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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40대 남성이 고속도로를 역주행해  운전자와 그의 3살배기 아들, 그리고 피해 차량 운전자인 예비 신부가 모두 사망했다. 예비 신부는 오는 6월 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사고를 낸 남성은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지난 4월 17일, 진주 가좌동의 한 주공아파트에서는 방화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인 안인득은 자신의 집 4층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했다. 그도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부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 현장
▲ 역주행 사고 현장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부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 현장
ⓒ 공주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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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확산

이번 역주행 사건을 일으킨 운전자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조현병'이 연일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를 차지했다. 검색창에 '조현병'을 입력해보니 병의 각종 증상과 위험성에 관해 쓴 블로그 글이 수두룩했다. 포털사이트를 훑어보다 경악을 금치 못한 순간이 있었는데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시간 검색' 서비스에서 본 댓글 때문이다. 현재 화제가 되는 이슈와 그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을 순간적으로 수집하여 보여주는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 창에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난무하고 있었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공포와 혐오가 확산된 것이다. 

"조현병 환자는 정말 잠재적 범죄자일까? 그들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조현병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 네이버 실시간 검색 서비스 조현병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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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조현병

경찰청에 따르면 강력범죄 중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0.04%에 불과하다. 생각보다 낮은 수치이다. 2017년 대검찰청이 발표한 통계에서는 전체 인구 범죄율이 3.93% 달하는 데 비해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범죄의 비율은 0.13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범죄율이 일반인들이 저지르는 범죄율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이다. 

하지만 사회는 일반인들이 일으키는 사건·사고 보다 '조현병 환자'가 일으키는 범죄에 더 예민하다.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에 대해 본능적으로 공포심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범죄를 저지른 조현병 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이다. 조현병을 앓더라도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전체인구 범죄율에 비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훨씬 낮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난다.
▲ 전체인구 범죄율과 정신질환자의 범죄율 전체인구 범죄율에 비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훨씬 낮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난다.
ⓒ 권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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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완 전남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병원에도 300~400분 정도의 조현병 환자가 다니고 있다"며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직장에 스스로 운전해서 출근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했다. 오랫동안 알던 지인이나직장에서 마주친 분 중에서도 조현병 치료 중인 분들을 몇 번 봤다며, 그들이 먼저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병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의 경우 환자가 임의로 약을 끊어 병이 재발하여 발생한 것인데, 증세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기보다 점차 위험신호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럴 때 보통은 가족이 경찰이나주위에 도움을 청하는데, 진주방화살인사건의 경우 가족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혼자 웅크리고 있다.
▲ 홀로 버려진 사람  누군가 혼자 웅크리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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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치료를 앞당기는 것은 사회적 관심

조현병 환자에게 면허를 발급하는 것을 불법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네티즌의 반응에 대해서는 "운전에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신체 질환은 굉장히 다양해서 일괄적으로 그런 조치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운전에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신체 질환에는 당뇨병, 심장병 등이 있는데 당뇨병의 경우 환자가 운전 중 저혈당에 빠질 경우 갑자기 의식을 잃어 사고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심장병이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운전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실 이 빈도가 조현병보다 훨씬 잦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 환자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 질환의 정도를 어떻게 잘 평가하고 적절히 면허를 관리하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운전면허 발급 중단은 본질에서 벗어난 대책이라며 조현병일 경우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충동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본질적인 것은 그런 위험신호가 있을 때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일괄적으로 운전면허 발급을 금지하거나 그런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숨어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염려가 그들이 치료를 안 받고 세상에 알리지 않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런 염려를 국가와 사회가 없애 주는 것이 조기 치료를 앞당기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
▲ 화합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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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을 맞추다 보면 한번씩 막힐 때가 있다. 빈자리에 맞는 조각이 도무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막막해한다. 그 자리만 유독 다른 퍼즐들과 다르게 생겼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그 자리에 맞는 조각을 찾아낸다. 찾아낸 조각을 그자리에 채워 넣고 퍼즐을 완성하면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이들을 무조건 멀리하기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함께 고민한다면 우리네 삶도 한 폭의 그림이 되지 않을까?

태그:#조현병 , #운전면허 , #조현병역주행사고, #역주행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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