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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대나무 숲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사실 담양엔 죽녹원과 같은 대숲 말고도 메타세쿼이아 길, 관방제림, 소쇄원, 식영정, 송강정, 명옥헌 원림, 슬로시티 마을과 맛집 등 볼거리·먹거리가 의외로 많다.

또한 의미 있는 문화재도 곳곳에 있어 가끔 찾아가 조용히 머물다 가기 좋다. 산과 바다가 아니어도 하루나 이틀쯤 쉬다 올 만하다. 죽녹원→점심(대통밥)→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 길→소쇄원. 이 정도 일정이면 하루 코스로도 좋다.
  
대숲을 유유히 걷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여유로움을 얻을 수 있는 곳, 죽녹원 ⓒ 이현숙
 
대숲에서 더위를 피하다, 죽녹원

자동차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고 서울에서 담양까지 서너 시간 달리면 죽녹원 앞에 닿는다. 일반적인 축구장의 40배 넓이인 31만㎡의 대숲이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음이온과 상큼한 공기 속에서 쉬는 일은 이 지역 사람들의 행복이고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즐거움이다.
 
죽림욕 산책길을 걷다 보면 군데군데 정자와 쉼터가 마련돼 있어 대숲 그늘의 시원함을 느긋하게 즐겨볼 만하다. 한옥 카페와 체험장도 볼거리다. 죽녹원 대숲 안 미술관에서는 각종 전시회도 열린다. 
  
관방제림의 오래된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걸으면서 유년의 강둑을 떠올린다. ⓒ 이현숙
 
오랜 세월이 묻어난 풍치림, 담양 관방제림(潭陽 官防堤林)

죽녹원에서 이어지는 길 중 꼭 걸어야 할 멋진 길이 있다. 담양 관방제림(潭陽 官防堤林)은 조선 시대에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강둑이다. 약 2Km에 달하는 길에 수백 년을 살아낸 나무들이 풍치림을 이루고 있다. 사람을 편안하고 아늑하게 해주는 맛이 남다른 길이다.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길답게 멋스러움이 특별하다.
 
우리에게 잊힌 듯한 강둑이란 낱말이 정겨운 그 둑길엔 수백 년생 나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푸조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등이 숲을 이룬 모습이다. 몇몇 나무들은 제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노화하고 틀어졌다. 그럼에도 고목들은 철근 장치의 도움을 받으며 여전히 제 몫을 하고 있다. 세월을 견뎌내는 아름다움이 빛을 발해 1991년 11월 27일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다.

이 부근에서 나고 자란 어떤 이가 말한다. 울 엄마가 걸었던 길이고, 내가 걸었던 길이고, 이젠 내 아이가 걷는 길이라고. 그 오랜 역사를 몸으로 느끼는 아련한 눈빛이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유년의 강둑이 있었나 생각해 보게 한다. 퍽 마음에 드는 길을 한참 걸어보았다.
 
둑방길 가로수 그늘을 따라 걸으며 유유히 흐르는 천변 풍경을 내려다보는 여유를 누려볼 시간이다. 죽녹원에서 관방제림에 이르는 거리엔 담양읍을 가로지르는 담양천과 마을 시장이 있으며, 걷는 길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도 있다. 잔디밭도 넓어 축구도 할 수 있다. 관방제림은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 데이트 코스이고, 여행자들에겐 여유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장소다. 
  
담빛예술창고 이층에 올라가 여름이 한창인 창 밖을 내다보며 친구와 도란도란... ⓒ 이현숙
 
휴식과 문화의 공간, 담빛예술창고

관방제림에서 메타세쿼이아 길 쪽으로 내려오면 설화가 있는 조각공원과 함께 근사한 창고형 찻집을 볼 수 있다. 원래는 양곡창고였는데 이제는 담양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일제 강점기 때 양곡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창고를 리모델링해 천정이 높은 복층의 카페로 개조했다. 북카페처럼 도서가 꽂혀있는 서가가 있고, 대나무로 만든 파이프오르간이 전시품처럼 설치돼 있다. 연주하는 시간도 따로 있다. 창고 다른 쪽으로는 전시공간이 있다. 담양 여행 중이라면 오래 묵은 창고의 놀라운 변신을 꼭 찾아볼 일이다.
   
한장씩 인증샷 남기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은 연인들의 필수코스~ ⓒ 이현숙
 
멋진 가로수길에서 인증사진, 메타세쿼이아 길

그리고 거기서 조금 걸어 나오면 누구나 잘 아는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계절에 따른 가로수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곳, 좋아하는 사람과 손잡고 걸어도 보고 사진 촬영도 하면서 멋진 길 위에서 놀아볼 수도 있으니 가볍게 들러보면 좋다.
 
소쇄원을 최고의 원림이라 칭하는 이유는 그곳에 가보면 저절로 안다. ⓒ 이현숙
 
산수가 빼어난 자연스러운 정원

이렇게 노닐었으면 떠나기 전에 빠뜨리지 말고 꼭 들러볼 곳이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소쇄원이 있다. 유홍준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오래 전 이 책을 들고 남도 일대를 여행하며 이곳에 들렀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발걸음한다.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 양산보가 기묘사화(己卯士禍)로 스승 조광조를 잃은 후 벼슬길을 등지고 고향으로 낙향해 살았던 곳이다. 국가 사적 304호로 지정됐다.
 
여전히 그 자리에 건재하고 있는 소쇄원은 나처럼 나이 먹어가고 있었다. 담벼락과 기와, 기둥과 마루, 나무들이 묵묵히 뜨거운 계절을 견뎌내는 모습이었다. 그 마루엔 세월의 흔적이 오후 햇살에 먼지와 함께 올라앉아 있다. 고요함과 한적함의 매력이 여행자의 마음을 빼앗는다. 보길도 부용동과 백운동 별서정원, 그리고 담양의 소쇄원이 호남의 3대 정원이다. 계곡과 사적의 어우러짐이 운치 있다. 

담양은 가사문학의 산실이기도 하다. 또한 그 깊고 그윽한 풍경 덕분에 영화나 CF촬영지로도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대숲의 바람과 운치를 즐기며 대통밥이나 떡갈비의 맛을 보고 곳곳의 멋스러운 곳을 찾아보며 오감 만족을 누릴 수 있다. 더구나 주변 명소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는 아담한 도시여서 마음이 내킬 때 하루쯤 훌쩍 떠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여름의 시원함을 조용히 누리다 가고 싶은 이들에게 담양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이현숙 시민기자는 여행에세이 <잠깐이어도 괜찮아>의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개인 커뮤니티에도 실립니다.

태그:#담양, #죽녹원, #관방제림, #소쇄원, #당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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