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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마장면 도락산 자락에 위치한 감은사 주지이자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는 우관스님(사진 제공/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이천시 마장면 도락산 자락에 위치한 감은사 주지이자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는 우관스님(사진 제공/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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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은 절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자연이 가꾼 제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조리한 음식이다. 손수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비롯해 청과 발효액 등 발효 양념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머리가 맑아지는 음식이다.

지난 4월 <우관스님의 사찰음식 요리책(Wookwan's Korean Temple Food)>이 미국 독립출판협회(IBPA)가 선정한 '벤자민 프랭클린 어워드' 요리책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이 책은 2018년 미국에서 영문 번역본으로 출간됐는데 저자 우관스님은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사찰음식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지난 6월 감은사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을 찾았다.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은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도락산 자락에 있다. 인가가 드문 고즈넉하고 작은 사찰 주변에는 보리수와 오디가 익어가고 있었다.

우관스님(55)은 이곳에서 수행을 한다. 사찰음식을 만들고 연구하며 셰프에게 사찰음식을 전수한다. 전라북도 김제가 고향인 스님은 1988년 출가후 승가대학 졸업, 동대학원 석사에 이어 인도 델리대 불교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후 미얀마 등에서 수행했으며 2007년 아무 연고 없는 이곳 이천에 내려왔다. 이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우연히 3번 국도를 지나다가 도로변에 있는 이천 도자기에 매료되어 이천을 좋아하게 됐다. 현재 감은사(구 정토사) 주지와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홍콩 등 요리학교에서 요리 강연을 하며 한국 전통사찰음식을 전파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든지 의식주(衣食住)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지요. 그 가운데 먹거리는 굉장히 중요해요. 밥 한 끼는 우리의 생명을 좌우하거든요. 한 끼를 잘못 먹으면 오장육부가 불편하지요. 한 끼를 잘 먹으면 그것이 내 몸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요. 건강한 몸과 정신이 만들어지고 오장육부가 편해집니다. 뱃속이 편안해지면 마음도 풍요로워져요. 행복해집니다. 이렇듯 한 끼가 이루어져 하루, 한 달, 일 년을 올바르게 보내게 합니다. 온전한 삶을 살게 하지요."
 
망초대 나물무침. 사찰음식은 자연이 가꾼 제철 식재료에 손수 담근 발효액 등 최소한의 양념을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사진 제공/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망초대 나물무침. 사찰음식은 자연이 가꾼 제철 식재료에 손수 담근 발효액 등 최소한의 양념을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사진 제공/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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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사에서 수행을 하고 절에 들른 사람들에게 정성스레 지은 밥 한 끼 대접하던 우관스님은 2009년 봉녕사에서 열린 '제1회 사찰음식 대향연'에 참가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날 스님은 이천쌀과 감은사 주변에서 채취한 사계절 식재료로 지은 사계절 밥 12가지와 죽 4가지를 선보였다. 민들레와 이천쌀로 지은 민들레밥, 질경이밥 등은 단번에 관람객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후 스님은 다양한 사찰음식을 선보이며 사찰음식의 대가로 우뚝 섰다. 아닌 게 아니라 스님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미각도 뛰어났다. 출가 후 행자시절부터 절의 살림살이를 익히고 봉녕사에서 공부하던 20대 때 '요리하는 사람은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음식에 마음과 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먹거리, 음식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누구나 건강에 관심이 있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어리석음과 욕심과 성냄으로 가득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줘도 좋은 음식으로 소화를 시키지 못합니다. 우리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지요.

또 엄마가 자식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는 사랑과 정성을 담습니다. 사랑은 곧 따뜻함이에요. 좋은 에너지이고, 그 좋은 에너지가 손을 타고 음식에 닿는 순간 음식에 따뜻한 기운이 흐릅니다. 그 음식을 먹은 아이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하겠지요. 그래서 엄마, 혹은 가정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느냐는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음식을 만들 때 손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은 마음이 움직이거든요.

안타까운 점은, 요즘 사람들은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며 음식을 만들 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거예요. 일에 좇기고 배가 고파서 허기를 채우려고 먹다보니 혀에 자극되고 혀에 코팅된 맛만 찾아갑니다.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세상이라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현실일지라도 그 생활을 돌아보고 자각해야 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식당에서 함께 먹는 음식 문화도 좋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가족이나 이웃과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인간의 삶이잖아요. 사람과 사람 간에 정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배우는 우리의 좋은 음식 문화이고요.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때에 알맞게, 적절히 먹어야 합니다. 아무리 맛있고 좋은 음식일지라도 알맞게 섭취해야 몸에 이롭지, 과하면 탈이 납니다. 또 제철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직접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 발효액 등 최소한의 양념으로 원재료의 맛을 살려서 자연이 주는 자연의 맛을 알아야 합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이 태평해지듯이 자연이 주는 식재료는 사람 몸을 편하게 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으로 몸을 훼손하는 일 또한 자제해야 합니다. 먹는 일도 습관이기에 지금부터라도 자극적인 식습관을 하나씩 하나씩 덜어내고 바꿔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담백한 입맛을 찾게 되고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두부구이 우엉조림. 1.두부에 칼집을 넣고 물기를 제거한 후 고운 소금을 약간 뿌린다. 2. 우엉은 껍질을 벗기고 곱게 채 썬다.3. 청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하고 곱게 채 썬다.4. 달군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두부를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5. 팬에 들기름을 넣고 우엉을 충분히 볶다가 집간장, 조청, 매실액을 넣고 약불에서 조린다. 6. 5.에 지진 두부를 넣어 뒤적거리고 불을 끈 다음 채 썬 청고추와 검은깨를 넣고 섞어 그릇에 담아낸다.(사진,레시피 제공/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두부구이 우엉조림. 1.두부에 칼집을 넣고 물기를 제거한 후 고운 소금을 약간 뿌린다. 2. 우엉은 껍질을 벗기고 곱게 채 썬다.3. 청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하고 곱게 채 썬다.4. 달군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두부를 앞뒤로 노릇하게 지진다. 5. 팬에 들기름을 넣고 우엉을 충분히 볶다가 집간장, 조청, 매실액을 넣고 약불에서 조린다. 6. 5.에 지진 두부를 넣어 뒤적거리고 불을 끈 다음 채 썬 청고추와 검은깨를 넣고 섞어 그릇에 담아낸다.(사진,레시피 제공/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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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이러한 마음을 담은 사찰음식 레시피를 책으로 펴냈다. 첫 번째 책은 2013년에 출간한 <우관스님의 손맛 깃든 사찰음식>이다. 이 책은 자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 즉 식물의 뿌리부터 순, 줄기, 꽃과 열매 등으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사찰음식 조리법 300여 가지와 산사에서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스님의 모습, 자연 풍광 등이 수록돼 있다.

"사찰음식에 관련돼 강의를 하던 초기에는 무척 부끄럽고 쑥스러웠습니다. '스님이 수행을 해야지 무슨 음식이냐'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인사도 하기 전에 마음이 움츠러들었어요. 위로는 끝없는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고 아래로는 수많은 중생을 계도하여 세상에 유익함과 이로움을 주는 게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데 출판사 편집장이 찾아와 사찰음식 책을 내자고 권유했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사람은 매일 흙을 밟고 살지만 흙속에 있는 진주를 발견하지 못하고 삽니다. 보려고 하는 사람 눈에만 보이죠. 장록나물은 풀이라고 생각하여 사람들은 먹지 않습니다. 근데 삶아서 말린 후 독성을 빼면 다 먹을 수 있어요. 비단 이러한 예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몸에 이로운 먹거리를 알고 건강한 생활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우관스님은 사찰음식에 관한 책 3권을 출간했다. 그 가운데 <우관스님의 사찰음식 요리책. Wookwan's Korean Temple Food>은 지난 4월 미국 독립출판협회(IBPA)가 선정한 '벤자민 프랭클린 어워드' 요리책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2018년 미국에서 영문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우관스님은 사찰음식에 관한 책 3권을 출간했다. 그 가운데 <우관스님의 사찰음식 요리책. Wookwan"s Korean Temple Food>은 지난 4월 미국 독립출판협회(IBPA)가 선정한 "벤자민 프랭클린 어워드" 요리책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2018년 미국에서 영문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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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2015년에 두 번째 책 <우관스님의 사찰음식 보리일미>도 썼다. 여기서 '보리일미(菩提一味)'는 '세상 모든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한 맛이 되듯이 모든 맛을 아우르는 깨달음의 한 맛'이라는 의미다.

"그때까지도 스님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어요. '스님은 깨달음의 노래를 써야 하는데 음식 책을 쓰느냐' 하는 갈등이었죠. 한데 보리일미를 쓰면서 떳떳함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음식으로 세상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책은 방법의 차이지 제가 수행하는 이유와 같았습니다. 이 책은 저의 철학을 오롯이 담아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2015년부터는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 산에서 고라니와 멧돼지가 내려와 밭작물을 모두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식재료는 텃밭에서 가꾼 채소와 현지 농부가 제철에 농사 지은 것을 사용한다.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에는 외국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찰음식을 배우고 취재해 가기 위해서다. 우관스님은 사찰음식 강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이 열악해 송구하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사찰음식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방문하시는 분들께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아쉬움이다.

우관스님은 12년 전 이천에 왔을 때 이천 도자기만 봐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해서 도자기와 음식, 차와 커피가 어우러진 건강하고 아름다운 음식문화에 대한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고 수행하고 죽음을 공부하는 수행공동체를 꿈꾼다.

출가 후 세월을 돌고 돌아가고 있는 듯하나 이 삶 역시 꿈을 향해 가는 하나의 징검다리이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스님은 이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인연의 장이 모이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 내용 가운데 일부는 이천시청에서 발행하는 이천소식 7월호에 실렸습니다.


우관스님의 손맛 깃든 사찰 음식 - 마음으로 사계절을 담다

우관스님 (지은이), 스타일북스(2013)


태그:#제철 음식,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우관스님의 사찰음식 보리일미, #우관스님의 손맛 깃든 사찰음식, #이천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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