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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경기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삶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5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닥치면 이미 늦지 않을까요?"

지난 연재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 계속 생각난다. 불안을 안고 사는 50대 남성 직장인들이 한 말이다. 오랜 회사 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온 그들은 은퇴 이후 삶이 그 이전 삶만큼이나 길 수도 있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듯했다(관련기사 : "정말 두려운 건..." 50대 대기업 중년 남자들의 고민).
 
"물론 저야 정년까지 꽉 채우고 다니고 싶죠. 그러면 60살인데, 뭘 시작하기에 적당한 나이는 아니잖아요. 물론 늦은 나이도 아니지만요."
 
전자제품 해외 영업을 20년 넘게 하다 최근 다른 업무를 맡게 된 부장 A(54)씨가 한 말이다. 회사에서 퇴직한 뒤에도 경제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일찍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그의 고민이 이 시대 한국을 살아가는 50대 남성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건 아닐까.

재취업 선호... '귀어' 꿈꾸기도
 
 직무와 연계된 재취업이 쉽지 않으니 자격증을 딸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직무와 연계된 재취업이 쉽지 않으니 자격증을 딸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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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의 하프타임' 연재를 위해 또래 남자들을 두루 만나고 있다. 내가 만나본 50대 남성 직장인들은 대부분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은 계획을 세우게 했다. 회사를 나간 후를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 그들이 꿈꾸는 미래는 대략 세 방향으로 나뉘었다.
 
첫째, 내가 만나본 50대 남성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미래는 재취업이다. 재취업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게 현재 직무와 관련된 재취업이다. 특히 대기업 출신들은 오랜 회사 생활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회사나 탄탄한 중견기업에 들어가길 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기업 소속이 아닌 사람들도 직무 관련 회사에 다시 취업하고 싶어 한다. 기왕이면 임원으로 들어가 정년이라는 구애 없이 오래 일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서 느낀 건 그들에게 회사 생활이 어떤 관성처럼 자리 잡은 듯하다는 점이다. 3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닌 그들은 출근하지 않는 아침을 상상하기조차 싫어하는 것 같았다.
 
직무와 연계된 재취업이 쉽지 않으니 자격증을 딸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 같은 국가 자격증이나 '숲해설가', '문화해설사' 같은 자격증을 따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방송 때문에 상담 전화가 많이 옵니다. 자격증 따기 어렵지 않아요. 교육비 지원도 가능하니까 상담받으러 오세요."
 
서울 인근 어느 중장비 학원과 통화한 내용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굴착기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연예인을 보고 연락해 본 것이다. 학원 측에서는 취업은 물론 사업도 연결해 준다며 꼭 자기 학원에 등록하라고 당부했다.
  
둘째, 취업보다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평생 회사 다녔는데 또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과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섞인 듯했다. 그중에는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귀농 상담을 많이 합니다.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많고요. 준비한 만큼, 공부한 만큼 성과가 있는 게 농사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10년 전부터 경북에서 버섯재배를 하는 B(53)씨의 말이다. 이처럼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보거나 주위에 귀농한 지인들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농업 자체가 기술이기 때문에 교육기관을 알아보기도 한다고. 방송통신대 농학과는 인기학과가 된 지 이미 오래됐고, 사이버대도 농업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추세라고 한다.
 
흥미로운 건 '귀어'를 생각하는 50대 남성들도 일부 있다는 것이다. 아마 낚시가 인기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들은 우선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면허'부터 따고 그다음은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어업을 하려면 배 조종 면허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어촌계나 수협 이용은 물론 각종 어업 지원사업 응모에도 배 조종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고.

회사 때문에 고민하는데... 회사 때문에 못 하는 현실
 
 자영업에 관심이 있든 없든 식음료 사업에 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자영업에 관심이 있든 없든 식음료 사업에 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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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사업이다. 주로 자격증이나 전문 기술 혹은 특출한 영업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만큼 아주 일부만이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아이템이나 미래 시장을 찾고 있었다. 물론 몸담은 회사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을 꿈꾼다고 했다.
 
자영업에 대해서도 질문을 해 봤는데, 여러 부류로 나뉘었다. 대기업 출신들은 대체로 자영업에 부정적이었다. 이미 실패했거나 수업료를 호되게 치른 선배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래도 만약 해야 한다면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아마도 시스템으로 많은 걸 해결하는 업무 방식이 몸에 익었기 때문은 아닐까.
 
자영업에 관심이 있든 없든 식음료 사업에 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그들은 식당이나 카페를 개업한 지인들 업소를 찾아다니며 관찰을 하거나 상담을 한다고.
 
"각오가 되어있다면 우리 주방에 와서 몇 달 일해 보라고 합니다."
 
지난 8년간 식당을 운영한 사장 C(54)씨의 말이다. 지금까지 시도한 세 번의 식당 경영 중 가장 작은 규모라고. 그는 매장 크기를 계속 줄여가며 얻은 교훈이 있다고 했다.
 
"사장이 주방일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지인들에게 매상을 의존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50대 남성 직장인들이 모색하는 미래를 위에서 언급한 세 방향으로만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만나본 또래 남성 대부분은 미래를 위해서 고민하고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다양하게 표현했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냥 고민만 하고 있다. 회사일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회사 상황 때문에 진로를 고민해야 하지만, 회사 상황 때문에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는 역설이 묘하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나는 그들에게 '내 인생의 하프타임' 연재를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사람들을 만나보고 든 생각을 말해주었다.
 
"닥치면 이미 늦더라고요."
 
물론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늘과 같은 내일이 앞으로 계속될 거라고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이미 늦은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기 전에 미래를 위해 뭔가를 일단 시작해보면 어떨까.

꿈을 향한 당신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내 인생의 하프타임'은 격주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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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영화, 에니메이션 등 콘텐츠 회사와 투자회사에서 프로젝트 기획과 프로젝트 펀딩을 담당했다. 오피니언 뉴스에 북에세이와 문화 컬럼을 게재하고 있으며 전문 문예지에도 글을 싣고 있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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