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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대우조선해양 전경.
 거제 대우조선해양 전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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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현장실사를 미루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심사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가 국내외 결합심사에 대응하는 투쟁에 나선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팔기로 하고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서류심사를 해왔고, 지난 6월 3일부터 14일까지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에 대해 현장실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실사는 노조에 막혔다. 현장실사단이 3일과 12일 두 차례 옥포조선소 출입을 시도했지만 무산되었던 것이다. 대우조선지회는 옥포조선소 정문을 비롯해 6개 출입문을 막고 '봉쇄 투쟁'을 벌였다.

현장실사단이 대우조선지회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대우조선지회는 "매각 철회 없이 대화 없다"고 했다. 현장실사단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진만 만나고 돌아갔으며, 현장실사가 무산되자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사려면 국내외 결합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업 인수합병에 따른 독과점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7월초 공정거래위원회에 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결합심사 과정을 거치고 나면 유럽(EU)과 일본, 중국 등 9개국의 관련 당국에 신고해 심사 과정을 밟는다.

국내 공정위원회와 해외 심사는 올해 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본계약 체결 뒤 해왔던 대우조선해양 서류(서면)실사를 바탕으로 결합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현장실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현장실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대우조선 매각 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경남대책위'는 현장실사뿐만 아니라 결합심사 대응 투쟁에 나섰다.

대우조선지회는 "현대중공업의 현장실사를 전체 노동자의 강고한 투쟁으로 막아냈다"며 "매각 반대 투쟁 승리를 위해 국내외 결합심사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대우조선지회는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현장실사 연장을 협의하겠다며 아직 현장실사에 대한 강한 미련이 남아 있으나, 당장 실사가 다시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별 결합심사와 국제 결합심사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우조선지회는 "투쟁 동력을 집중하기 위해 각 문(6개)에 설치된 천막 농성장을 잠시 중단하고, 이후 현장실사단의 움직임에 따라 각 문 사수대와 천막농성장을 재배치"하기로 했다.

거제범시민대책위는 옥포조선소 정문 천막농성을 계속한다.

대우조선지회 하태준 정책실장은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움직임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외 결합심사에 대응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현대중공업의 현장실사단이 6월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대한 현장실사에 나서자,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주총 무효", "특혜 매각 반대"라고 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현대중공업의 현장실사단이 6월 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대한 현장실사에 나서자,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주총 무효", "특혜 매각 반대"라고 쓴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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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책위 김정광 집행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은 현장실사를 하지 않고 서면실사만으로 결합심사를 받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현장실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며 "거제를 비롯한 경남 전체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계의 발전을 위한 '경남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협의회'가 조만간 발족한다. 민관협의회에는 경상남도, 창원시,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뿐만 아니라 각 회사와 민주노총‧한국노총 경남본부, 경남대책위 등이 참여한다.

김정광 집행위원장은 "지난 몇 년 사이 조선업이 수주 절벽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수주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조선업 발전을 위해서는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며 "민관협의회에서는 조선 업체의 독자 생존 등 여러 방안들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절차 중단을 제시했던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6월 1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변 시장은 "대우조선해양과 지역경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협력사들의 지속성장 등 신뢰할 수 있는 대안 없는 일방적 매각 절차 진행에 대해 지역사회 우려가 크다"고 했다.

변 시장은 "일방적 매각 절차 중단과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거제시에 따르면, 이날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현대중공업 측에서 기업결합심사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경쟁국 심사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현대중공업이 지난 5월 31일 했던 '물적분할 임시주주총회'가 법적 판단을 받게 되었다.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우리사주와 김종훈 국회의원(울산동구)을 비롯한 일반주주 등 463명(7만 7000주)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현대중공업 날치기 주총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냈다.

태그:#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산업은행, #변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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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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