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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코밍을 아시나요?

'비치코밍(beachcombing)은 해변을 뜻하는 '비치(beach)'와 빗질을 뜻하는 '코밍(combing)이 합해진 말이다. 말 그대로 바다를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을 '비치코머(beachcomber)'라고 한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여러 차례 비치코머가 되어 바다 쓰레기를 주우러 가본 적이 있다. 때론 바다에 산책을 갔다가 밟히는 쓰레기를 보다 못해 주운 적도 있다. 이번에 <바다를 살리는 비치코밍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어 읽어 보았는데 함께 나누고자 이 글을 쓴다. 
 
2017년 처음으로 비치코밍데이에 참석해 쓰레기를 주웠다.
▲ 2017년 비치코밍데이 2017년 처음으로 비치코밍데이에 참석해 쓰레기를 주웠다.
ⓒ 손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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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화덕헌 대표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에서 '바다상점'을 운영하는 에코에코(eco-echo) 협동조합의 대표이다. 내가 비치코머가 되어 본 경험 또한 에코에코 협동조합의 주최로 열리는 비치코밍 축제에서이다.

열한살, 아홉살 난 아들 둘에게 환경을 살리는 작은 행동들이 교육으로서가 아닌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기에 어렵게 설명하려 들고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하루 세 끼 밥을 먹듯, 내가 만들어 낸 쓰레기는 내가 당연히 치울 줄 알아야 하고, 밥 한그릇의 밥알 2천~3천개가 내 앞에 놓이기까지 농부의 수고로움을 아는 사람이길,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디로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는 와중에 마침 어린이를 위한 책이 출간되어 아이들에겐 우리가 해 온 비치코밍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의미를 알아가는 정리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저자 화덕헌 이한울 / 썬더키즈
▲ <바다를 살리는 비치코밍 이야기> 저자 화덕헌 이한울 / 썬더키즈
ⓒ 손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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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침 아이와 함께 우연히 우리밀 생산량이 많이 부족하고, 소비도 적으며 그렇게 된 배경으로 수입밀가루가 들어오게 된 이야기, 농약이야기, 농약으로 땅이 죽어가고, 자연이 죽어가는 이야길 하며 아침식사를 했다.

이야기는 환경과 관련하여 김해 봉하마을의 손모내기, 벼베기 체험은 물론 반딧불이 체험 이야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학교에 가는 길에 아이가 물었다.

"그런데 옛날 어른들은 왜 그렇게 했어요?"

질문에 당황한 나는 대답했다. 그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처 몰랐고, 때론 어른들이 알고도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혹은 잘못된 판단으로 나쁜 일을 하게 되기도 한다고. 우리가 건강한 우리밀을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우리땅에서 나는 우리 몸에 좋은 것들을 손쉽게 먹지 못하고 찾아 먹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엄마 또한 어른으로서 사과했다.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되었을때, 네가 결혼을 해서 너의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네 아이에게 반딧불이를 보여주고 싶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지 늘 생각하며 실천하자고 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정말 무시무시한 재앙이에요. 그리고 그 재앙은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거예요. 어른들이 만들고, 어른들이 함부로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큰 근심거리를 주게 되어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요. 지금부터라도 우리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심을 갖는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거든요."

저자 또한 책의 서문에서 어린이들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나와 내 아이들같이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이상의 문제이다.
 
"이처럼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해운대에서만 대책을 세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아. 우리 아빠 말로는 과잉 생산되고, 낭비되고, 잘못 소비되는 방식의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도 문제라고 하셨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고, 생산 방식과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수질이 걱정된다며, 집집마다 정수기를 들이고,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를 사마신다.
공기가 나쁘다고 집집마다, 심지어 한 집에 몇 개씩 공기청정기를 가지고 있다. 일회용 마스크를 온 가족이 매일마다 써댄다. 건조하다고 가습기를 쓰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터졌다. 

나열하기도 벅찰 만큼 우리는 플라스틱과는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 당장 싱크대 문을 열고 플라스틱 용기들을 버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쉽게 저렴하게 마구 써온 플라스틱들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생선, 새우, 조개, 그리고 특히 소금은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즐겨 먹는 것들이지. 이 모든 식품 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으니 앞으로는 "식사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인사말을 "플라스틱 맛있게 드셨어요?"로 바꾸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된 거지. 이렇게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작은 플라스틱에는 바닷속 화학물질이나 독성물질이 잘 달라붙어. 마치 자석이 쇳조각을 끌어당기거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작은 플라스틱은 해로운 물질을 끌어당긴다고 해."
   
우스갯소리지만...
▲ 플라스틱 맛있게 드셨어요? 우스갯소리지만...
ⓒ 손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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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결혼할 때 구입했던 진공청소기를 8년 사용하고 AS를 받아도 해결이 되지 않아 버렸다. 그러면서 3년을 빗자루질을 하고, 손걸레질을 하며 살았다. 고백하자면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의 모래는 죄다 우리집으로 퍼오나 싶을 정도로 매일마다 손바닥만큼의 모래를 쓸어야 했다. 빗자루는 아무리 조심스레 쓸어도 폴폴 날리는 먼지를 감쪽같이 흡입해주지 못했다. 손아귀도 아팠다. 

그냥 청소가 너무 힘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무얼 위해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나는 3년 만에, 늙어가는 내 나이를 핑계로 진공청소기를 구입하고 말았다. 사실 한 이틀 기쁘고 행복했다. 하지만 이내 내가 졌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불편한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사람이 불편한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선가 냉장고 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는데, 도를 닦기 위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에 들어가 살 것도 아니고, 원시시대 체험을 하는 것도 아니다. 에너지를 마구 쓰고, 가진자들이 편안한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린이와 함께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바다를 살리는 비치코밍 이야기 -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를 구하라!

화덕헌 (지은이), 이한울 (그림), 썬더키즈(2019)


태그:#해운대 , #비치코밍, #플라스틱쓰레기 , #에코에코협동조합, #바다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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