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WCA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최근 1020세대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높여가는 '웹드라마' 속 성평등/성차별적인 사례를 분석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2019년 6월 1일~8일까지 총 7일간 진행됐다.

이번 모니터링은 유튜브와 네이버 tv를 중심으로, 2018년 이후 출시된 웹드라마 중 1화 조회수 기준 상위 30편을 선발하여 진행했다. 모니터링 결과, 성평등적 내용은 14건, 성차별적 내용은 42건으로 성차별적인 사례가 약 3배 가량 많았다.

성차별 사례의 경우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35.7%으로 가장 많았고, '외모지상주의 조장'과 '성희롱·성폭력 정당화'가 각각 33.3%, 19%로 그 뒤를 이었다.

성차별 사례들은 기존 텔레비전 드라마의 성차별적인 클리셰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웹드라마 속에서는 소심하고 덤벙거리는 여성이 여전히 사랑받고, 남성이 문제 해결자로 등장해 위험에 빠진 여성을 구해줬다. 또한 남주인공의 폭력적인 행위를 설레는 장면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소심하고 덤벙거리는 여성이 사랑받는 웹드라마 속 로맨스 
   
 웹드라마 '단지 너무 지루해서' 속 장면 갈무리

웹드라마 '단지 너무 지루해서' 속 장면 갈무리 ⓒ 콬TV

<트리플 썸>의 여주인공 이세희는 '썸'을 타는 다른 남자 등장인물과의 관계에서 수동적으로 이끌려간다. 약속을 먼저 청하는 것은 늘 남자 등장인물이고, 여주인공은 남성의 제안이 있을 경우만 행동한다.

<단지 너무 지루해서>의 주인공인 단지(여) 또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서툴고, 남자 동료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다.

<뷰티학개론>은 덤벙거리고 칠칠치 못한 유소미(여)와 그런 유소미에게 장난을 치면서도 언제나 뒤에서 묵묵히 그를 보호해주고 그 모습을 귀여워하는 남동하(남), 둘의 로맨스가 주요 내용이다.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3' 속 장면 갈무리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3' 속 장면 갈무리 ⓒ 플레이리스트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3>에는 호프집 알바를 하는 김도영(여)을 상대로 한 남성 손님이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도영은 거부하며 끊임없이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순간 곽준모(남)가 등장해 "그만하시죠, 싫다 잖아요"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한다.

이 장면 속 곽준모는 갈등상황 속 문제 해결자로서 등장하지만, 김도영은 본인 힘으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의존적인 이미지로 존재한다.

#그건_썸도_데이트도_섹스도_아닌_폭력입니다 
   
 웹드라마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3' 속 장면 갈무리

웹드라마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3' 속 장면 갈무리 ⓒ 콬TV


2016년 데이트 폭력의 사례로 논란이 되었던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벽치기 키스가 웹드라마에서 다시 한 번 로맨스로 소비되었다.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3>에서 남성은 지속적으로 호감을 표했으나 여성이 그 호감을 거절한 상태에서 여성의 전 남친이 찾아오자 남성은 흥분한다.

남성은 홧김에 여성을 벽 쪽으로 밀치고 기습 키스하고 그 키스 이후에도 여성은 남성의 마음을 거절하지만 남성은 계속 여성을 설득하려 든다.

안경 벗고 살 빼면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최근 학교 내 외모지상주의와 외모혐오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표한 <학교 안 혐오현상과 교육의 과제>에 따르면 일부 남학생들은 일상적으로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여학생들은 예쁘고 날씬한 외모를 갖는 것이 여성에게 중요한 과제임을 내면화하고 있다고 한다.

주 소비층이 10~20대 여성인 웹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를 문제의식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웹드라마 '에이틴 1' 속 장면 갈무리

웹드라마 '에이틴 1' 속 장면 갈무리 ⓒ 플레이리스트

 
<에이틴 1>의 김조연은 소심하고 주목받지 못하던 학생이었다가 살을 빼고, 안경을 벗고, 메이크업을 한 후에야 로맨스 서사의 주인공으로 편입될 수 있었다. 김조연은 흔해 빠진 '조연'이 아닌 자신도 단 '하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가만히 있어도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사람이 되는 것은 곧 살을 빼거나 예뻐지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실제로 김조연이 김하나로 변신했을 때 드러나는 변화는 '안경'을 벗고, '살'을 빼고, '메이크업'을 하고, '타이트한' 옷을 입는 것이었다. 변화들은 '못생긴' 김조연에서 '예쁜' 김하나로 변신한 과정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못생기고 소심한 여성은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예뻐져야'한다는 강박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웹드라마의 등장은 긍정적 

성차별적인 사례가 다수 발견되기는 했지만, 긍정적인 변화들 또한 눈에 띄었다. 웹드라마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며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는 TV 드라마에 비해 변화하는 시대상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한 웹드라마에서는 그 장점을 살려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다루기도 했다.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시즌1' 속 장면 갈무리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시즌1' 속 장면 갈무리 ⓒ tvN D story

   
tvN D story의 <좀 예민해도 괜찮아 시즌1,2>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일상 속 성희롱, 성폭력 그리고 미투 운동까지 적극적으로 다뤘다.

대학 신입생인 시즌1 주인공은 교수의 성희롱, 술자리에서 신입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남자 선배들의 성적 대상화, 카톡방 성희롱 등을 겪으면서 '여러 사건들을 통해 내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행동들에 대해 화를 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웹드라마 '통통한 연애' 속 장면 갈무리

웹드라마 '통통한 연애' 속 장면 갈무리 ⓒ tvN D story

   
또한 tvN D story의 <통통한 연애>의 주인공은 그간 대중문화에서 잘 등장하지 않았던 '통통한 10대' 공수린이다. 공수린은 '예쁜' 여주인공의 웃긴 절친 또는 살 빼고 예뻐지는 성차별적인 플롯의 주인공이 아닌, '통통한 여학생'이 겪는 일상적인 폭력들을 극복해나가는 주체적인 캐릭터이다.

모니터링 결과 웹드라마 속 외모지상주의와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며 폭력적인 장면을 로맨스로 다루는 성차별적 사례들이 다수 발견되었지만, 페미니즘 이슈를 전면적으로 다루거나,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캐릭터의 등장은 긍정적이었다. 

다양한 여성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로맨스가 등장할 때, 10대 여성들은 로맨스 관계 속 더 넓은 선택지들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10대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며 TV 드라마에 비해 다양한 콘텐츠 시도가 가능한 웹드라마이기에 앞으로의 성평등한 캐릭터 등장이 더욱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보고서 전문은 서울YWCA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웹드라마 성차별 여성캐릭터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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