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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토 VIVA 버스. 차량이 두개로 연결돼 길다.
  토론토 VIVA 버스. 차량이 두개로 연결돼 길다.
ⓒ 조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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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인 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으려 한다. 초보이민자의 개인 의견이다. 

이전 글들을 보고 있으니 화끈거리는 부분도 있다. 뭔가 아는 듯 적었지만 지금보니 억지로 끼워맞춘 것도 있다.

고백하자면, 한국 사람만 서로 물어뜯고 사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토론토가 한인이 많아서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한인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니 우리 일만 크게 보였다. 사과드린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다 똑같은 것 같다. 말과 언어만 다를 뿐, 삶에 대한 기본 자세는 비슷하다는 거다.

결론은 어디에서 있든 사는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미국이든 캐나다든 한국이든.

하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곳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한다. 한국의 가족과 친구를 떠나 해외에 까지 온 큰 결정을 감행한 것에 스스로 크레딧(칭찬)을 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한국은 한국, 토론토는 토론토일뿐

최근 아들 치료 등 개인적인 일이 겹쳐 한국에 3주 가량 다녀왔다. 짧았지만 알차게 보냈고 한국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토론토에 돌아왔을 때 주변 사람들 시선은 대부분 안쓰러운 눈길이었다. 미세먼지·찜통더위에 시달리다 왔을 거라는. 

날씨에 따라, 본인 기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한국보다 토론토가 살기 좋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그런 쪽으로 유도한 듯하다. '한국 어땠어요?'라고 말하면 될껄, '한국 많이 더워서 고생하셨죠?'라고 묻는다.  

그냥 한국은 한국이고 토론토는 토론토다. 살기 좋고 안 좋음을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거다. 상대적인 개념이고 입장 차이일 뿐이다. '사는 곳이 고향'이란 말도 있다.  지금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곳.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잘 살고 있으면 그곳이 '삶의 터전'이지 않을까?

여기 있으면 이민생활을 접고 돌아가는 한인 가정들 얘기도 자주 듣는다. 사람들이 얘길 하지 않아 퍼지지 않을 뿐이다. '적응 실패'라고 수근거릴 것이 아니라 '각자의 판단' 정도로 보면 될 일이다.

정착해서 여행하며 즐겁게 사는 한인들도 많다.
 
  토론토 공립초등학교 수업장면. 퀘벡주와 달리 숙제가 거의 없다. 공부를 너무 안 시켜 불만인 한인 엄마들도 있다.
  토론토 공립초등학교 수업장면. 퀘벡주와 달리 숙제가 거의 없다. 공부를 너무 안 시켜 불만인 한인 엄마들도 있다.
ⓒ 조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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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류의 이민 한인 가정

우리 가족은 적은 돈으로 이민왔다. 원래 재산도 없을 뿐더러 와서 많이 벌지도 못했다. 그래서 나의 이민체험기는 저소득 이민가정의 생활기다. 재산이 있는 한인들 삶과는 다르다. 그들은 저소득 이민가정과 달리 여유가 더 있을 것이다. 여유 있는 한인 가정은 삶의 질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차이가 날 것이다. 얘기하는 이유는 처한 상황이 다름을 알아야 적용이 가능하다.

요즘은 '굳이 이민 올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가끔 들때도 있다. 물론 '지금 사는 곳'에서 어떤 성과를 내며 계속 살겠지만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외로움이 엄습할때 가끔 생각나곤 했다. 캐네디언에 비해 여유가 없는 삶도 한 몫 했다.

그래도 지금은 일이 재미 있어 편안하다. 여러가지 계획도 떠올린다. 옛날 '스시(Sushi) 아르바이트' 할 때에는 솔직히 자존감이 조금 떨어졌었다. 한국 친구에게 '스시 박스(도시락)' 만든다고 했는데 '스시'인지 '박스' 만드는지 다시 물어올 때 그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받아치지도 못했다. 

요즘엔 '나이 사십은 불혹(不惑)'이란 말을 더 절감한다. 선조들의 말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주역(周易)을 읽을 때도 있다. 죽음에 대한 고민이 많아져 그렇다. 나가서 노는 것도 귀찮다. 젊었을 적 아버지가 자주 말하던 '다 때가 있다는 말', 이제야 알겠다.

나이가 들면 자식이 가까이 사는 게 큰 낙인 것 같다. 이번에 장인·장모님과 헤어질 때 장모가 펑펑 우셨다. 우리 부모님도 경상도라 표현이 서툴지만 비슷한 감정이었으리라. 또 한번 '굳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듯, 이민 생활 역시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하고 싶다. '답이 없다'는 말이 좀 더 가깝다. 기본적인 정보 등은 얼마든지 줄 수 있지만, 여기가 '답'이고 거기가 '오답'인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여기가 '오답'이고 거기가 '답'일 수도 있다.  
가마솥을 한국에서 공수해 토론토 외곽에서 설치했다. 외국에 나와보면 한국문화와 떨어질 수 없는 이유를 안다.
 가마솥을 한국에서 공수해 토론토 외곽에서 설치했다. 외국에 나와보면 한국문화와 떨어질 수 없는 이유를 안다.
ⓒ 조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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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캐나다, #토론토, #이민, #삶, #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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