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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제주로 가고 싶었어요. 그런 멋진 데가 어딨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TV 화면에 나오면 해외인 듯 보다가, 고2때 수학여행으로 찾아간 제주에서 버스마다 적힌 '아름다운 제주' 글자만 보아도 제 가슴은 온통 두근댔어요. 여기서 살고 싶다고. 제주로 대학을 와야겠다고. 야무졌던 꿈은 IMF를 만나면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니가 다 먹여살리냐?"

이런 얘기를 들을 정도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했고 여행 다니길 좋아하는 신랑을 만난 덕분에, 결혼 후 첫 휴가를 제주로 갔어요. 역시 신혼은 달콤하지요. 다툰 일 하나 없이 웃으며 다녔던 거 같아요. 후기가 미니홈피 어디쯤에 보관돼 있을 건데. 요즘 권태기가 한창이라 그 시절을 마주할 자신이 없네요. 찾아보는 건 다음 기회에. (웃음)

첫째를 낳고 <60분 부모>라는 교육방송으로 육아지식을 쌓아가던 어느 날. 제주에서 한 달을 살고 온 이야기를 써서 책으로 곧 나온다는 한 엄마가 소개됐어요. 바로 구입해서 외울지경으로 봤어요. 취미가 숙박지 가격 비교요, 특기가 휴양림 예약하기인 저희 신랑 덕에 한 달 살기는 아니지만, 몇 차례 제주여행도 가능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데다, 콩깍지가 벗겨져가니 그 모든 걸음이 유쾌하진 않더라구요. 미니홈피에서 카카오스토리로 넘겨오면서 착실히 후기를 기록하였는데, 사진을 설명하는 수준이다보니 예쁘게 포장되기 일쑤였어요. 울음보가 터지고 실망하여 돌아선 아이 뒷모습일지라도 그 한 컷은 아름다운 배경 속 작품인 거예요.

버럭하는 신랑과 삐그덕거리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서로의 감정을 포장해 감추고 내맘대로 아름답게만 해석하고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칭찬을 받고 있다는 게 어느 순간 허세로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마냥 귀엽기만 하던 유아기가 지나고 보니 자녀 앞에 솔직하지 못한 것 같은 불편함도 생기고요.

현실과의 격차가 점점 커져가는 느낌이었어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친구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친구로 나뉘면서 SNS에 흥미가 떨어졌지요.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갈아탔어야 하는건데, 그때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요. 아무래도 판단을 잘못한 거 같아요. 지금도 늦지 않은 거겠죠? 어디에든 무엇이든 기록하고 싶어요!

한 달 살기는 유행처럼 번졌어요.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방송도 많아졌고요. 전부 챙겨보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에요. 제주는 막내 낳기 전에 마지막으로 가보고 못갔으니 화면으로 하나라도 더 보고 알고 싶어요. 놓치고 싶지 않아요.

<효리네 민박>은 열심히 챙겨본 방송인데, 탐험가들이 나온 부분은 상당히 새롭고 인상적이었어요. 이후 탐험가는 제주탐험기를 책으로 썼고 최근엔 군산 한길문고에서 강연회도 하셨어요. 지각한 게 한이 될 정도로 강연은 재밌었어요.

무슨 얘기를 그렇게 술술 잘하시는지. 아이들을 집에 두고 가서 아쉽지만, 저라도 직접 들은 게 어디에요. 최대한 그대로 전해주려고요. 인스타그램에서 문경수 과학탐험가와 팔로우도 하고 있어요. 앞으로 아이들과 가족탐험대 발대식도 하고 멋지게 떠날 거예요.

떠나고 싶어요.
떠날 수 있을까요?


아. 아직 모르겠어요. 신랑의 취미와 특기는 너무 맘에 드는데,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간이 걸린다는 점. 잠자코 기다려주어야 해요. 불가능이면 그렇다고 할 것이고, 가능이면 어느 날 잔뜩 인쇄물을 뽑아서 가져다 놓을 겁니다.

그렇게 마냥 기다리다가 지난 2월 봄방학도 그냥 흘러가버렸어요. 이제 다가오는 여름을 기약해야할지 아니면 더 먼 일이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오고야 말 제주 탐험을 위해 저는 탐험가의 책부터 곱씹어 읽어야겠습니다.
   
 탐험가의 책 표지
 탐험가의 책 표지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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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험가의 싸인
 탐험가의 싸인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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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기까지 생각해놨다니까요.

기록대원 - 문가은 - 메모, 사진 및 영상 촬영
관찰대원 - 문정은 - 망원경, 루페, 조류백과, 곤충도감, 식물도감
안전대원 - 소방경찰군인거북이정우 (막내가 정한 이름) - 구급약품

구호- 두근두근 뚜벅뚜벅 제주를 사랑해~
        아는만큼 보이구나 지구야 사랑해~


어떤가요? 머지않아 제주땅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가족탐험기를 꼭 써보고 싶습니다.
 
 삼남매
 삼남매
ⓒ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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