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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 기념촬영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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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틈만 나면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를 한다. 같은 교당에 다니는 청년의 건강을 위한 기도는 물론이고 굴뚝을 비롯해 높은 곳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투쟁, 가족과 이웃의 건강과 무탈한 생활을 위해 기도한다. 눈을 감고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응답은 없을지라도 끊임없이 기도하다 보면 이루어지리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 기도 중에는 한반도 평화도 반드시 들어간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나의 기도는 대개 다음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둘째,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남한의 성실하고도 자주적인 이행
셋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담대한 행동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기도한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신뢰할 만한 조치들을 취했는데 국제사회는 그에 알맞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 당국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미국과 국제사회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든 회담과 합의 그리고 선언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당사자 간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 전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합의 이행과 그 과정에 한반도 거주 시민들과 세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중립적인 이행 감시 기구가 만들어지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그동안의 북-미 협상 과정을 보면 합의를 파기한 측이 오히려 제재를 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어긴 국가도 미국이고, 2005년 베이징 9.19 공동성명을 어긴 것도 미국이다. 제네바 합의는 미국이 '333' 이론( 3일 이내에, 3주 이내에, 3년 이내에 북한이 붕괴한다는 미국 내부의 이론)에 기대어 처음부터 이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본다.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방식의 원자로를 건설해주기로 한 약속은 터 닦기에서 멈췄고,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다가 지친 미국은 끝내 합의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2005년 9.19 합의 다음날인 9월 20일에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북한 자산을 모두 동결해 버렸다. 그것으로 9.19 합의는 파기되었다. 

북한을 무너뜨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그러나 역사의 경험은 공유되지 않았고, 그 책임을 모두 북한에 떠넘기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 거주하는 작가로서 미국과 유엔에 대북제재를 일부라도 즉각적으로 해제하라고 촉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남한이 남북공동선언을 성실하고 자주적으로 이행하기를 기도한다

남과 북의 당국은 1972년 7.4남북공동선언부터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합의와 선언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그 합의와 선언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후에도 합의가 일부는 지켜지고 일부는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일부 있다. 정상들끼리 합의된 사항을 관련 정부 부처가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실행해야 했다. 하지만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만 하려고 했으니, 그것은 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전시 작전권만 갖지 못한 것만 아니라 평시 주권도 갖지 못한 것 아닐까. '설마 그러지야 않겠지' 하다가도 남북 정상들이 합의한 선언을 정부부처에서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과연 주권국가가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촘촘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까지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실무가 아니라 방향에 있다. 주권을 가진 국가답게 남북 정상이 합의한 선언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나는 기도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담대한 행동을 위해 기도한다

지난 몇 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는 모두 북-미가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밀려난 게 사실이다. 물론 북-미 간의 합의와 이행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 자주의 대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통일체제로의 전환은 반드시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하고,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마주 앉아 우리민족끼리 북남 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했을 때 나는 분단체제가 해체되고 통일체제로 이행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보았다. 

동결적 평화는 분단체제의 평화이고 항구적 평화는 통일체제의 평화다. 즉, 동결적 평화에서 항구적 평화로 나간다는 것은 분단체제에서 통일체제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통일체제가 곧 통일이 아니지만, 한반도가 현재진행형의 통일체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보다는 남북한의 동시행동이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담대한 결정을 내려 북한 당국이 비핵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다면 그 어떤 나라도 대북제재를 고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회담의 실무적 협상도 중요하지만 지도자의 담대한 결정과 방향도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그것을 위해 기도한다.

한반도는 반드시 비핵화와 평화 이뤄낼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에서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에서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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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서울로 출근했다가 익산으로 퇴근하는 KTX 기차 안에서 기도한다.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남북공동선언이 성실하고도 자주적으로 이행되며, 비핵화의 담대한 선제적 조치가 취해지는 그 순간들이 어서 빨리 이뤄지기를 간절히 빌고 빈다.

한반도의 북쪽에는 미국과 유엔의 경제제재가, 한반도의 남쪽에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실행되고 있다. 이미 120여 년 이전에 한반도를 침략하던 열강과 일본의 음흉한 속셈이 다시 나타난 것은 아닌가 하는 기시감을 느낄 정도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무엇보다 여러 차례의 민주혁명을 이룩해낸 힘이 시민사회를 성숙시켜 왔다. 한반도는 반드시 비핵화와 평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믿는다. 기도를 했으면 행동도 해야 한다. 행동 없는 기도는 기도가 아니다. 장독대에 정화수 한 대접을 놓고 두 손이 닿도록 빌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천지신명이시여, 부디 이 기도를 이뤄주소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도상은 소설가로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집행위원장입니다.


태그:#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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