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썸씽로튼> 중 한 장면.

뮤지컬 <썸씽로튼> 중 한 장면. ⓒ 서정준

 
"미래에는 정말 이런 걸 좋아해?" (닉 바텀)
"아니, 환장하지!" (노스트라다무스)


지난 11일 오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썸씽로튼> 프레스콜이 열렸다.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한 무명 극작가 바텀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룬 <썸씽로튼>은 2015년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시작해 인기리에 전미투어를 진행했고 이어 첫 해외투어이자 시즌 마지막 공연으로 한국, 서울을 택했다.

16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가 절대적 인기를 누리던 시기, 무명 극작가 형제 닉 바텀, 나이젤 바텀의 심혈을 기울인 새로운 연극이 좌절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하여 공연이 올라갈 수 없는 위기를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보여준 미래의 아이디어인 '뮤지컬'로 타개한다는 내용이 재치있는 미국식 유머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다만 그들이 만난 노스트라다무스는 우리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닌 그의 조카였다.

대략적인 내용만 봐도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는 뮤지컬 <썸씽로튼>은 프레스콜을 통해 총 6장의 하이라이트 시연과 질의응답, 포토타임을 진행했다. 그중 특히나 1막 5장 'A Musical' 넘버는 <시카고>, <레미제라블> 등을 패러디하며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뮤지컬'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현장의 기자들에게도 웃음과 박수가 나올 정도로 유쾌하고 인상깊었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브로드웨이 정통파 코미디'라는 느낌으로 작사/작곡/극작 등에 참여한 커리 커크패트릭 역시 "우리는 <해밀턴>이나 <레미제라블>과 달리 대본이 기초가 되는 북 뮤지컬"이라며 음악과 대본이 절묘하게 조화되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뮤지컬 <썸씽로튼> 중 한 장면.

뮤지컬 <썸씽로튼> 중 한 장면. ⓒ 서정준

 
프레스콜에 참여한 오리지널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Kevin McCollum)은 "한국 관객들은 브로드웨이 작품도 좋아하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이번 공연의 반응에 만족을 표했다.

한국 프로덕션 신재홍 프로듀서 역시 "이전에 봤던 작품이지만 저 역시 감동 깊게 봤다. 첫 프로듀서 도전 작품이지만, 한국 관객들의 흥분과 감동을 보며 또다른 작품도 소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며 설레는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한창 '핫'하다고 볼 수 있는 제작자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앞서 소감을 전한 케빈 맥컬럼은 <렌트>, <인 더 하이츠>, <애비뉴Q> 등을 제작, 토니상을 3회 수상했으며 <북 오브 몰몬>, <알라딘> 등을 연출한 케이시 니콜로(Casey Nicholaw)가 연출을 맡았다. 이외에도 작사, 작곡, 극작에 커리 커크패트릭,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가 참여했고 국내 프로덕션에도 스타 번역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황석희 번역가가 첫 뮤지컬 번역을 맡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작품
 
 뮤지컬 <썸씽로튼> 중 한 장면.

뮤지컬 <썸씽로튼> 중 한 장면. ⓒ 서정준

 
하지만 <썸씽로튼>이 국내 시장에서도 파워를 발휘할지는 다소 미지수다. 앞서 이야기처럼 르네상스 시절에 대한 이해라거나, 패러디된 다른 작품들이 다양해서 '아는만큼 보이는' 작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웨인 커크패트릭은 "저희가 많은 레퍼런스가 있지만 모르는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걸 넣으려고 했다. 모르는 것에도 웃고 즐길 수 있고 알면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게 저희 목표였다"며 다른 작품을 몰라도 <썸씽로튼> 자체로 즐길 수 있으리란 생각을 밝혔고 커크 웨인패트릭 역시 "레퍼런스의 좋은 점은 유연하다는 것이다. 저희는 한국 공연에서 한국에 더 잘 알려진 작품들로 (패러디를) 바꿀 수도 있었다. 관객들을 위해서고 다른 해외 공연에서도 할 생각이다"라며 거듭 관객들 위주로 공연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여러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만한 작품이지만 이날 언론에게 공개된 <썸씽로튼> 프레스콜 현장은 기대감을 잔뜩 남겼다. 바텀 형제와 노스트라다무스가 펼치는 얼렁뚱땅 뮤지컬 제작기 외에도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닉 바텀의 아내 비아는 남편에게 걱정말라며 자신을 든든한 동료로 대해달라는 진취적인 여성이었고, 모두가 칭송하는 셰익스피어는 록스타처럼 표현되면서도 인기의 크기만큼 복잡한 내면을 가졌다. 또 고리대금업자지만 공연에 후원하거나 참여하고 싶어하는 유대인 샤일록 등의 인물들을 내세워 단순 재미만을 보여주는 코미디가 아니라 시대성이 반영된 재치를 더했다. 원작이 없이 완전히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썸씽로튼> 자체가 가진 매력은 제작진의 발언대로 '몰라도 재밌고 알면 더 재밌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한편, 뮤지컬 <썸씽로튼>은 오는 3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썸씽로튼> 프레스콜 포토타임.

뮤지컬 <썸씽로튼> 프레스콜 포토타임. ⓒ 서정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썸씽로튼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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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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