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 시네마> 영화 포스터

▲ <나이트메어 시네마> 영화 포스터 ⓒ (주)영화사 빅


각양각색의 공포로 꾸며지는 '옴니버스 호러 영화'의 역사는 깊다. 20세기엔 <블랙 사바스>(1963), <공포의 3일밤>(1990), <공포의 이블데드>(1993) 등이 유명하다. TV에서 방영된 <크리프트 스토리>(국내엔 '납골당의 미스터리'로 소개됨) 시리즈는 비디오 시장으로 출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1세기에도 옴니버스 호러 영화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미국에선 < ABC 오브 데쓰 > 시리즈, < V/H/S > 시리즈, <가장 무서운 이야기>(2006), <트릭 오어 트릿>(2007), <크리스마스 호러 스토리>(2017) 등이 나왔고, 영국은 <리틀 데스>(2011)를 내놓았다.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태국은 <사색공포> 시리즈와 <타이홍>(2010), 일본에선 <동물원>(2005), <무서운 여자>(2008) 등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와 <귀>(2010)가 알려졌다.

<나이트메어 시네마>는 늦은 밤 극장을 찾은 다섯 명의 사람들이 스크린을 마주하는 순간, 깊숙이 감추었던 가장 어두운 악몽과 마주하는 옴니버스 호러 영화다. 연출에는 격렬한 좀비극 <쥬앙 오브 더 데드>(2011)로 알려진 알레한드로 브뤼게 감독, <피라냐>(1978), <하울링>(1981), <그렘린> 시리즈로 명성을 떨치고 최근엔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로 만난 호러 거장 죠 단테 감독이 참여했다.

또한 <고질라-파이널 워즈>(2004)와 <미드나잇 트레인>(2008) 등을 통해 SF 공포물과 현실 공포물을 넘나드는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하드 캔디>(2017),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2010) 등의 영화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를 만든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 스티븐 킹과 오랜 작업을 통해 그의 소설을 TV 시리즈로 개발하여 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믹 가리스 감독도 참여했다.

다섯 명의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어낸 '악몽'
 
<나이트메어 시네마> 영화의 한 장면

▲ <나이트메어 시네마>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다섯 명의 감독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악몽을 만들었다. 알레한드로 브뤼게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에피소드 <숲속의 괴물>은 친구들과 캠핑을 간 사만다(사라 엘리자베스 위더스 분)가 용접마스크를 쓴 살인마와 벌이는 사투를 다룬다. 1980년대 슬래셔 장르의 관습을 충실하게 따르던 영화는 중간부터 SF 호러로 바뀌며 변주의 재미를 안겨준다.

죠 단테 감독이 맡은 두 번째 에피소드 <미라리>는 어릴 적에 당한 교통사고로 얼굴에 생긴 흉터가 콤플렉스였던 대니(스테파니 쿠드 분)가 남자친구가 소개한 의문의 성형외과 '미라리 클리닉'에 갔다가 겪는 끔찍한 공포를 다룬다. 점점 드러나는 의사의 정체와 기괴한 성형수술의 공포엔 데이빗 크로넨버그 스타일의 신체 변형과 그로테스크가 가득하다.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에피소드 <마솃>에는 베네딕트 신부(모리스 버나드 분)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가톨릭 학교에서 악령에 사로잡힌 학생이 투신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소녀들이 몽유병에 시달리며 악마의 기운이 점점 짙어지는 서사엔 1970~1980년대 이탈리아 호러의 영향이 엿보인다. 영화가 묘사한 신성모독은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다.
 
<나이트메어 시네마> 영화의 한 장면

▲ <나이트메어 시네마>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데이빗 슬라이드 감독이 지휘한 네 번째 에피소드 <출구로 가는 길>의 초현실적인 화법은 데이빗 린치를 연상케 한다. 신경질적이며 겁에 질린 주인공 헬렌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에스미 컬렌 역으로 주목을 받고 <위자: 저주의 시작>(2016)에서 딸과 함께 위자 게임으로 죽은 남편을 불러내는 엄마 앨리스 역을 맡았던 배우 엘리자베스 리저가 소화했다. 환각을 보는 두 아이의 엄마 헬렌의 시선으로 그려진 그을린 재와 피로 뒤덮인 병원의 풍경과 흉측한 외모의 사람들은 흑백 화면과 어울려 소름을 끼치게 한다.

믹 가리스 감독이 담당한 다섯 번째 에피소드 <죽음>은 앞선 4개의 에피소드를 아우른다. 소년 라일리(팔리 라코토하바나 분)는 부모가 사이코패스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자신도 총상을 입었다. 17분간 심장이 멈춘 후에 살아난 라일리는 이후 날카로운 상처와 수술 자국이 가득한 망자를 보게 된다. <식스 센스>(1999)를 인용한 <죽음>을 통해 믹 개리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생과 사의 경계에 선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나이트메어 시네마> 영화의 한 장면

▲ <나이트메어 시네마> 영화의 한 장면 ⓒ (주)영화사 빅


<나이트메어 시네마>는 살인마 호러(숲속의 괴물), 의료 호러(미라리), 종교 호러(마솃), 초현실 호러(출구로 가는 길), 유령 호러(죽음) 등 5색 공포로 꽉꽉 채워졌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리알토극장'(영화 <라라랜드>에 나온 그곳이 맞다!)의 정체불명의 영사기사는 배우 미키 루크가 맡아 다섯 명의 사람들을 악몽으로 인도한다.

<나이트메어 시네마>에서 다섯 명의 감독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포'에 부응한다. 완성도의 편차는 존재하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높다. 다양성이 주는 혼합의 재미도 있다. <나이트메어 시네마>의 제작에 참여한 믹 가리스 감독은 앞으로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을 위한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전한다. 그의 바람처럼 <나이트메어 시네마>가 이어져서 과감한 묘사와 다양한 화법을 구사할 수 있는 시험대가 기능했으면 좋겠다.
데이빗슬레이드 기타무라류헤이 죠단테 믹가리스 알레한드로브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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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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