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무거운 상품을 운반하고 진열하는 작업에 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형마트 노동자 40%는 입고물품 박스에 중량 제한을 두고 소포장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무거운 상품을 운반하고 진열하는 작업에 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형마트 노동자 40%는 입고물품 박스에 중량 제한을 두고 소포장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마트산업노조

관련사진보기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연령대가 40~50대 중후반이다. IMF를 겪고 모두 직장생활, 즉 맞벌이에 뛰어들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회사, 삐까뻔쩍한 건물, 깔끔하게 진열된 물건, 친절한 서비스 뒤에는 최저임금을 받는 마트노동자들이 있다.

우리는 매장과 후방(창고)을 오가며 끊임없이 물건을 진열하고 높아진 곤돌라(진열대) 때문에 무거운 박스를 들고 사다리를 오르내려야 한다. 하지정맥류,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척추옆굽음증(척추측만증) 등은 마트에서 일한 노동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다. 일은 많고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다니는 우리는 최저임금 노동자이다.

고등학생, 대학생 두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내 동료 중에는 남편이 사고로 먼저 떠나고, 혼자서 고등학생, 대학생인 아이 둘을 키우는 가장이 있다. 10년이 넘도록 일했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인 월급으로 생활을 꾸려가야 하고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오르는 집값, 물가 때문에 매번 이사를 해야 했다. 학원 한 번 못 보내 미안한 아이들에게 학교마저 옮겨 다니게 만들어야 했다. 수산 코너에서 일하면서 손이 기형적으로 변형됐지만 병원 한 번 갈 수 없는 형편이다.

16년을 다닌 동료는, 남편이 사업하던 회사가 부도로 빚을 많이 지게 되면서 마트에 입사하게 되었다. 남편은 일용직으로 근무해 수입이 불안정하고, 본인의 월급을 주수입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최저임금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교육비 등 자녀의 뒷바라지를 못 해주는 것에 괴로워하며 자책을 할 때면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또 다른 동료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남편은 병환이 깊어 일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이 동료는 6명 식구의 가장이지만 마트에서 일해서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이다.

동료들의 이런 이야기는 끝이 없다. 최저임금 노동자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어려움이며, 마트 노동자들이 그저 '반찬값을 벌러 나왔다. 취미 삼아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마트노동자를 부러워하는 노동자들

더 최악인 것은 같이 일하는 협력업체 언니들은 우리(직영노동자)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빅3마트라고 불리는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에는 모두 민주노조가 있다. 직영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힘으로 회사의 최저임금인상 무력화 꼼수를 어느 정도 막아냈다.

하지만 50만 마트노동자 중에 35만 명의 협력업체 노동자, 외주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 임금은 하나도 인상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한 인력감축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근로시간·근무일수 단축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무력화됐고 노동강도는 더 강화됐다.

실례로 대형마트 협력업체 H사 직원들은 2018년부터 매년 1시간씩 줄어 현재는 1일 6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또한, 무기계약직임에도 사실상 해고가 자유롭게 이뤄졌다. 이로 인하여 어떤 직원은 2개의 매장을 4시간씩 근무하며 식사시간을 이동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이러한 회사들의 꼼수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재벌과 보수언론들은 마치 최저임금 인상으로 회사가 망하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모든 책임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고 있다.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950조 원에 달하고, 이는 최저임금노동자 약 5500만 명의 연봉과 같다. 겉으로는 '최저임금 탓 경제위기'를 주장하며 우는소리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천문학적인 막대한 부를 챙기며 웃음 짓고 있던 것이다. 이래도 경제위기가 최저임금 때문인가?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의 끝없는 탐욕이다.

회사는 늘 어렵다고 말하지만 빅3마트는 여전히 수천 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있는 멀쩡한 대기업 회사다. 반면에,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직영, 협력, 외주하청, 특수고용 등 고용형태가 제각각이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최저임금을 받는다. 지금은 최저임금이 마트노동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임금이 되었다.

최저임금은 법률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이어야 한다. 최저임금 8,350원이 과연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임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정미화 기자는 마트산업노조 서울본부장입니다.


태그:#최저임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