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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악합주 신뱃노래 사진 왼쪽부터 대금 한홍수, 피리 박혜민, 해금 박선호, 아쟁 김정민, 장구 이아롱.
 기악합주 신뱃노래 사진 왼쪽부터 대금 한홍수, 피리 박혜민, 해금 박선호, 아쟁 김정민, 장구 이아롱.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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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저녁 7시, 전남 해남군에 소재한 해남문화원에서 지역 청년인 박준호, 명예찬, 김성훈이 준비한 '해남 청년이 간다2 - 우리 문화더하기+'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해남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 기사 사진전과 더불어 우리소리 따라 배우기, 사물놀이, 기악합주, 버꾸춤, 판소리, 북평국악동호회 어르신들의 합북에 맞춘 사철가, 다함께 부르는 아리랑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소극장 공연이었지만 관객석 100석을 꽉 채우고도 의자 사이, 출입문에 서서 보는 관객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출연자 단체 사진
 출연자 단체 사진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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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앞 세대와 청년들의 뒷 세대에게 디딤돌 역할을 하자는 취지에서 청년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더했다. 생각의 결과를 공유하자 상상 외로 시너지는 크게 작동했다. 일판이 커져 버린 것이다. 지역의 동창, 선후배, 지역 상가, 지역 언론이 옷소매를 걷어 부쳐줬다. 지역민들이 움직이니, 행정은 우리가 고개를 돌려보니까 어느새 따라와 있었다.

대학이 밀접한 지역에서 청년 문화가 꽃 피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뜩이나 인구절벽, 청년 수 감소를 걱정하는 전남 지방에서 지역 간 청년 협업을 이뤄 공연을 성사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자신들의 일은 잠시 제쳐 두고 변방인 해남으로 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박연희 씨의 버꾸춤 장면
 박연희 씨의 버꾸춤 장면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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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진도북놀이 이수자이기도 한 박연희씨가 기꺼이 이번 공연에서 버꾸춤을 추었다. 버꾸는 전남 해안 지역에서 행해지던 농악놀이에 속해 있는 것이다. 농악보다는 작고 소고보다는 큰 중간 북을 버꾸라고 칭한다. 손잡이 없이 줄을 연결시켜 손으로 움켜 쥐고 가락을 치며 춤을 추는 것이 특징이다.

'버꾸'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박연희씨가 무대를 사뿐사뿐 밟으며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몸으로 읊는 시 가락 같은 춤을 보고,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박연희씨의 승낙은 단지 진도 청년 국악인을 초청하여 일회성 공연으로 끝을 맺는 일이 아니었다. 전남 해남을 거점 삼아 여러 지역청년들과 교류를 하고픈 청년들의 계획에 동참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판소리 춘향가 대목중 사랑가를 부르는 박솔 씨
 판소리 춘향가 대목중 사랑가를 부르는 박솔 씨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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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간의 협업은 결국 지역 인재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박지윤 명창에게 판소리를 박준호씨와 함께 배우며 자랐던 한 인물이, 이번 공연 때문에 학사 일정을 비롯한 여러 스케줄을 정리하고 부랴부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해남으로 왔다. 그것은 햇수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 지난날에 했던 말 때문이었다. '고향의 무대에 서서 소리를 하고 싶어요'라는 말이었다.

한 인물의 유년기에서 사춘기를 거쳐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를 지켜본 박준호씨의 감회가 남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해남제일중을 졸업하고, 전남예술고 졸업, 그리고 명지대학교 한국음악과 4학년을 재학하는 인물. 해남 아이라는 말보다 어른들이 자주 쓰는 '아그'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인물. 바로 박솔 씨의 합류였다. 박솔씨는 이날 공연에서 춘향가 대목 중 사랑가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해금 연주에 맞춰 김남주의 시 '잿더미'를 낭송했다
 해금 연주에 맞춰 김남주의 시 "잿더미"를 낭송했다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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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청년들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구구절절한 말을 김남주의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 옛날 해남 출신의 시인 김남주의 '잿더미'를 호소력 깊게 관객에게 읊었다. 민주주의 박토였던 1980년 군사정권 시절, 변방의 해남에서 세계인을 감동시킨 김남주 시인의 절절함을 떠올렸다. 그가 저항 정신으로, 연민 정신으로 심은 한톨의 시어가 이제 청년 세대에게는 노래로, 그리고 삶속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다음은 무엇일까.

공연이 끝나고, 관람을 한 관객은 한 시간의 공연이 너무 짧다고 탄식하면서, 다음번 공연도 기대된다는 말을 남겼다.
 
어르신의 합북 박자에 맞추어 사철가를 부르는 박준호
 어르신의 합북 박자에 맞추어 사철가를 부르는 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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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로 공연의 첫문을 연 주사랑지역아동센터 친구들
 사물놀이로 공연의 첫문을 연 주사랑지역아동센터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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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부르는 아리랑
 다함께 부르는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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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사이에도 앉아 관람해도 기분이 좋았다는 관객들.
 계단 사이에도 앉아 관람해도 기분이 좋았다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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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년이간다2, #우리문화더하기, #박준호, #명예찬,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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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재협동학 박사과정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융합예술교육강사 로컬문화콘텐츠기획기업, 문화마실<이야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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