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서 2회에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류현진(LA 다저스) ⓒ AP/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대로 되었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내셔널리그 5월의 투수로 선정되었다. 류현진 개인에게는 이 달의 투수 선정이 메이저리그 커리어 처음 있는 일이며 역대 한국인 기록으로는 1998년 7월 박찬호에 이은 두 번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6월 4일(이하 한국 시각) 내셔널리그 5월의 투수로 류현진을 선정했다. 젊은 투수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이 나름 류현진을 추격했지만 5월 6경기에서 45.2이닝 5승 무패 평균 자책점 0.59를 기록한 류현진의 기록을 넘지 못했다.

류현진이 5월의 투수가 될 것임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2일에는 MLB.com이 선정한 5월의 팀 중에서 선발투수로 선정된 것이다. 매월 MLB.com에서 선정하는 팀이란, 그 달 각 포지션에서 뛰어났던 선수들을 조합한 가상의 드림팀이다.

시련 딛고 일어선 류현진, 부상도 막지 못한 의지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나름 견고한 선발투수로 활약했을 시절에도 류현진은 이 상과 인연이 없었다. 2013년은 팀 동료인 클레이튼 커쇼가 처음으로 정규 시즌 평균 자책점 1점 대를 기록했던 해였을 정도로 팀 내부에서부터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고, 2014년에도 커쇼가 사이 영 상(만장일치)과 리그 MVP까지 독식했을 정도였다.

2015년부터는 경쟁에 끼어들지도 못했다. 어깨가 아파서 등판하지 못하다가 5월에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게 되면서 2015년은 전면 휴업을 하게 된 것이다. 2016년 7월에 복귀전을 치렀지만 팔꿈치 건염이 발견되면서 괴사조직 제거 수술을 또 받았다.

2017년까지만 해도 류현진의 재기 가능성은 밝지 못했다. 정규 시즌에 나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긴 했지만, 다저스 선발투수 자원이 워낙에 많아서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로테이션을 거른 적도 있었다. 시즌 막판 타구에 맞아 가벼운 타박상으로 페이스가 꺾여 포스트 시즌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류현진 '오늘은 캐치볼 훈련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클레이턴 커쇼와 캐치볼을 하고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 연합뉴스

 
하지만 어깨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던 류현진은 2018년부터 더 강한 투수로 돌아왔다. 비록 사타구니 내전근의 부상으로 인하여 시즌 중반 자리를 비웠지만, 후반기에 팀에 복귀하여 강한 임팩트로 정규 시즌 평균 자책점을 1.97로 마무리했다.

건강하면 강한 투수임을 보여준 류현진은 2018년 월드 시리즈에서도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다저스에서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 보다 완벽한 시즌을 만들기 위해 FA 자격은 다음 겨울로 이월하게 됐다.

2019년 4월에도 류현진은 사타구니의 통증으로 인해 10일 부상자 명단(10 Days Injury List)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의 부상과는 달리 미세하게 통증이 느껴지자마자 투구를 중단한 덕분에 부상이 경미했고,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만 거르게 됐다.

뜨거웠던 5월의 질주, 6경기 5승 무패 0.59

한 차례 쉬고 돌아온 류현진은 이후 등판에서 계속 호투했다. 5월 2일에 매디슨 범가너와의 맞대결에서 8이닝 1실점으로 호투(노 디시전)하더니 8일 등판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2번째 완봉승을 거뒀다(완투 3경기 2승 1패).

5월 첫 등판 맞상대가 2014년 월드 시리즈 MVP였던 범가너였을 정도로, 류현진이 5월에 상대했던 팀들이 만만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는 파이어볼러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의 맞대결이었지만, 류현진은 8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20일은 고비가 될 수도 있는 원정 경기였다. 그러나 신시내티 레즈 원정 경기에서 류현진은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또 승리를 거뒀다. 내셔널리그에서 타자들에게 유리하기로 소문났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였음에도 호투가 빛났다.

26일 경기에서는 비가 내리면서 변수가 생겼다. 경기 전에 몸을 풀어놨다가 비가 내리는 바람에 2시간 가량 기다리다가 공을 던진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 2회에는 무실점 행진을 마감했고, 평소보다 많은 10피안타 1볼넷으로 도합 11출루를 허용했음에도 6이닝 2실점 승리를 거뒀다.

31일 메츠와의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2경기 연속으로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볼넷이 1개에 불과했고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5경기 연속 승리를 이어갔다. 소로카 등의 다른 경쟁자들보다 압도적인 5월을 보낸 류현진은 사실상 내셔널리그 5월의 투수를 예약하며 5월을 끝냈다.

이닝과 탈삼진 압도적인 슈어저와의 또 다른 경쟁

5월 성적까지 류현진은 다승(8승)과 평균 자책점(1.48)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닝 부문에서는 사타구니 통증으로 인해 조기 강판했던 1경기가 있었고, 이 때문에 선발 등판을 한 번 거른 적이 있어 내셔널리그 10위(73이닝)에 자리하고 있다.

투구수를 줄이고 맞혀 잡는 피칭을 중심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류현진이지만 69탈삼진으로 내셔널리그 공동 18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신 류현진은 피홈런이 6개, 볼넷이 5개에 불과하여 탈삼진과 볼넷의 비율에서 압도적인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다.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레이스도 아직 초반이지만 많이 앞서가는 류현진이다.

내셔널리그에서 탈삼진 1위와 2위는 내셔널스의 원투 펀치인 맥스 슈어저와 스트라스버그다. 슈어저는 85.1이닝 117탈삼진(3승 5패 3.06), 스트라스버그는 79이닝 98탈삼진(5승 3패 3.19)으로 둘 다 압도적인 탈삼진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슈어저는 저먼 마르케스(콜로라도 로키스)와 함께 이닝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 비율까지 높은 슈어저의 구위를 감안하면 후반기에 들어서 류현진을 바짝 추격할 가능성이 있다.

슈어저는 2013년에도 압도적인 승률로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슈어저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첫 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높은 승률을 자랑했고, 20승에 2점대 평균 자책점까지 달성하면서 첫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내셔널스로 옮겨온 뒤로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수상에 지난해에도 투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경쟁 상대다.

다만 슈어저가 스트라스버그에 비해 득점 지원이 적다. 게다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로 처진 내셔널스의 팀 성적을 감안하면 슈어저나 스트라스버그가 다승 순위에서 류현진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적다. 그리고 슈어저는 3년 연속 탈삼진 1위를 기록하고도 내구성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닝과 탈삼진을 제외하면 다른 지표에서 내셔널리그 투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다음 등판인 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경기도 호투를 이어갈 기대가 크다.

상대 선발투수는 테일러 클락(1승 1패 5.19)이며 천적이었던 A.J. 폴락은 다저스 동료가 되었고,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서부지구를 떠났다. 그 효과가 드러났던 것이 올 시즌 개막전이었다. 시즌 첫 스타트를 기분 좋게 끊었던 류현진이 6월 첫 등판에서도 호투하며 그의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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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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