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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한남동 울프소셜클럽
 한남동 울프소셜클럽
ⓒ 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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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는 모두가 프리랜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1인 기업화, 자영업화, 프리랜서화가 진행 중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 속도가 개인의 변화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 기업은 아마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거의 모든 것을 외주화, 용역화하는 방식으로 고정 비용을 줄일 것이다. 그렇다고 개인의 수익이 늘어나지는 않겠지. 프리랜서가 늘어날수록 단가는 낮아진다. 예전엔 100만 원짜리 일을 하나만 했다면 점차 20만 원짜리 일을 5가지 하는 식으로 수익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 프리랜서를 추천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프리랜서가 될 것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나의 호불호와 상관 없이 산업 지형은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의 흐름을 읽고 대비해야 한다. 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만인이 만인에게 파는 시대 아닌가.

유튜브든 SNS든 개인의 상업화, 결국 나를 팔기 위한 채널이다. '이번엔 내 거 사줘, 다음엔 네 거 살게' 하며 서로 서로 품앗이 하고. 그런 과정에 무조건 지금 뜨는 거, 핫한 거만 좇아서는 곤란하다. 시대에 대한 이해나 윤리 없이 말초적인 것만 따라가고 그런 경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의 USP(Unique Selling Point)는 뭘까? 내가 그나마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걸 찾고 차근차근 발전시켜야 한다. 빅 아이디어는 <보그>나 <지큐> 속에 있지 않다."  

김진아 대표는 최근 저서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에서 '여성연대'를 강조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자신들이 하는 것이 어떠한 '정치'라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 '남성연대'의 존재를 어필하며, 여성들에게도 정치가 필요하다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 내내 테이블 앞에는 'More Sisterhood Less Bullshit(여성에게 더 많은 연대를 - 기자 의역)'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 여성 프리랜서는 남성 프리랜서보다 더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하나?
"여성의 평균 수명은 길지만 여성 프리랜서 수명은 짧다. 남자들은 프리랜서로의 전성기가 마흔에 시작된다고 하는데, 여자들은 마흔에 일이 끊긴다. 더 젊은 사람으로 교체된다. 즉 더 싸고, 더 말 잘 듣는 여성 프리랜서 인력으로 말이다.

팀장급인 친구들도 주로 연차가 낮은 여자를 찾는다. 연차가 7년 정도 아래인 일 시키기 편하고 빠릿빠릿하고 꼼꼼하고 말 그대로 수발 잘 들 것 같은 여자 팀원. 팀장 자리를 놓고 다툴 만한 경력이나 성격의 여성은 면접에서 걸러지기 쉽다."

- 왜 그렇게 될까?
"그들에게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의식조차 하지 않는 행동이다. 남자들끼리의 경쟁으로 충분하고 여성은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탈락되는 존재다. 막말로 여성 동료와는 같이 접대를 받을 수도 없고 사우나를 갈 수도 없다. 성폭력이다 성차별이다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조심도 해야 한다. 공평한 인사보다 내가 지금 당장 편한 사람, 아는 형님·동생을 찾는 게 남성연대의 문제다.

조직에 있을 때 나는 남녀를 떠나 실력만 있으면 올라갈 수 있다고 착각했다. 너무 나이브했다. 더구나 일에는 온갖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고 그때마다 실력만으로 돌파할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치면 관계 속에서 함께 조율, 해결해야 한다. 나와 뜻이 맞는,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내 편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절되지 맙시다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표지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표지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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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에서 '여자에게 돈을 쓰자'고 주장했다.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 적게 벌면서 남자보다 더 많은 돈을, 주로 남자들에게 쓰고 있다고 지적한 점이 인상 깊었다. 그런 점에서 여성 연대도 이야기하는 것인가?
"남성연대에 맞서기 위해 여성연대가 필요하다. 나의 든든한 백, 안전망 말이다. 첫째, 조직 안에서의 모임을 만들 것. 둘째, 조직 밖 업계인들과도 모임을 만들 것. 셋째, 나의 브랜드를 만들 것. 연대만큼이나 개인 역량을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리랜서인 경우에도 내 영역에만 머무르지 말고 다른 분야 사람들과 부지런히 교류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고립은 치명적이다."

- 책에서는 술 문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 남자들의 연대 방식에 대한 묘사가 있었다. 여자들의 연대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독서 모임도 좋지만 운동 모임 같은 것도 병행하면 좋겠다. 나도 꾸준히 운동한다. 나이 먹으면 계속 일하기 위해 할 수 밖에 없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자기 몸을 이해하고 써보길 권한다. 그러고 보니 노후 대비를 착실히 해온 건 몸관리 뿐인 것 같다. 그거라도 어딘가? 아파트는 이제부터라 돈 모아서 사야지(웃음)."

- 여성연대, 사내정치 같은 얘기에 반발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할 얘긴 해야 한다. 나이가 들고 입지를 가질수록 사람은 우아한 이야기, 거부감이 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옳은 이야기 하는 게 제일 쉽다. 나는 옳은 이야기보다 용기가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절되지 맙시다. 퇴사 권하는 콘텐츠들 여자에게 해롭다(웃음). 20대에 잠깐 쉬는 건 괜찮지만 30대 중반 넘어가서 그만두면 그대로 단절되기 쉽다. 일을 놓지 않는 건 디폴트. 그리고 사회가 여성에게 주입하고 기대하는 전형적인 루트, 관성대로 살기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길 바란다."

책을 통해,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녀는 강인하고 멋진 사람이었지만 무엇보다 그 솔직함이 돋보였다.

자신은 회사를 나왔지만 퇴사를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제까지 자신은 실수를 했지만 이제 여자에게 돈을 쓰자고 외친다. 세상이 정해준 멋진 여자 프레임에 맞춰 살았지만 이제 그러지 말자고 고백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건 남편이 아니라 아파트였다고 말한다. 여자에게 돈을 쓰자. 여성 연대가 필요하다. 야망을 드러내자.  

김진아 대표는 이 인터뷰 시리즈 '야비클럽(야망있는 여자들을 위한 사교클럽)'에 영감을 주었다. 야비클럽의 오프라인 모임이 열린다면 꼭 한 번 초청하고 싶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내 옆의 여성이 도덕성 검열관이 아닌, 파이를 위해 함께 싸우는 동지가 된다고 상상해보라. (여자들에게 주어진 파이가 워낙 작아 서로의 것을 빼앗는 건 최악의 행위다.) 내가 밀릴 때 편들어주는 것도 동지지만 헛발질할 때 나서서 말려주는 것도 동지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 자기 몫을 되찾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야망 에세이

김진아 (지은이), 바다출판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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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