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목례하는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을 향해 목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 목례하는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을 향해 목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창(槍)은 무뎠고, 방패는 덮느라 급급했다. 미지근한 검찰 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두고 나온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 위원으로서 권위와 역할을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대신 후보자의 처지를 헤아리고 감싸는 아량을 보였다. 평소 피감기관을 상대로 호통치던 서릿발 의원들이 아니다. 그런 모습은 생경했다.

또 제1야당은 연신 헛발질 했다. 풍문 수준 제보만으로, 핵심은 파고들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렸다. 잔뜩 의혹을 부풀렸던 것을 생각하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벼르고 벼렸다는 수준이 그 정도다. 그러니 존재감 없는 야당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살아 있는 권력, 검찰 앞에선 결국 여야 의원은 모두 후줄근했다. 윤석열 검찰 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이런 인사 청문회를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한쪽은 무조건 두둔하고, 다른 한쪽은 의혹만 부풀린다. 무용론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자질과 정책 검증이라는 본래 취지는 실종된 지 오래다. 인사 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인 행태는 지겹다. 망신주기, 과도한 신상 털기, 코드 논란은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적임자 찾는 게 쉽지 않고, 제대로 검증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답답하다.

후배 검사와 친분을 문제 삼는 건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정황이 아닌 명확한 근거로 말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만일, 사건에 개입해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검찰 총장으로서 도덕적 권위를 잃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니면 말고'라는 의혹 제기는 무책임했다. 그나마 언론사 녹취 파일이 체면을 세워줬다.

사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법안 졸속 처리

이런 와중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보여준 처신은 압권이었다. 박 의원은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언행으로 뒷말을 남겼다. 야당 의원으로서 청문 후보자 '호위 무사'라는 호칭도 낯 뜨거운 판국이다. 그런데 청문회 내내 민낯을 드러냈다. 4선 중진의원으로서 권위와 무게를 잃었다. 한없이 가볍고 가벼웠다. 개인적인 인연을 들먹이며 공(公)과 사(私)를 뒤섞었다. 청문위원으로서 공적 역할을 망각한 행태다.

박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와는 C&그룹, 윤대진 검찰국장과는 보해저축은행 사건으로 악연을 맺었다. 비록 무죄를 받았지만 말 못할 고초를 겪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박 의원은 이날 "나도 윤석열, 윤대진 너 한 번만 걸려라. 그냥 두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앞두고 아무리 흠을 찾으려 했지만 없었다. 구원(舊怨)을 정리하자"고 말했다. 이게 청문회에서 할 말인지 귀를 의심했다.

정치인과 검사는 뗄 수 없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 정도로 이해된다. 그렇기에 사적 영역에선 얼마든지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더구나 여든을 바라보는 노회한 정치인이기에 이해된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나 주고받을 말을 공적인 자리에 늘어놓았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과시에 불과했다. 사리에 맞지 않고 부적절했다. 비판 여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을 우습게 여긴 발언으로 이해됐다.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직자로서 공사 구분을 망각한 것이다.

박 의원의 가벼운 화법은 이번만이 아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수사선상에 오를 때도 그랬다. 그는 페이스북에 "고초를 겪고 있지만 곧 올무에서 빠져나오리라 생각한다"며 위로를 전했다. 성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수사는 중단됐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개인적 인연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는 전라남도가 주력한 F1대회 지원법 의결 과정을 언급하며 또 사적인 인연을 강조했다. 자신이 부탁해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까지 6시간 만에 통과됐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홍준표 의원이)초스피드로 통과시켜주고 광주전남 의원들 앞에서 '지원이 형님! 할 것 다하고 오신 분이니 총리하라고 했을 때 수락하셨으면 고생 안하고 다 했을껜디'라고 익살을 부렸다"고 과시했다. 6시간 만에 뚝딱 통과시킨 게 자랑할 일일까. 오히려 졸속 처리는 아닌지 자중하는 게 옳았다.

박 의원이 내뱉은 말은 허술한 법안 처리 단면을 엿보게 한다. 사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졸속으로 처리되는 관행이다. 국회의원들 사이에 품앗이 서명 동의는 일상적이다. 얼굴 때문에 서로 발의안에 서명해 준다.

이러다보니 정작 어떤 법안에 동의했는지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진다. 법안과 예산이 자신들 연고를 공고히 하는 방편으로 허비되는 현실이다. 검찰 총장 인사 청문회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문제의식조차 없다. 후보자를 상대로 "구원을 풀자"고 하는 게 우리 국회 인사 청문회 현실이다. 이런 국회와 검찰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임병식은 전 국회 부대변인으로 일했습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관심 분야는 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등이다.중남미, 중동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중남미를 수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벽돌 쌓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