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런 만남이 가능할지 미처 몰랐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모토가 이날 하루 만큼은 '모든 시민은 편집기자다'일 수도 있음을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이 체험 후기는 3시간 동안 편집기자가 되어 고군분투하신 강대호 시민기자가 직접 쓰고, 이주영 기자가 그날 함께 편집한 기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내용을 보강하고 다듬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말]

저는 최근 '나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도전기'를 기사로 썼습니다. 지금은 활발히 활동하는 시민기자지만, 활동 초반에는 채택되지 않는 기사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숱한 거절을 겪으며 제 글을 다시 돌아봤습니다. 다른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를 참고해 다시 쓰기도 했고요. 그 과정을 쭉 지속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연재까지 하는 시민기자가 됐고, 그 도전 과정을 글로 쓴 겁니다.

[관련기사] "모든 시민은 기자"인데... 나는 왜 채택 안 됐을까 (http://omn.kr/1jnn0)

저의 도전기를 편집한 에디터에게 어느 날 연락이 왔습니다. 시민기자와 함께하는 '일일 편집기자 체험'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와 시민기자가 함께 사는이야기·여행·책동네 분야 기사 몇 편을 검토하고 편집하면서 의견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시민기자와 편집기자가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취지라면서요. 에디터들이 그동안 해오던 일인 줄 알았는데, 처음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첫 번째 주자로 발탁된 이유는 얼마 전에 쓴 그 시민기자 도전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제를 이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편집기자 체험도 가능할 것 같다는 게 에디터들의 판단이었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지난 5일 금요일 오후, '일일 편집기자 체험'에 나서게 됐습니다.

기사 제목 뽑을 때 중요한 건 '키워드'
 
 제목이라니. 제게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기사를 보낼 때 제목을 두고 무척 고민하거든요.
 제목이라니. 제게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기사를 보낼 때 제목을 두고 무척 고민하거든요.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회의 장소는 경기 분당 정자역 인근 카페. <오마이뉴스> 사무실은 서울 광화문에 있지만 최은경 선임에디터와 이주영 에디터가 제 동네로 찾아왔습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리모트 워크' 같은 걸까요.

처음에는 가벼운 미팅 정도로 생각하고 만남에 임했습니다. 기사 몇 편을 읽으며 각자의 생각 정도만 주고받는 줄 알았는데, 실전은 달랐습니다. 두 에디터는 제게 갓 들어온 미검토 기사(실시간글)를 건네며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정확히 옮기면 이 기사의 가치 판단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등급으로 말하면, 잉걸-버금-으뜸-오름 기사 가운데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말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저의 판단과 의견을 기사에 실제로 반영하겠다면서요. 제가 '편집'이라는 영역에 진짜로 개입하게 된 겁니다. 부담감이 밀려 왔지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신중하게 검토하자 마음먹으며 기사 검토에 집중했습니다.

먼저 '사는이야기' 한 편을 읽었습니다. 신소영 시민기자가 연재 중인 '30대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기사였습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중년의 우정. 더 늦기 전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양질의 인간관계를 다져놔야 한다는 요지였습니다.

평소 사는이야기 기사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을 기준으로 검토했습니다. 글감이 호기심을 주는지, 그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정보와 의미를 주는지, 문장은 매끄러운지, 논리와 설득력이 있는지를 헤아리며 읽었습니다.

일단 글감과 내용 자체가 흥미로웠기에 주말용 읽을거리로 주요하게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저만 해도 주말에는 눈에 힘 안 주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렇지만 잔잔한 울림을 주는 글을 찾거든요.

특히 글쓴이가 어느 책에서 인용한 '멘탈 뱀파이어(기운을 빼앗는 사람)'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만날 때마다 내 좋은 에너지를 다 빼앗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더 나이 들기 전에 일찍 정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게 글쓴이의 깨달음이었습니다. 그 깨달음에 힘을 싣기 위해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근거로 삼은 겁니다.

에디터 두 분도 저와 비슷한 판단이었습니다. 이 연재의 목적은 40대 후반의 여성이 30대, 40대 초·중반의 여성들에게 솔직한 조언을 건넨다는 것입니다. 글쓴이는 30, 40대 여성들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우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건넵니다. 연재의 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해낸 글인 셈입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들과 함께 검토한 기사가 지난 주말 <오마이뉴스> 메인면에 배치됐다.
 <오마이뉴스> 에디터들과 함께 검토한 기사가 지난 주말 <오마이뉴스> 메인면에 배치됐다.
ⓒ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자, 기자님. 이제 가치 판단이 끝났으니 이번에는 제목을 뽑아보세요."

무사히 넘어갔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제목이라니. 제게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기사를 보낼 때 제목을 두고 무척 고민하거든요. 어차피 제가 정한 제목은 편집 과정에서 대체로 수정되니 크게 고민 안 하고 보내기도 했습니다.

에디터들 역시 제목을 수정할 때가 제일 어려운 순간이라고 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기사가 쏟아지는 온라인 시장에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렵고 부담되기도 하겠지요.

"기자님, 5분 더 드릴게요."

편집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했습니다. 매 분마다 새로 입력되는 기사를 제한된 인력으로 보려면 당연하겠지요. "하나, 둘, 셋!" 동시에 각자 생각한 제목을 임시로 개설한 단톡방(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렸습니다(편집기자들은 이 단톡방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고 하네요). 한 기사를 읽고 이렇게나 다양한 생각들로 제목을 뽑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서로 낸 제목의 아쉬움과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일 편집기자 체험. 각자 제목을 뽑아보고 의견을 나누었다.
 일일 편집기자 체험. 각자 제목을 뽑아보고 의견을 나누었다.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에디터들과 이야기하며 한 가지 팁을 얻었습니다. 기사 제목을 뽑을 때 '키워드'를 잘 뽑아야 한다는 걸요. 첫째는 시민기자가 본문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키워드. 둘째는 <오마이뉴스>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키워드. 셋째는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키워드. 이 세 가지를 잘 염두에 둬서 독자들 눈을 유인해야 하고 독자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날 저희 셋이 뽑은 이 글의 핵심 키워드는 '마흔, 중년, 우정, 친구, 우테크' 등이었습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 정리해야 할 친구 유형'(http://omn.kr/1jxn5)이라는 제목은 이렇게 탄생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기사가 인기기사 1위를 차지했더군요.

내가 뽑은 제목이 기사로 나가다니

두 번째로 검토한 기사는 여행 분야였습니다. 김종성 시민기자가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을 소개하기 위해 쓴 글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샛강은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한복판에서 보기 드문 자연의 날것이 잘 보존된 곳이었습니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흙길을 그대로 살리고, 동식물의 수면을 고려해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답니다. 실제로 버드나무, 사철나무, 달콤한 오디가 열리는 뽕나무 등이 무성한 숲에 새들이 찾아와 머무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네요.

그중에는 해오라기도 있었습니다. 강이나 습지 등을 찾아다니며 먹이를 구하는 해오라기를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다니. 자연 관찰에 관심이 있는 제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 때문에 그곳에 꼭 가고 싶어졌습니다.

에디터들에게 '여의도 공원에 해오라기가 날아다닌다니'라는 제목을 제안했습니다. 에디터들은 "한강에 해오라기가 있는 게 뉴스냐"며 놀랐습니다. 제 설명 덕분에 이 기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틀 뒤, 그 기사는 '여의도 한복판에 해오라기가 날아다닌다니'(http://omn.kr/1jxwf)라는 제목으로 보도됐습니다. 저의 의견이 편집에 반영된 겁니다.
 
 지난 7일 채택된 김종성 시민기자의 기사 제목
 지난 7일 채택된 김종성 시민기자의 기사 제목
ⓒ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기사를 검토하며 논의하다 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회의를 마치기 전에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에디터 두 분은 시민기자인 저의 의견에서 평소 알기 힘든 독자의 시각을 간접적으로나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사가 담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말했습니다. 독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기사를 찾지만, 바라는 건 결국 한 가지라는 것. 정보든 감동이든 기사에서 무언가를 얻어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고요. 그렇기에 기사는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실용적인 글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다른 시민기자들의 글을 읽고 편집하면서 제 글을 더 돌아보게 됐습니다. 남의 눈에 들어간 티끌은 잘 보면서 제 눈에 박힌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게 사람이라던데, 글도 그렇다고 합니다. 남이 쓴 글에서 허점은 잘 찾지만 자기가 쓴 글에 뚫린 구멍은 못 본다지요.

이날 하루 시민기자로서 편집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일 편집기자로서 누군가의 글을 편집하며 나의 글을 돌아본, 아주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살던 아파트를 떠나 산 아래 옥상집에 사는 경험과 동화 공부를 하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나도 한다, 윤여정처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