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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이 들썩거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민간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내세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을 막는데 분양가 상한제만한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4회에 걸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와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점검해본다.[편집자말]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건축비는 사실상 '백지수표'가 됐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건축비 중 부대비용을 지나치게 높게 매겨 고분양가 아파트를 만들어냈다. 일각에선 "황금으로 짓느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의 두 배
 
정부는 매년 2차례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를 고시한다. 기본형 건축비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건설사가 받을 수 있는 건축비 상한선이다. 정부가 정한 '아파트 권장 건축비'이기도 하다. 현재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644만 5000원. 건설사 이윤까지 감안한 금액이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민간 택지 아파트가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되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건축비는 3.3㎡당 1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규제를 받지 않는 서울 강북 아파트와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심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분양 심사를 통과한 서울 서초구 방배 그랑자이(GS건설) 아파트 건축비는 3.3㎡당 평균 1515만 원이다.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644만 원)의 2배를 훌쩍 넘는 거액이다.
 
반면 비슷한 기간 분양 심사를 받은 서울 은평구 서해 그랑블의 건축비는 848만 원(3.3㎡)으로 방배 그랑자이의 절반에 불과했다. 같은 아파트를 짓는데, 위치에 따라 건축비가 천차만별인 셈이다.
 
방배 그랑자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재건축 모습. ⓒ 연합뉴스
 
강남 3구 건축비, 3.3㎡당 1000만~1300만 원대
 

<오마이뉴스>가 HUG 자료를 토대로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강남3구 분양 아파트(2015~2019년 분양)의 건축비를 집계한 결과, 서초구 15개 단지의 평균 건축비는 3.3㎡당 1364만 원, 강남구 14개 단지는 평균 1242만 원, 송파구 7개 단지는 1034만 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건축비가 3.3㎡당 평균 1465만 원을 기록했고,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포레센트는 평균 1356만 원, 서울 강남구 래미안 강남포래스트는 1341만 원이었다.
 
반면 강북 지역 아파트 건축비는 대부분 3.3㎡당 800만 원대였다. 정부의 기본형 건축비보다 비싸지만, 강남 아파트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서울 은평구 16개 단지의 3.3㎡당 평균 건축비는 892만 원, 중랑구 9개 단지는 837만 원, 서대문구 14개 단지도 878만 원이었다. 아파트 건축비가 지역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다.
 
1000만 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 건축비에 대해 전문가들도 고개를 젓는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한 간부는 "아파트 건축을 해본 입장에서 3.3㎡당 건축비를 1000만 원 이상 책정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황금을 붙여 짓지 않는 이상 그 금액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건축비를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건축비 항목 가운데 '기타비용'을 높게 잡는 것이다. 기타비용이란, 아파트 분양 견본주택관 운영과 취·등록세 등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지출하는 부대 비용이다.
 
고분양가 아파트들은 기타비용이 높게 잡힌다. 단지별로 기타비용이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 천억 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8단지(디에이치개포자이) 재건축의 경우 총 아파트 시공비(감리비내역서 기준)는 8204억 원이었다. 이중 3452억 원, 총 시공비의 42%가 기타비용으로 책정됐다.

 
 

"분양가 높게 받으려 기타비용 부풀린 것"
 
후분양제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서초구 반포 우성 재건축도 총 시공비의 29.55%(시공비 2801억 원 중 기타비용 828억 원)가 기타 비용으로 잡혔다. 래미안 리더스원(서초 우성 1차)의 기타비용도 870억 원(총 공사비의 19.45%), 방배 아트자이(방배3구역)은 329억 원(총 공사비의 24.78%)이었다.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던 방배 그랑자이도 526억 원(총 공사비의 18.49%)을 기타비용으로 책정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기타비용은 말 그대로 각종 제반 비용이고, 전체 아파트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고분양가 아파트들의 경우,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기타 비용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분양가상한제, #기타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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