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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강생태공원 산책.
 샛강생태공원 산책.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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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같은 서울 지하철 노선 가운데 9호선 전철엔 여행심을 부르는 역들이 많다. 양천향교역, 선유도역, 선정릉역, 봉은사역, 한성백제역... 평일엔 일상으로 오가는 전철역이, 주말이 되면 여행을 떠나고픈 기차역으로 다가온다. 그 가운데 '샛강역'도 눈길을 끄는 곳이다. 산속을 걷다가 만나는 샛길처럼 호기심이 드는 이름이다.

서울에 이런 이름의 강이 있었나? 찾아보니 높다란 빌딩들이 빼곡한 여의도에 자리하고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샛강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샛강과 생태공원은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기도 좋다. 

한강가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다 만나는 여의도 한강공원도 샛강길로 이어져 있다.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여의도에 정글처럼 수풀이 우거진 곳이 나타난다. 75만8000㎡(약 23만 평) 넓이의 샛강생태공원 산책로(7.4km)와 여의도 한강공원을 지나면 여의도 강변을 한 바퀴 돌게 된다.
 
 샛강과 한강이 이어지는 섬 여의도.
 샛강과 한강이 이어지는 섬 여의도.
ⓒ 공원 안내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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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림 속 샛강.
 밀림 속 샛강.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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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이란 '큰 강에서 일부분이 잘려 나가 중간에 하중도(河中島)을 이루고 흐르다 다시 본래의 큰 강에 합쳐지는 강'을 의미한다. 여의도 샛강은 유속이 느리고 수심이 낮은 저습지로 예부터 도심 속 생명체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 

1980년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한강종합개발(1982~1986)을 하면서 샛강은 뒷전으로 물러난다. 여의도 주변에 제방이 조성되면서 쌓인 토사로 샛강의 흐름은 서서히 한강 본류와 단절됐다. 곳곳이 저수지처럼 정체되고 오수와 쓰레기가 고이고 쌓여 악취가 나는 버려진 강으로 전락하고 만다.

생태계 복원과 보전을 위해 마련된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

1997년 샛강 가에 조성한 생태공원은 생태계 복원과 보전을 위해 마련된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이다. 이후 샛강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보물 같은 곳이 됐다. 물가에서 잘 사는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수질을 정화하는 갈대 물억새 등이 모여 사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했다. 샛강생태공원 안내센터에서는 연중 자연관찰 자연놀이 등 시민을 위한 생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여의도 빌딩숲이 바라보이는 숲속 흙길.
 여의도 빌딩숲이 바라보이는 숲속 흙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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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빨간 댕기동자 해오라기.
 눈 빨간 댕기동자 해오라기.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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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로엔 한강에서도 만나기 힘든 흙길이 많아 저절로 자전거에서 내려와 걷게 된다. 걸음걸음이 한결 경쾌하고 기분좋다. 버드나무숲 공간이 따로 있을 정도로 버드나무가 가장 많지만, 맛난 열매 오디를 선사해주는 뽕나무, 찔레꽃 피우는 찔레나무 등 여러 나무들이 살고 있다. 

얼마 전엔 공원에 사철나무 묘목 2천 그루를 심었는데 사철나무는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과 봄에 푸르고, 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라고 한다. 빌딩과 차량이 많은 여의도의 공기를 정화시켜 주는 산소같은 공원이지 싶다. 

공원에는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해 벤치와 매점은 물론, 동식물들의 휴식과 수면을 위해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다. 공원엔 창포원, 물억새군락, 해오라기숲 등이 있어 산책로가 다채롭다. 해오라기는 귀엽게도 머리에 댕기가 달려 있으며 재밌게도 눈이 충혈 된 듯 빨개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시원한 그늘과 맛난 열매를 내어주는 뽕나무.
 시원한 그늘과 맛난 열매를 내어주는 뽕나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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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뽕나무 열매 오디.
 뽕나무 열매 오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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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금계국 개망초 등 예쁜 여름꽃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 뽕나무 열매 오디를 능숙하게 따먹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재미로 몇 개 먹는 게 아니라 아예 나무줄기를 당기면서 밤나무에서 밤을 털 듯 오디를 따는 게 아닌가.

열매를 너무 많이 따시면 공원에 사는 동물들이 먹을 게 없어 굶게 된다고, 용기를 내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아저씨는 무안하거나 화난 표정이 아니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네... 고맙습니다!"

윗물인 한강이 김포와 잠실에 설치한 수중보에 갇힌 수조 같은 강이다 보니 물이 흐르지 않아 샛강생태공원의 물도 탁하다. 탁한 물속에서 사는 어른 종아리만한 잉어들의 강한 생명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다행히 인근 지하철역에서 맑은 지하수물이 수로를 통해 콸콸 흘러 들어와 샛강을 살리고 있었다.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에 의하면 밀물과 썰물 변화에 따라 한강에서 강물이 유입되면서 비로소 흐르는 강이 된다고 한다. 
 
 샛강생태공원의 전망대 샛강교.
 샛강생태공원의 전망대 샛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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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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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생태공원을 지나다보면 머리 위로 높다랗게 이어진 샛강교를 만난다. 물이 흐르듯 구불구불한 모양의 도보용 다리로 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샛강 위로 낮게 날아다니는 새들 모습이 멋지게 펼쳐진다. 신길역(1, 5호선)에 내리면 샛강교가 바로 나온다.

샛강생태공원길은 자연스레 여의도 한강공원과 이어진다. 여의도는 원래 한강의 모래톱이 쌓이고 쌓이면서 형성된 섬으로 이름의 유래가 재밌다. 모래땅으로 된 섬이 쓸모가 없어 누가 가져도 관심이 없다는 뜻에서 '나의 섬' '너의 섬'하고 말장난처럼 부르던 것이 한자화돼 여의도(너汝, 어조사矣, 섬島)가 되었다고 한다.

한강 여의도공원은 강변공원 가운데 국내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너른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눕거나, 강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한강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 야외공연장, 푸드트럭(Food Truck) 야시장, 자전거와 텐트 대여소, 발담그며 앉아 쉬어가기 좋은 물빛공원 등 놀거리도 많다.

* 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 02) 3780-0571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sunnyk21.blog.m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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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