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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기는 밤 12시가 되어야 잠을 잡니다. 낮에 신체적 활동을 많이 하게 하고, 목욕을 시켜주고, TV와 조명을 끄고, 책을 읽어줘도 소용 없습니다. 본인이 졸려야 잠잘 태세를 갖춥니다. 강제 소등을 하면 작은 보조등을 켜놓아도 항의의 표시로 울어 버립니다.

신생아 때부터 아이는 잠을 잘 안 잤습니다. 신생아기가 지난 후로도 겨우 잠들었다가 자주 깨서 울었고, 낮잠과 밤잠을 다 합친 수면시간도 이맘때의 아기 평균에 못 미칩니다. 수면시간 뿐 아니라, 수면의 질도 문제입니다.

아이는 잠버릇이 심해서 온 방안을 굴러다니며 자는데, 자다가 별안간 장롱문을 발로 거세게 내리치는가 하면, 갑자기 울다가 그치고 다시 잠이 들기도 합니다.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낮에 있었던 일, TV에서 봤던 무섭거나 화나는 장면이 꿈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잠을 잘 자야 심신이 모두 건강하게 성장할 텐데 걱정입니다. 아이의 수면시간이나 수면습관은 엄마의 건강,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때때로 아기 엄마인데, 아기 재워놓고 학위논문을 썼다거나, 아이가 자는 동안 일을 했다는 사연을 주변 지인에게서 들었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학위를 따다니, 아기를 키우면서 공부나 일을 하다니, 제게는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소파에서 잠든 아이.
 소파에서 잠든 아이.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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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번역과 글쓰는 일을 합니다. 때로는 아르바이트로, 때로는 지인의 부탁이나 공익적 목적을 위한 재능기부로, 또 이따금은 자료조사와 연구 차원에서 제가 좋아 하기도 합니다.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굳이 출퇴근하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가 잠을 안 자니 엄마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은 엄마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는 한, 아이는 계속해서 엄마를 따라다닙니다.

설거지를 할 때나 무언가 집안일을 할 때도 부지런히 쫓아다닙니다. 엄마가 노트북을 펼치면 여지없이 달려들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노트북 위에 올라서기도 합니다. 엄마가 물을 마셔도 다가와서 간섭하고 참견합니다. 모든 일을 엄마와 함께하고 싶어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은 시간을 쪼개서 번역 글쓰기 공부 등의 일, 설거지 청소 빨래 장보기 요리 은행과 관공서 업무 등의 가사, 적절한 휴식을 잘 분배하여 시간내에 해결해야 합니다. 따라서 늘 시간이 모자랍니다. 늘 피로한 상태입니다. 아이가 일찍 잠을 자 주면 그 시간에 1~2시간이라도 덜 자고 일을 하고 싶지만, 엄마의 바람일 뿐입니다.

아이는 가물에 콩나듯 가끔 9~10시에 잠들지만, 보통은 밤 12시를 전후해야 잠을 잡니다. 본인이 졸립지 않은 이상, 엄마가 강제로 업어주어도 금방 내려달라고 합니다. 아빠가 억지로 재우려고 하면, 통곡에 자해행동까지 하며 온몸으로 항의합니다.

어젯밤도 결국은 12시를 조금 넘겨서야 간신히 꿈나라로 간 아이 곁에서, 저도 지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소변이 마려워 한두 번 일어났다가 결국 아이가  아침에 기상할 때까지 함께 누워 있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지 20개월 반. 엄마는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모자라고, 수면과 휴식시간, 그 수면과 휴식의 질조차 낮습니다. 아이가 일찍 자고, 푹 자고, 잠투정 덜하는 그날이 와야 엄마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일할 수 있게 될 것 같네요. 오늘도 엄마의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내려 앉습니다.    

태그:#육아, #아기의 수면과 엄마의 삶의 질, #아기 수면습관 수면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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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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