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서 KBS <일요진단 라이브> 앵커

박태서 KBS <일요진단 라이브> 앵커 ⓒ KBS


1999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해 매주 일요일 아침 시청자들과 만나온 KBS 1TV 대담프로그램인 <일요진단>이 최근 생방송으로 전환하고 타이틀도 <일요진단 라이브>로 바꾸었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일요진단 라이브>는 여야 정치인이 출연하는 '정치토크' 코너와 정부 부처 장관이나 전문가가 출연해 대담하는 '정책진단' 등으로 채워진다.

앵커는 <뉴스타임> 진행과 KBS 뉴욕 특파원을 지냈던 박태서 기자가 맡았다. <일요진단 라이브> 진행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박 앵커를 만났다. 다음은 박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일요진단 라이브>로 개편한 뒤 방송을 2회 하셨잖아요? 대담 프로 진행은 처음이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공식 대담 프로그램 진행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작년 지방선거 때 출구조사 분석하는 대담프로를 제가 진행했죠. 그리고 올해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 때 문정인 교수, 박지원 의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세 분 모셔 놓고 특별 대담을 했어요.  정기적이진 않지만, (과거에) 대담 진행을 해봤기 때문에 대담이 생소하진 않아요."

- 진행을 해보니 어떤가요?
"이 프로그램은 1999년에 시작했는데 20년 만에 처음으로 생방송으로 제작하게 됐어요. (과거엔) 녹화 때 NG 나면 다시 촬영했는데, 이건 생방송이라 돌발상황이나 예기치 않은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부담은 있죠. 그러나 녹화 방송은 대개 이틀 전 진행되니, 살아있는 소식 전하는 데 한계가 있었죠.

그런데 이건 생방송이라 바로 직전 소식까지 포함된 살아있는 뉴스를 반영해 진행할 수 있어요. 나름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가장 최신 소식을 전할 수 있고, 또 뉴스 중심의 인물을 초대해서 이 사람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죠. 더불어 정치권에 어떤 소식이 있는지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게 강점이겠죠."

"앵커가 궁금한 걸 묻는 방송은 좋은 프로그램 아니야"

- 오전 8시 방송인데, 힘들진 않나요. 방송일이 휴일이기도 하고...
"예전 아침 뉴스 진행할 때와 비교하면 그렇게 많이 힘들다는 생각 안 해요. 아침 뉴스 진행할 땐 새벽 4시 즈음 일어났지만 지금은 그렇게 빨리 일어날 필요 없거든요. 물론 휴일 아침, 쉴 시간 진행해야 하니 피곤할 수 있죠.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는데 이걸 방송하려면 토요일 오후부터 스태프들과 회의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토-일 제대로 못 쉰다는 점은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KBS가 이 프로그램에 대해 나름 기대하고 있고 저도 이 프로그램을 잘 진행해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부분(피곤함)은 제가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 진행을 맡기 전엔 대담 프로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대담 프로는 전문가나 해당 부처 장관이랄지, 정치인 등을 불러서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거잖아요? 기존 대담 프로가 시청자들의 기대나 관심을 얼마나 충족시켰는지에 대해 방송사별로, 또 시청자들 간에 평가 기준이 있겠죠. 저 역시 나름의 기준이랄까 시각이 있긴 하죠."

- 기준이 뭔가요?
"저는 앵커가 궁금한 걸 묻는 건 좋은 대담 프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청자와 국민이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걸 대신 물어보는 게 좋은 진행자고, 그게 좋은 대담 프로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 예를 들면, 첨예하게 이슈가 충돌하는 경우 사람들이 이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도록 유도해주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구난방식으로 출연자들이 대립하기만 하고 무슨 이야기 하는지 시청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좋은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봐요. 사람들이 판단을 정확히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은 대담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배로 때지면 조타수죠.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 국민이 궁금해하는 걸 묻는 게 좋은 대담 프로라고 했는데, 국민이 궁금해 하는 지점을 어떻게 파악하나요?
"매체에 보도된 부분을 많이 볼 수밖에 없죠. 늘 보고 읽어도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보고 관찰하고 듣고 열람하고 검색하는 게 진행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둘째는 기회 될 때마다 관련 전문가들을 틈틈히 만나는 게 진행자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해당 분야 사람을 많이 만나야 이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겠죠. 그래야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뭔지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제가 판단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 토론 프로와 대담 프로의 차이는 뭐라고 보세요?
"참고로 <일요진단 라이브>는 토론 프로그램 성격도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정치 현안 얘기할 땐 각 당 대변인이나 여야 정당 출신 정치인을 한 분씩 모시는데, 이 분들은 대개 정치 쟁점에 관해 서로 상이한 생각을 가지고 계실 거 아니에요. 특정 주제에 대해 이 사람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또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이야기하며 토론 형식으로 진행해요. 

돌아오는 일요일(16일) 방송에선 정년 연장을 가지고 얘기할 건데, 전문가 한 분과 정년 연장과 직결된 분이 출연해요. 이것도 저는 일종의 토론이라고 생각해요. 대담이라는 건 미국의 < MEET THE PRESS >처럼 전문가나 관련 부처 장관에게 집중적으로 묻는 형식이죠. 더불어 <일요진단 라이브>에는 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묻는 코너도 있고 특정 이슈에 대해 양쪽 입장을 들으며 접점이나 결론을 모색하는 토론 형태의 코너도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대담 프로와 토론 프로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죠."

"오랫동안 관계 맺어온 사람처럼 깊이 있는 대화 나눌 수 있어야"
 
 박태서 KBS <일요진단 라이브> 앵커

박태서 KBS <일요진단 라이브> 앵커 ⓒ KBS


 
- 앵커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이 프로그램은 KBS 장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죠. 앞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분들이 훌륭한 기자 선배들이고 현재 전문 MC로 활약하시는 분도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기라성같은 분들에 비해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데 과연 이들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전통을 제가 손상시키거나 명성을 훼손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과 최소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 부담이 컸는데도 맡은 이유는 뭔가요?
"회사에서 이 프로그램을 과거와는 달리 생방송으로 진행한다고 했고 KBS가 새롭게 하는 시도라고 하니 의미가 있다고 봤어요. 제작진으로부터 제의가 들어온 건 저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준 거라서... 제가 부족하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이 프로그램 진행에 임하려고 수락했죠."

- 준비는 어떻게 하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도 많이 만나고 기사도 보고 관련 서적도 많이 봐요. 저는 기자 경력이 주로 정치 분야, 사회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다른 전문 분야는 많이 부족합니다. 제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장관이나 전문가가 출연했을 때 집중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준비를 충실히 해야 해요. 그것이 기본이겠죠. 적어도 시청자들에게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안 했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되는 거겠죠. 실제 그 분야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먼저 해야만 전문가와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갈 수 있잖아요."

- 대본 외에 즉흥 질문을 해야 할 때도 있지 않나요.
"당연한 얘기지만, 작가가 써준 질문대로만 진행할 수는 없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진행자는 출연자와 격의 없이, 마치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사람처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봐요. 작가들이 써준 원고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긴 하죠. 작가들이 준 질문은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하면서 나머지는 제 것으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즉흥 질문이라고 하셨는데 추가로 들어가는 깊이 있는 질문을 말씀하신 걸로 이해 되는데요. 해당 사안과 해당 인물에 대한 나름의 사전 공부가 선행돼야 가능하겠죠."

- 인터뷰나 토론을 진행할 때 출연자가 단답형으로 말하면, 프로그램 분량이나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하시나요?
"출연자가 짧게 대답할 수도 있고 길게 대답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너무 짧게 답변해서 준비된 질문이 모자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진행자는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그만큼 많이 알고 있어야지, 이해가 돼 있어야지 출연자가 짧게 답변해도 추가적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뉴스 진행도 하셨잖아요. 뉴스는 매일 방송되지만, <일요진단 라이브>는 주 1회 방송하죠.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데일리 뉴스 같은 경우 30분간 출연을 못 하잖아요. 잘해야 8~10분이죠. 이건 30분 출연이 가능해서 이슈나 출연진에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사안에 대해 시청자들도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성찰하는 프로그램이란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요진단 라이브>는 주간 단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특정 이슈에 대해 차분한 성찰이나 접근이 가능하겠죠."

- 방송 전에 질문을 조율하거나 하진 않나요?
"사전 질문 주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 같은 경우 출연진에게 토픽만 정해주고 질문지는 따로 안 줍니다. 질문지를 구체적으로 주게 되면 밀도 있고 긴장감 있는 대담이 진행될 수 없어요. 그래야(질문지가 없어야) 출연자들이 나름 더 긴장하죠. 아직까지 특정 질문 빼달라거나 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는 없었어요."

- 저는 인터뷰이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요?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앞서 저희가 통일부 장관과 기재부 장관 불렀는데 두 분 다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이다 정도만 얘기해줬음에도 다행히 두 분 다 막힘 없이 답변을 했어요. 홍남기 장관의 경우엔 (홍 장관이 이야기 한) 정년 연장이 큰 이슈가 됐잖아요.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 얘기한 것이거든요. 그것도 미리 질문지 안 준 상태에서 질문한 거거든요. 그쪽도 특별히 질문지를 받고 준비한 내용이 아니에요.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도 사전 질문지 주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 관련 질문을 계속 했어요. 김 장관 답변 가운데 기사화된 부분(북미정상회담 관련 내용)도 질문 따로 안 드리고 불시에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정년연장 등이 주요기사로 다뤄졌는데, 나름 저희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좋았죠. 제 바람은 기자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 되는 거예요."

- 이유가 뭔가요?
"기자들이 반드시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란 평가를 받고 싶어요. 기자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늘 모니터해야 하고 저 프로그램에서는 늘 뉴스가 나온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기자들이 주시하고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올수록 저희 프로그램 인지도나 영향력도 높아지겠죠."
박태서 일요진단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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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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