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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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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한 지 6월 6일로 100일이라고 한다. 당 대표 선거 당시 '태극기 부대'를, '극우'를 적극 끌어안고 당 대표에 '무혈 입성'한 지 100일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황 대표 본인을 포함해 자유한국당의 끊이지 않는 '망언'과 '민생투쟁 대장정'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대권후보 놀이 말이다.

그 사이 5.18 망언 3인방 징계에 대해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고,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을 필두로 의원들의 망언이 이어졌다. 지지율은 30% 안팎에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강효상 의원은 기밀누출 사건으로 국가 외교에 타격을 입혔다. 보수언론, 경제지와 같은 논조로 '경제 파탄론'을 부르짖은 것 역시 한국당이었다.

망언은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그러나 당사자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사과를 한 기억이 없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아서인지, 일단 지르고 보자는 '선 액션 후 해명'의 유형이 반복됐다. '오해'란 해명 아닌 해명이 바이러스처럼 번졌고, 그 해명조차 본질적인 사과나 국민들을 향한 것이 아닌 지지자들을 진정시키려는 제스처에 가까웠다. 장외 투쟁에 나선 황 대표가 그 선두에 섰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사이 '동물 국회'를 거치며 장외투쟁이 이어졌고, 국회 파행에 대한 수습의 실마리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5일까지도 국회 파행의 원인을 "여당의 불법 패스트트랙"으로 규정하고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황 대표가 리더십은커녕 '나홀로 대권 놀음'에 심취한 사이, 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위한 지지층 결집에 몰두했고 그 결과가 바로 국회 파행과 망언 릴레이인 셈이다.

이에 대해 KBS1 라디오 <최경영의 경제쇼>를 진행 중인 KBS 최경영 기자는 지난달 30일 이렇게 진단했다. 조금 길지만 전문을 인용하면 이렇다.
자유한국당이 국회정상화를 하지 않고 장외투쟁 하다가 다시 또 시간을 끄는 이유. 명분은 이것 저것 대지만 그 속내는 단순하다고 판단한다. 경제를 아주 망가뜨리고 싶어서인 것 같다. 추경을 늦추고 싶어서인 게 아닌가. 수출도 지지부진하니 내수만 망가뜨리면 상반기 어지간한 경제지표들은 다 물 건너가고. 그럼 그걸로 다시 이게 다 정부가 무능한 탓이라고 공격하고.

그렇게 6월말 미중 무역담판까지 질질 시간을 끌다가 미중 무역협상이 트럼프의 대선 일정에 따라 적당히 타결되고 하반기에 혹시 반도체가 좀 살아나더라도. 그때는 기저효과라고 무시해버리고. 언론도 그런 기조로 적극 협조하고 있으니. 내년 상반기 4월 총선까지는 경제가 죽는데 정부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최저임금만 올렸다는 기존의 프레임으로 여론을 이끌어가기가 매우 용이해진다.

고작 7조원도 안 되는 추경도 이 난리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승인해 준 추경이 무려 12조 원에 달했다. 메르스 추경. 정부가 자초한 추경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때 수출이 2014년 대비 연간 단위로 그냥 마이너스 8%로 떨어졌었다. 보수가 정말 경제를 잘하는 것인지 정략을 잘 하는 것인지 난 잘 모르겠다.
한국당이 의도했든, 안 했든 최 기자의 진단대로 한국당이 움직이고 있다고 보인다.

황교안의 100일, 귀결은 '심사일언'

한국당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로지 지지율이요, 걱정하는 것은 내년 총선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황 대표도 입단속에 나섰다.

3일 의원들을 향해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해 심사일언(深思一言) 하라"고 채근한 데 이어 당 대표 선거 당시 의혹을 제기했던 '최순실 태블릿 PC'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황 대표는 5일도 단속을 이어갔다.

"(망언 사태에 대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말씀드린 대로 지금까지의 잘못에 대해서는 '돌을 맞을 일이 있다 하면 제가 다 감당하겠다'라고 하는 말씀을 드렸고, 또 그럴 각오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잘못은 용납할 수가 없다.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또 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참으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과연 진정성을 느낄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심지어 한국당 안팎의 구성원들조차 황 대표의 입단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독야청청 '나 홀로 총선 레이스'에 나서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장외집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자유한국당 주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장외집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월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자유한국당 주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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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당의 맨얼굴
"자유한국당이 입만 열면 막말이라고 꾸짖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내놓고, 김정은 대변인 노릇을 해도 어용언론들은 찬송가만 부르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우리당 입단속 하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불법선거운동을 고발하는데 몰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5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

"태블릿 피씨. 국회에서 제일 먼저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이 나다. 빈총에 까무러친거다. 이미 2017 국감 때 윤석렬 내 앞에서 쩔쩔매고 답변도 못 하는 거 다들 보시지 않았나? 우리당에서 태블릿T/F까지 만들어서 활동했다. 팩트가 부족한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언론이 보도를 안 해 주고, 수사기관이 움직이지 않으니 문제다. 내가 특검이라면 일주일 만에 끝낸다. 한국당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딱 두 가지 특검만 하면 된다. 태블릿특검&문재인김정숙 여론조작특검. 많이 돌아왔지만 이겨놓고 하는 싸움이다. 진실은 승리하므로." (4일 김진태 한국당 의원)

"좌파들은 특정 우파 지도자를 지속적으로 흠집 내서 결국 쓰러뜨리는 벌떼공격을 즐겨 사용합니다. 안타깝게도 우파는 그동안 이런 상황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쳐다보기만 해 왔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우파 지도자들이 쓰러졌고 우파의 뚝이 무너져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 황교안 대표가 그 덫에 걸렸습니다.

세월호가 황 대표를 좌초시키기 위한 좌파의 예리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다시 우파의 지도자를 잃고 궤멸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 한 몸이라도 던져 세월호 괴담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저를 분노케 했습니다." (4일 차명진 전 의원)
 

4-5일 한국당의 '스피커'들이 본인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과 황 대표에게 한 주문들이다. 김문수 전 지사는 '막말 입단속'보다 훨씬 더 강하게 청와대와 야당을 밀어붙이라고 압박했다.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은 황 대표가 사과까지 한 '태블릿 PC' 건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세월호 유족을 향한 망언으로 억대 소송을 당한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유족들을 할퀴면서까지 막말을 이어가야 했다고 항변한다. 자신의 망언을 정당화하면서 황 대표에게 좀 더 거세게 대응해 달라는 주문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지금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이 전혀 없다. 저나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어떠한 연락도 일요일 이후에 없다. 다만 언론을 통해서 명분 쌓기에만 급급하고, 또 여론전에만 급급하다. 다른 정당을 부추기거나 움직여서 자유한국당만 한마디로 따돌리려고만 하고 있다. 제1야당을 무시하는 이러한 행태와 자세를 가지고 그들이 오로지 이야기하는 것은 총선용 추경만 이야기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 또한 5일 국회 파행의 책임을 여당에 돌리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니라 청와대를 위한 국회인 것 같다"며 청와대가 제안한 당 대표 회담과 관련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반응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고수했다.

황 대표 취임 후 100일, 한국당이 가리키는 국민은 자신들의 지지층 30%가,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 아닌가하는 확증이 드는 요즘이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화제를 모은 <중앙일보> 4일자 배명복 대기자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도 이를 지적하고 있었다.
"집권이 목적인 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격을 하더라도 최소한 말이 되게 해야 한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않은 채 비판을 위한 비판, 대안 없는 공격을 일삼는데도 다수 국민이 표를 줄 거라 기대한다면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언론 자유가 만개한 상황에서 언론 탄압과 좌파독재 운운하는 한국당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올해로 경력 35년 차인 기자 개인의 느낌으로는 요즘처럼 언론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자유롭게 비판하고 공격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배 대기자는 강효상 의원의 외교부 기밀누출 사건을 근거로 한국당의 '착각'을 비판했다. 그런 비판은 또 있었다. 4일자 <경향신문>의 <가짜 보수>란 제목의 '조호연 칼럼' 역시 한국당의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묻고 있었다.
 
"보수라면 지켜야 할 핵심 가치가 있다. 자유, 시장경제, 법질서 등이다. 경합할 수 없는 원칙으로는 국익과 국가안보, 한·미동맹이 꼽힌다. 그런데 강효상 의원의 대통령 통화내용 무단공개 사건은 자유한국당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한국당은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나." 

'박근혜 탄핵' 이후 2년,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교안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한국당은 어디로 가는가. 망언과 국회 파행만 남은 한국당의 지향은 정통 보수의 가치따윈 내팽개친 듯한 모습이다. 그 피해와 피해감을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긴 황교안의 100일, 심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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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