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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서부사업소는 조도 관매도에 이어 두 번째로 대마도에서 관박쥐 서식지를 추가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도면 대마도리 마을 주민들은 "예부터 관박쥐는 해식동굴에서 지금까지 섬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대마도 섬으로 향했다.

진도군 조도면 곤우 마을 선착장에서 배로 20여분을 가다 보면 섬 속의 섬 대마도가 눈에 들어온다.

관박쥐가 서식하고 있다는 해안가 절벽 밑에 위치하고 있는 일명 '뽁지 굴'로 향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대마도 마을에서 거친 숲길을 헤치고 도보로 10여분 정도 걷다 보면 뽁지 굴로 내려가는 길과 대마도 선착장에서 다시 배를 타고 외해로 20여분을 가다 보면 집채만 한 바위를 지나 절벽 밑 뽁지 굴로 들어가는 코스가 있다. 비교적 안전하고 배 접안이 수월한 후자를 선택했다.
 
외해 뱃길을 이용해 20여분을 가다보면 관박쥐 서식지를 만날수가 있다.
▲ 관박쥐 서식지를 찾아 가는 중 외해 뱃길을 이용해 20여분을 가다보면 관박쥐 서식지를 만날수가 있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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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마을 주민의 안내를 받으며 뽁지 굴 입구까지 도착했으나, 문제는 뽁지 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성인 어른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밖에 없는 비좁은 공간이었다. 거기다 바위틈에 매달아 놓은 동아줄을 붙잡고 내려가야 하는 아찔한 험로(險路)의 연속이었다. 이미 동아줄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봐서 예전부터 사람의 왕래 흔적이 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마도 주민들이 말하는 일명 '뽁지굴' 입구를 손으로 가르키는 대마도 주민 김준석(45)씨
▲ 관박쥐 서식지 입구 대마도 주민들이 말하는 일명 "뽁지굴" 입구를 손으로 가르키는 대마도 주민 김준석(45)씨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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뽁지 굴 입구에서 맞은 편 바다를 바라봤다. 망망대해가 펼쳐진 그 곳에 동거차도 해역이 눈앞에 들어왔다. 세월호 침몰지점이 바로 1km 전방에 펼쳐진 해역이라고 말한 김준석(45)씨는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날 김준석씨도 배를 타고 사력을 다해 학생들을 구하려 했으나, 해경들이 소형어선이라 위험할 수 있으니 접근 금지령을 내리는 바람에 제대로 사람들을 구하지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
 
저 멀리 세월호가 침몰된 동거차 해역이 눈앞으로 펼쳐졌다.
▲ 동거차 해역 저 멀리 세월호가 침몰된 동거차 해역이 눈앞으로 펼쳐졌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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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동거차 해역 쪽을 물끄러미 바라 본 다음 동아줄을 의지한 채 들어간 동굴은 암흑 그 자체였다. 입구 쪽에서 세어 들어오는 자연광이 유일한 빛이었다. 정적만이 감돌았다. 뽁지 굴의 폭은 대략 8m, 길이는 무려 45m로 진도 조도 섬에서는 보기 드문 긴 동굴이다.
 
동굴 끝에서 입구 쪽으로 바라보는 광경은 촬영하는 동안 정막감이 감돌았다.
▲ 뽁지 굴 내부 동굴 끝에서 입구 쪽으로 바라보는 광경은 촬영하는 동안 정막감이 감돌았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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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발짝 내 딛는 순간 무엇인가 발에 걸린 게 있었다. 타다 남은 오래 된 횃불이었다. 동굴 안내를 맡아준 김씨는 "그 옛날 기름이 귀한 시절 마을 잔치가 있는 날이면 이곳에 청년들이 관박쥐를 잡아 기름 대용(代用)으로 썼다"며 "관박쥐는 온몸이 기름덩어리라 수십 마리만 잡아도 잔칫날 기름 걱정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또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징용을 피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뽁지 굴로 숨어 들어와 징용을 피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제주도를 점령하고 난 후, 도서지역을 돌며 양민들을 학살할 때도 이 굴은 섬 사람들의 은신처였다고 한다. 관박쥐의 서식지이자, 과거 누란의 위기가 터졌을 때마다 피신처 역할을 톡톡히 했던 뽁지 굴은 대마도 섬사람들에게는 생명을 지켜 줬던 구세주 같은 존재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관박쥐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동안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수면에 취해 있다.
▲ 관박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관박쥐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동안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수면에 취해 있다.
ⓒ 진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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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동굴에 매달려 깊은 잠을 자다가 밤에 먹이 활동을 하는 관박쥐는 음습하고 빛이 없는 곳을 좋아 한다. 집단으로 거꾸로 매달린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는 동안 관박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거꾸로 매달린 모양이 머리에 쓰는 관(冠)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 '관박쥐'는 조도 대마도 뽁지 굴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 분명히 밝혀졌다. 그러나 그 옛날 섬사람들이 누란의 위기에서 숨어 지냈던 유일한 은신처 역할을 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태그:#조도관박쥐, #뽁지굴, #대마도, #세월호침몰지역, #동거차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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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조도(鳥島)출생 前초당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졸업 現노무현 재단 문화예술특별위원 現칼럼니스트 現브런치 작가 現대한민국 캘리그래피 명장 現캘리그래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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