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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표지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표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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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이자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지식인으로 우뚝 선 '지리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그의 인생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1950년대 후반 생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따려던 과정에서 실패를 맛보고 과학자로 계속 살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학자의 길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아버지와의 진심 어린 대화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80년의 연구 방향 전환과 2000년의 이혼이라는 큰 위기도 있었다고 전한다.

그는 예컨대 이런 류의 개인 위기라는 렌즈를 통해 국가 위기를 보는 게 유익하다고 말한다. 국가와 개인이 엄연히 다르다는 걸 아주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역사학자에게는 개인 위기가 더 친숙하고 이해하기도 쉽다는 것, 학자들이 찾아낸 개인 위기 연구 성과 12가지 요인이 국가 위기에서 비롯된 결과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요인을 찾아내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 연구자로서 연구목적과 방법에 철저하기 위한 방안임과 동시에, 철저히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높은 교양서를 집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최신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김영사)로 몇몇 국가들의 과거와 현재의 위기를 들여다보고 그에 대응한 선택적 변화를 비교했다. 그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분명, 그가 제시한 국가들의 과거와 현재 위기 면면들이 너무 쉽게 다가오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즉, 익히 들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 사실들 자체에 주목한 게 아니라 사실들에서 도출된 '위기'의 면면들에 주목했다.

나아가 개인 위기와 결을 같이하는, 국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요인 12가지도 제시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책임의 수용,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울타리 세우기,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국가 정체성, 정직한 자기평가,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위기,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 국가의 핵심 가치,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국가의 위기와 선택과 변화

책은 3부,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곧 1장인데, 앞에서 언급한 개인 위기를 다룬다. 2부는 2~7장으로, 6개 국가의 과거 위기를 다룬다.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이상 호주)가 그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의 과거 위기 양상은 다시 두 나라씩 짝지어져 있다. 3부는 8~11장으로, 일본과 미국 그리고 세계의 현재 위기를 다룬다. 2장부터 11장까지 공통적으로, 장의 마지막에 '위기의 기준틀'이라는 소제목으로 주지한 12가지 요인에 맞춰 국가 위기를 들여다보며 요약·정리한다. 

2부의 2장부터 차례대로 간략히 들여다보자. 핀란드와 일본은 외부 충격으로 급작스럽게 위기를 맞은 사례다. 1939년 11월 30일 소련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위기를 맞은 핀란드, 엄청난 손실을 입었지만 독립을 유지한다.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핀란드는 독재국가 소련의 신뢰를 얻어 살아남기 위한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지금은 부유한 산업국가가 되었다. 1953년 7월 8일 미국 함대의 출현 이후 일본은 지배 체제가 전복되고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일본만의 전통적 특징도 보존하였기에 고유한 특징을 지닌 부유한 산업국가로 살아남았다.

칠레와 인도네시아는 내부 요인으로 급작스럽게 위기를 맞은 사례다. 1973년 9월 11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가 군부 쿠데타로 전복되었다. 이후 쿠데타 지도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십 수 년 동안 권좌에 머물렀다. 칠레는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자랑했지만, 한순간에 가학적 독재 정부로 전락했다. 1965년 10월 1일 인도네시아 쿠데타는 이후 생각지 못하게 흘러갔다. 쿠데타를 진압한 세력이 쿠데타를 지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력을 학살한 것이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군부 독재가 이어진다. 

독일과 호주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스트레스로 점진적 변화 또는 위기를 맞은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나치 유산, 계급 충돌, 동서독 간 정치분할 등의 문제에 시달렸다. 세대 충돌, 지리 제약, 나치 화해 등의 변별적 선택 변화로 위기를 해결했다.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는 국가 정체성 위기 문제에 시달렸다. 영국과 백인이라는 정체성이 지리와 외교와 국방과 경제와 인구 등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백호주의(백인호주주의)'를 채택했는데, 결국 선택적 변화로 백호주의를 폐지했다. 

일본과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직낙하한 경제라고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중 하나인 일본, 하지만 일본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구가 가장 크고 근본적인 문제이고, 아울러 과거사와 정부부채와 자원관리 등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보았다. 여전히 비교불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 첨예한 정치적 양극화 현상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양극화가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나의 경험, 우리나라의 사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책을 통해, '위기'란 긴 간격으로 드물게 일어나는 극적인 변동이라고 말한다. 빈도와 기간과 영향력에 따라 위기를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또 다소 빈번하게 일어났던 작은 전환점 경험을 부인하지도 않지만, 이 책에서 채택한 위기는 빈도와 기간과 영향력 면에서 매우 중대했다. 그가 그동안 많은 저작물들을 내보이면서 추구한 폭넓고 축약적인 방법론을 이번 책에서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수준 높은 교양입문서로 손색없다. 

그가 개인 위기에서 출발해 국가 위기로 나아갔듯, 나의 경험을 대조해보고자 한다. 지극한 개인 위기는, 30대 중반인 지금까지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좀 더 흐른 시점에서 돌아본다는 가정 하에, 군 제대 후 대학교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몇 년 동안 복학하지 않았던 20대 중반 또는 10여 년 가까이 2곳의 회사 생활을 하며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뼈저린 통감을 하곤 실행에 옮긴 지금 30대 중반이지 않을까 싶다. 

한편, 사회국가 위기와 개인 위기가 맞물려 닥친 사례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이 아닐까 싶다. 완연한 어른이 된 후 처음 겪는 미증유의 사태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고 국내 사태로는 처음인 듯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재(人災), 15년 여 전 1993~1997년까지 이어진 일련의 재앙적 사고들이 떠오른다. 거기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이 있다. 그 종착점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위기 중 하나로 기억될 1997년 12월 3일 'IMF 외환 위기'일 것이다. 

우린 아직 IMF 외환 위기의 유산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는 못했다 또는 못했다고 한다.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경제 위기는 이어질 것이기에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제시한 국가 위기 중 칠레와 인도네시아의 내부 요인에 의한 위기 이후 모습이 그리 좋지 않은 것처럼 우리나라가 직면했던 위기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핀란드나 일본, 독일이나 호주처럼 확고한 정책 시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일본과 미국이 직면한 문제들이 고스란히 지금의 한국에도 통용되는 불행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현대사 내내 국권침탈, 남북분단, 6.25전쟁, 쿠데타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위기를 겪었다. 모두 <대변동>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예로 든 국가 위기들에 맞먹는다. 그 결과 위기를 기회의 원조로 삼으며 위기-선택-변화로 이어지는 단계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그저 위기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게 될 때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하고자 하기 전에,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은이), 강주헌 (옮긴이), 김영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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