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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성남시장이 24일 오전 오마이 TV 방송 '이민선 기자의 캐논슛'에 출연, 광주 대단지 이야기를 담은 책 <스무발자국(김달, 박승혜 저)>을 소개하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24일 오전 오마이 TV 방송 "이민선 기자의 캐논슛"에 출연, 광주 대단지 이야기를 담은 책 <스무발자국(김달, 박승혜 저)>을 소개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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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못살겠다, 일자리를 달라."

해방 이후 최초의 빈민 투쟁으로 알려진 '광주 대단지 사건' 당시 주민들이 내건 구호다.

광주대단지 사건은 지난 1971년 8월 10일 서울에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현 성남 수정·중구 일대)으로 이주한 주민 수만 명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일이다. 주민들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해 경찰차가 파손되고 경찰 등 1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주민에게 사과하고 요구 조건 수용을 약속하면서 시위는 3일 만에 진정됐다.

성남시가 광주대단지 사건의 의미 등을 조명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성남시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등지원에관한조례'를 만들어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 4일 상임위를 통과했고 26일 본회의도 통과했다.

지난 24일 은수미 성남시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생방송 인터뷰(youtu.be/T56-p4PxbFw)에서 "광주대단지 사건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은 시장은 "살기 위해서 벌인 생존권 투쟁이었는데 그 당시 구속됐던 21분(무죄 판결 받은 1명을 제외한 2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의 사면복권이 안 됐다"며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이 분들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행정안전부와 국회에 이 자리를 빌려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광주대단지 사건, 아직 알려지지 않아"
 
70년대 성남 은행동
 70년대 성남 은행동
ⓒ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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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11월 28일 성남단지 확장공사(수진리고개)
 71년 11월 28일 성남단지 확장공사(수진리고개)
ⓒ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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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정희 정권은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무허가 주택 등 도심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 거주민을 경기도 광주의 대단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은수미 시장과 성남시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은 군용트럭에 실려 낯선 땅 광주에 부려지듯 내려졌다. 발 뻗고 잘 집은 고사하고 변변한 화장실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얼어 죽을 수 없어 주민들은 그곳에 천막을 치고 칼바람 몰아치는 겨울을 버텼다.

추위보다 더 고통스러운 배고픔이 찾아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터무니없이 높은 땅값이었다.

은 시장은 "박정희 정권이 책정한 땅 값은 평당 자그마치 8000원에서 1만6000원이었다. 당시 서울 종로구 땅값(남산 지역보다 높은 땅값)을 이주민들한테 내라고 한 것이다. 그 당시 광주대단지 땅 시세는 1000원 정도였다. 그것도 일시불로 납부하라고, 납부 안하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고. 그래서 주민들이 저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지정기일(50일 이내)까지 땅을 사서 이주민 주민등록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주민 자격을 박탈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구속 시위 주동자, 아직도 명예 회복 안 돼
  
71년 9월 13일 경기도 성남 출장소 개소식
 71년 9월 13일 경기도 성남 출장소 개소식
ⓒ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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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성남 종합시장
 70년대 성남 종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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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박정희 정권과 일부 언론에 의해 폭동 또는 집단 난동으로 매도됐다. 시위 주동자 21명을 구속 수사했고, 시위에 참여한 주민 역시 폭도로 낙인찍혔다. 당시 구속자에 대한 명예 회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성남시는 조례안에서 광주 대단지 사건을 "서울특별시가 무허가 주택 철거 계획에 따라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일대로 강제 이주당한 주민들이 1971년 8월 10일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 정책과 졸속행정에 항의해 생존권 투쟁을 벌인 사건을 말한다"라고 정의했다.

또 성남시는 "성남시 생성의 결정적 계기가 된 광주대단지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기념사업과 문화·학술 연구 등을 통해 성남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이 조례의 목적이 '진실조사와 재조명'임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사업은 광주 대단지사건 기념사업과 사건과 관련한 조사·연구 등이다. 성남시가 직접 시행할 수도 있고, 이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을 이끌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있다.

광주 대단지 사건은 성남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에 따른 실업문제 등 자본주의사회의 구조적 모순인 도시빈민문제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을 굴복시켰다는 데에 상징적 의미를 두기도 한다.

태그:#광주대단지, #은수미,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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