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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가 유행이다. 하루가 다르게 세워지는 호숫가 혹은 산 위에 걸린 출렁다리가 최장 길이를 경신하며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출렁다리를 세우는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출렁다리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지역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지난 4월 개통한 예당호 출렁다리가 그렇다. 출렁다리 개통으로 예당호의 자연과 생태, 지역문화를 다시 주목해본다. 넓디넓은 예당호의 크기만큼이나 예산의 넉넉한 문화와 역사, 자연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쏠쏠한 하루 여행 코스로 부족함이 없는 충남 예산 일대와 예당호 출렁다리 여행을 제안한다.
  
 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 402m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 402m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 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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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장 '예당호 출렁다리'

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는 길이 402m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개통과 동시에 양주와 파주에 걸친 마장호수 흔들다리의 220m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올가을에 완공 예정인 600m에 이르는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에게 곧 내주게 될 것이다. 길이만이 아니다. 출렁다리를 품고 있는 예당호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크기가 여의도 면적의 세 배가 넘고 호수둘레는 40km에 육박한다.

내륙의 바다라 할 만큼 큰 예당호는 예부터 예산, 당진 일대 농지에 물을 대고,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호젓한 호숫가에 낚시 좌대가 떠 있고 물에 잠긴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은은하다. 근래에는 습지와 생태공원이 조성돼 조용하게 호반을 걷거나 쉬어가기도 좋아졌다. 게다가 이곳에 국내를 넘어서 아시아 최장 길이의 도보 전용 출렁다리가 놓였으니 예당호는 꼭 한번 들려봄 직하다. 

예당호 출렁다리를 걷고 있으면 널찍한 호수 풍광이 눈을 푸르게 한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출렁다리 중간에 위치한 주탑 전망대도 새롭다.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시야가 제법 시원하다. 밤에도 조명을 켜고 야경감상이 가능한 데다 아직까지 입장료도 무료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게 이해가 간다. 출렁다리 바로 옆으로 난 부잔교도 아기자기하고, 인근에 예당호조각공원과 데크수변길이 있어 원하는 만큼 걷거나 쉬어가기도 괜찮다.

담수 생태계의 보고, 예당호를 끼고 있는 예산 대흥마을은 전통문화와 역사,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가꾸어가는 가치를 인정받아 슬로시티로 지정된 마을이다. 느림의 가치와 생태, 전통문화의 보존,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슬로시티 운동은 담양 창천, 증도, 청산도 등 국내의 여러 도시들도 함께 참여하는 국제적 활동이기도 하다.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대흥마을

대흥마을에는 백제 부흥 운동의 거점이 됐던 임존성, 오래된 향교와 조선 시대 동헌, 왕족의 태실, 흥선대원군의 척화비 등이 남아 있다. 백제의 숨결이 전해지는 마을에는 과거의 역사가 현재와 어우러져 흐른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서로를 위해 밤새 볏단을 옮겨놓았다던 이성만·이순 형제의 이야기는 대흥마을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기록과 효제비(孝悌碑, 이성만, 이순 형제의 효심과 우애를 기리기 위해 조선 연산군 때 세워진 비석)로 밝혀졌다고.

이런 역사와 삶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슬로시티 대흥마을에서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원한다면 대흥마을 슬로시티 해설요청도 가능하다. '느린 꼬부랑길'이란 예쁜 이름의 마을 길을 따라 걸으며 슬로시티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이성만, 이순 형제의 효심과 우애를 기리기 위해 조선 연산군 때 세워진 효제비
 이성만, 이순 형제의 효심과 우애를 기리기 위해 조선 연산군 때 세워진 효제비
ⓒ 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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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추사 김정희의 흔적이 어린 고장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대표적인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의 고택이 예산에 자리 잡고 있다. 추사고택은 원래 추사의 증조부인 김한신이 지은 것을 후대에 복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는 추사의 묘 외에도 증조부 김한신과 부인 화순옹주의 합장묘, 화순옹주의 열녀문 등이 함께 남아 있다. 추사의 삶과 독특한 필체의 아름다움을 조명하고 있는 추사기념관도 놓치기 아쉽다.

추사 집안이 원찰(願刹, 망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한 사찰)로 삼았던 화암사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이곳에는 세월의 더께를 더한 추사의 멋진 글씨가 바위에 새겨진 채로 우릴 맞는다. 한옥의 미가 흐르는 추사고택에서 추사의 필체로 적힌 주련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글씨와 의미를 되짚어보는 고요한 시간은 속세의 번잡한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해줄 것이다.

추사의 흔적은 예산 시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추사체 한글간판 거리이다. 일부 거리에 추사체로 만든 한글간판이 걸려있는 골목이 있어 추사의 뜻과 자취를 기념하고 있다. 볼수록 예쁘고 보기 좋은 한글간판을 보며 다른 지역에도 확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사체 한글간판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40년 전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지금껏 한 자리에서 이름만 백화점인 간판을 달고 있는 재미난 사연의 가게도 만나고, 3대에 걸쳐 70년 이상 전통방식으로 국수를 만들어 파는 국수공장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기계에서 빠져나온 국수가락을 널어 자연바람에 말리는 풍경이 정겹다.

서너 군데의 재래식 국수공장이 있어선지 근처에는 국수집과 국밥집도 골목을 이루고 있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그밖에도 예산에는 예당호에서 잡은 생선들로 끓여낸 어죽과 민물매운탕 식당들이 여럿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어죽에 밥과 국수를 함께 넣어 끓이는 예산의 어죽도 독특하다.  
 
 추사체 한글간판거리
 추사체 한글간판거리
ⓒ 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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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정지인님은 여행카페 운영자이며 전직 참여연대 간사입니다. 이 기사는 <월간 참여사회> 2019년 6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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