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 포스터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타노스가 인구의 절반을 없앤 '인피니티 워'와 5년 후 사라졌던 사람들이 돌아온 '엔드게임'으로 세상은 변했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는 어벤져스의 멤버로 타노스와 싸워 승리를 거두었지만, 소중한 동료를 잃고 슬픔에 빠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피터는 슈퍼히어로의 임무를 내려놓고 MJ(젠다야 콜맨 분)와 로맨스를 꿈꾸며 학교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빌런 '엘리멘탈'이 나타나며 유럽 전역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위험에 처한 피터를 강력한 힘을 지닌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 분)가 돕는다. 쉴드의 국장이었던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는 피터에게 핑거스냅으로 생긴 차원의 구멍에서 넘어온 존재 미스테리오와 협력하여 엘리멘탈에 맞서자고 제안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인피니티 사가'의 빌런 타노스는 사라졌다. 하지만, 인티니티 사가의 '페이즈 3'(※<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까지를 페이즈 1, <아이언맨 3>부터 <앤트맨>까지를 페이즈 2로 구분한다. 페이즈 3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시작한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페이즈 3의 마지막 작품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라고 밝혔다. 왜 마지막 작품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일까? 그것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후일담을 담은 '끝'이자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란 걸 암시하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의 한 장면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스파이더맨이 유럽 여행에서 겪는 모험과 자신의 멘토였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파이더맨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나오는 슈퍼히어로 가운데 유일한 10대 청소년이다. 당연히 <스파이더맨> 솔로 무비는 청춘물의 색채를 띠고 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10대의 '시선'으로 달라진 세상과 슈퍼히어로를 본다. 더불어 10대의 '성장'으로 슈퍼히어로 장르를 해석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부터 8개월이 흐른 후를 다룬다. 영화의 도입부엔 10대 청소년들이 제작한 슈퍼히어로 추모 영상이 나온다. 이어서 핑거스냅으로 사라졌던 사람들이 5년 후 돌아온 상황을 들려준다. 영웅의 죽음과 세상의 혼란 등 무겁게 흐를 법한 전개이나 영화는 10대의 시선으로 가볍게 '엔드게임'의 다음 장을 풀어가는 영리함을 발휘한다.

1편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부제 '홈커밍'은 '귀향'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미국 고등학생들의 연례행사인 '홈커밍파티'를 뜻한다. 그동안 판권 문제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합류하지 못했던 스파이더맨을 환영하는 의미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부제인 '파 프롬 홈(집으로부터 멀리)'는 집이 있는 뉴욕을 떠나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체코 등 세계 전역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상황을 반영한다. 한편, 토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슈퍼히어로의 운명을 벗어나고 싶은 속내도 투영되어 있다. 배우 톰 홀랜드는 "이번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고 말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의 한 장면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10대의 입장에서 슈퍼히어로가 갖는 무게감을 느낀다. 세계는 아이언맨을 그리워한다. 그를 멘토로 여겼던 스파이더맨은 누구보다 애통에 빠진다. 동시에 아이언맨의 뒤를 잇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에 부담감을 느낀다. 연출을 맡은 존 왓츠 감독은 "지난 영화에서 피터 파커는 슈퍼히어로로 활약하고 싶어 했지만, 세상은 그를 만류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세상이 그를 필요로 하게 된다."고 작품을 설명한다.

스파이더맨에게 아이언맨은 멘토이자 아버지와 다름이 없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처음 등장한 <시빌 워>, 솔로 무비인 <스파이더맨: 홈 커밍>, 타노스와 함께 싸우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스파이더맨은 마치 아버지를 닮고 싶어 하는 아들, 또는 아버지의 든든한 울타리를 믿는 아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토니의 죽음을 목격하자 스파이더맨은 바뀐다. 이제 영웅이 되길 피하려고 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의 한 장면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토니의 그늘과 상실의 슬픔을 벗어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액션 장면과 스파이더맨의 슈트로 보여준다. 적과 싸우는 몇 차례의 액션 시퀀스엔 스파이더맨이 환영과 맞서는 대목도 나온다. 적은 스파이더맨의 파괴된 내면을 환영으로 공격한다. 적이 만든 환영 속에서 스파이더맨은 자기 자신과 싸우거나 망가진 아이언맨 슈트를 마주한다.

슈트를 이용한 정체성의 묘사는 <아이언맨 3>과 비슷하다. 강력한 적들에게 공포를 느끼며 슈트에 집착하던 토니는 추락하고 나서야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슈트를 벗어난 토니는 "나는 아이언맨이다."고 선언한다.

원래의 슈트 대신에 검정색 슈트를 입는 피터에겐 스파이더맨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엿보인다. 피터는 슬픔, 부담감, 죄책감 등을 이기고 토니가 주었던 슈트가 아닌, 자신만의 슈트를 만든다. 토니를 극복하고 "나는 스파이더맨이다."라고 선언한 셈이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의 한 장면

▲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혼란스러운 세계와 새로운 영웅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통해 아이언맨이 없는 세상에서 "누가 다음 아이언맨이 될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로맨스, 유머, 액션, 모험이 혼합된 10대 청춘 영화 안에서 해답을 찾는다. 마블은 제2의 아이언맨이 아닌, 제1의 스파이더맨, 상실과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슈퍼히어로, 앞선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신념을 페이즈 3, 나아가 인피니티 사가의 마침표로 찍었다.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2개의 쿠키 영상은 다음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방향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2개의 쿠키 영상이 조작된 뉴스와 복제 등 진짜와 가짜를 다룬다는 사실이다. 진짜와 가짜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관통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신념과 가치, 냉전 시대, 과학과 무기, 분열과 대립, 흑인, 여성, 이민자 문제 등 미국 사회의 문제를 다양한 장르 형태로 은유했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사람들은 믿을 게 필요해."란 대사를 들려주고 쿠키 영상에서 가짜뉴스를 보여준 점은 의미심장하다. 아마도 실마리는 페이즈 4의 출발인 <블랙 위도우>와 <이터널즈>가 알려줄 것이다.
스파이더맨 존 왓츠 톰 홀랜드 사무엘 L. 잭슨 제이크 질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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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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