독일의 동물보호소는 소수의 반려동물만을 안락사 없이 자연사까지 보호한다. 견주가 사망 또는 사고로 유기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보호소를 찾는 반려동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송 소장은 "다행히 당진시에 동물보호소가 생겨서 현재는 최대 200마리를 보호하고 있지만 보호하고 있는 모든 유기견의 자연사까지 돌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유기견의 수는 늘고 보호소의 수용두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처리소로 전락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끝으로 송 소장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무턱대고 반려가정이 되기에 앞서 반려동물과 일생을 함께하겠다는 준비가 되었는지 여러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어떤 이유에서라도 반려가족을 버리지 않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반려동물을 맞이해 달라"고 당부했다.

※ 반려동물등록제 등록방법
'동물등록제'는 2014년 1월 1일부터 의무화된 동물보호법으로 주택·준 주택에서 기르거나 이외의 장소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3개월 령 이상의 개가 대상이다. 반려동물의 소유주는 시군구청 및 등록대행기관(동물병원, 동물보호단체, 동물보호센터 등)을 방문해 동물등록을 신청하면 된다. 동물병원에서 마이크로칩 시술 또는 외장형무선식별장치, 인식표 부착 등의 방법으로 등록과정을 마치면 시군구청에서 동물등록증이 발급된다.

태그:#유기견, #반려견, #동물보호소, #반려동물등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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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당진신문 기자 배길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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