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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라는 게임이 있다. 인재를 모아 상대와 겨루는 전략 게임이다. 그런데 좋은 인재는 비싸다. 그리고 비싼 인재라고 하더라도 무력이 세면 지력이나 정치력이 낮다. 충성도는 물론 상성(相性, 서로 성질이 맞음을 뜻하는 말로, 주로 게임에서 상대편과 대결궁합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까지 고려해야 한다. 상대편도 나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여러 상반되는 변수를 고려해서 게임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최근 주세 관련 복잡한 논쟁을 보니 불현듯 이 게임이 떠올랐다. "수입맥주만 4캔 만 원"이 주세법 개정 논쟁의 시작이다. 수입맥주 4캔 만 원이 없어진다는 우려와 국산맥주도 4캔 만 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 있다. 그러나 논쟁의 핵심은 소주다. 여기에 조세원칙과 WTO 규약까지 가세한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관련기사: 50년 묵은 '뜨거운 감자' 주류세 고친다)

차근차근 짚어보자. 왜 수입맥주만 4캔 만 원이 가능한가. 이는 현재 주세 구조에 따라 국산맥주가 역차별 받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는 주종별로 종가세(從價稅)다. 종가세는 가격에 비례하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즉, 맥주, 소주,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가격의 72%가 주세다. 반면, 포도주는 가격의 30%, 막걸리는 가격의 5%가 주세다. 여기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주세법 
제21조(과세표준)
① 주정의 과세표준은 주류 제조장 출고 수량이나 수입신고 수량으로 한다.
② 주류의 과세표준은 주류 제조장 출고 시 출고 가격이고 수입 시 수입신고 가격으로 한다.  

제22조(세율)
① 주정의 세율은 주정 1킬로리터당 5만 
7천 원으로 한다.
② 주류에 대한 세율은 다음과 같다.
1. 발효주류
가. 탁주: 100분의 5
나. 약주ㆍ과실주: 100분의 30
다. 청주: 100분의 30
라. 맥주: 100분의 72
2. 증류주류: 100분의 72


 
 주세는 사실상 죄악세(sin tax)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고자 고(高)세율을 부과한다는 의미다
 주세는 사실상 죄악세(sin tax)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고자 고(高)세율을 부과한다는 의미다
ⓒ 필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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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1. 국산맥주 vs. 수입맥주 → 종량세 전환으로 해결

국산맥주는 제조장 출고가격이 원가다. 수입맥주는 수입신고 가격이 원가다. 출고가격에는 이윤과 판매관리비가 포함될 수밖에 없으나, 수입신고 가격에는 이윤과 판매관리비를 별도로 책정할 수 있다. 그래서 국산맥주 업체는 역차별을 받는다며 현재의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종량세(從量稅)는 가격이 아니라 양(量)에 비례하는 세금이다. 정확히 말하면 알코올양, 즉 알코올 도수에 비례하는 세금이다. 수입맥주나 국산맥주나 알코올 도수야 비슷하니 종량세로 전환 시 역차별이 없어진다.

특히, 종량세 전환은 고급 수제 맥주를 제조하는 업체에도 유리해진다. 종가세인 현재는 가격이 올라가면 세금도 많아진다. 고급 맥주를 만들려면 원가가 올라간다. 원가가 올라가면 세금도 같이 올라간다. 그런데 만약 종량세로 전환하면 제조 원가가 높은 중소기업 고급 맥주나 원가가 낮은 대기업 대중 맥주의 세금이 같아진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절감 능력이 있는 대기업 맥주 대신 중소기업 고급 맥주가 경쟁력을 얻게 된다. 

변수2. 알코올 도수 높은 소줏값 상승 불가피 → 소줏값이 오르면 정권이 붕괴한다?

이렇게 좋은 종량세 전환을 왜 미루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생맥주와 특히, 소주 가격이 상승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소주와 맥주의 세율이 같다. 그런데 알코올 도수에 비례하는 종량세로 전환하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 세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소주 알코올 도수는 맥주 알코올 도수의 3배가 넘는다.

지난 정부 담뱃세 상승 이후 애연가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만약, '국민 소주'의 가격을 올린다면 정권이 무너지거나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업계의 농담도 있다. 소주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정무적으로 너무나 위험한 시도다. 그럼 정무적으로 소주 세금만 좀 낮추면 되지 않을까? 

변수3. WTO 협정에 따라 소주만 세금 낮출 수 없어

소주와 위스키는 같은 증류주에 속한다. 그런데 높은 도수의 위스키는 높은 세율을, 국산 소주만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이는 WTO 협정 위반이 된다. 결국 국산 소주의 세율을 낮추면 수입 위스키 세율도 낮춰야 한다. 수입 위스키 세율을 낮추는 것도, 국산 소주 세율을 높이는 것도 둘 다 어려운 일이다. 

지난 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소주와 맥주 가격을 유지하면서 전 주종의 종량세 전환을 검토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마치 삼국지 게임에서 체력 100%를 지닌 제갈량을 싼값에 등용해 보겠다는 것과 같다. 그러한 제갈량을 찾느라 올해 3월에 발표하기로 한 주세 개편안을 5월 초로 연기하더니, 5월엔 다시 잠정 연기를 발표하였다. 이렇게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다. 

다만 복잡할수록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원칙은 종량세 전환이다. 주세는 사실상 죄악세(sin tax)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고자 고高세율을 부과한다는 의미다. 마치 휘발유나 경유가 종량세인 것과도 같다. 실제로 맥시코, 칠레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OECD국가의 주세는 종량세다. 

현재는 우선 맥주만 종량세를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가능한 방안이다. 다만, 주세 체계가 조악해지는 단점과 내가 좋아하는 생맥주 가격이 오른다는 문제가 있다. 삼국지 게임의 핵심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다. 망하지 않고 잘 버티면서 국민적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루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상민님은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일합니다.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가 있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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