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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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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로만 보면, 박근혜 정권을 망친 '여주'가 최순실이면 '남주'는 강효상이다. 그가 '종이 흉기'인 조선일보로 채(동욱) 총장을 사퇴시키면서, 박 정권의 사정기관들은 무력화되고, 국정농단은 제동장치가 없어졌다. 자한당은 그의 외교기밀누출 범죄를 옹호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고맙게도(?) 그는 이번엔 자한당을 망칠 것이다."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고 장자연씨 관련 국회 발언으로 <조선일보>로부터 수억 원대 소송을 당했던 이 의원은 강 의원을 "재판을 진두지휘한 조선일보 가문의 '집사'였다"며 "집사의 전형처럼, 주인보다 더 주인스럽게 행동했다. 그는 여럿을 망치면서 출세해 간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소송 당사자였던 만큼 이 의원의 촌평은 여러모로 새겨들을 만해 보인다.

"장자연씨 사건에서는 조선일보 계열사 대표가 희생양이었다. 편집국장 시절에는 박근혜 청와대와 결탁해서 채동욱 검찰총장을 직무와 무관한 사생활을 공격해서 축출했다. 그 댓가(대가)가 국회의원? 이제 한미정상 전화통화를 유출해서 후배 외교관도 망쳤다."

외교부 기밀누출 사건을 '국민의 알권리', '야당 탄압'이라며 버티는 강 의원을 두고 자연스레 '언론인' 출신 강 의원의 이력을 주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의원을 비롯해 다수 정치인, 언론인들의 의견들을 취합해본다면 '강 의원이 고교 후배인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에 대해 '취재'에 나선 뒤, 일방적으로 공개해버린 것 아니냐'는 거다. 비례대표인 강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한 건 올리기 위한 폭로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언유착 논란에 휩싸였던 과거
 
뉴스타파 <[장충기문자 대공개] 기사 보고, 합병 축하...'장충기문자' 속 언론인들>영상의 일부
 뉴스타파 <[장충기문자 대공개] 기사 보고, 합병 축하..."장충기문자" 속 언론인들>영상의 일부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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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당시 사회부장 외에도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 대책팀을 따로 꾸려서 경찰 수사에 어떤 외압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는데 이동한 당시 사회부장 외에 변용식 당시 편집인, 강효상 당시 경영기획실장, 그리고 홍준호 당시 편집국장 이렇게 해서 네 분 정도가 실명이 꾸준하게 거론이 됐는데(중략),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장자연 사건 이후에 이분들이 조선일보 내부에서 승승장구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지난 3월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 '조선일보는 사주의 일탈을 어떻게 비호했나?'편에 언급된 강 의원의 활약상 중 일부다. 이종걸 의원이 '집사'라 평했던 '조선맨' 강효상은 언론인 시절부터 의원이 된 지금까지 언론에 거론된 굵직한 사건이 여러 개다.

"보내주신 음악회 티켓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운동은 집사람이 수업이 많아 사양해서요. 한 번 더 얘기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강효상 드림."

지난 2015년 4월, 당시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이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른바 지난해 4월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장충기 문자' 속 주인공 중 한 명이 바로 강효상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당시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에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직을 맡기 전 민간인일 때의 골프 여부를 일일이 답할 의무가 없다고 본다"며 "다만 삼성그룹 장 사장과의 관계에서 통상의 의례적 범위를 벗어나는 부정한 접대는 받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0월 강 의원은 KBS 보도를 통해 '권언 유착' 의혹의 당사자로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역시 조선일보 편집국장 시절이던 2015년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한국은행 금리 인하 압박' 커넥션에 개입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당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취재에 들어가자 이번엔 강 의원이 격하게 반응했다. 

"녹음기 치우고 들어와. 왜 녹음을 해. 이건 통비법 위반이야! 아니, 나는 길거리 인터뷰는 안 한다고. 나는 어떠한 청탁을 받아서 기사를 내보낸 적이 없고… 아니 만나기 싫어요!"

앞서 6월에 직접 출연까지 한 프로그램의 취재에 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장충기 문자' 속 모습과 꽤나 상반됐다.

'강효상 편집국장'은 지난해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을 통해서도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조선일보가 법원행정처와 결탁, 상고법원 설치에 유리한 기사를 쏟아냈다는 의혹의 배경에도 '강효상 편집국장'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10월 전국언론노조는 이렇게 비판한 바 있다.

"강효상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정치적 공세 운운하면서 진실을 가려선 안 된다. 강효상 의원 스스로 못한다면 국회가 반드시 청문회를 열어 정권에 의한 신문의 편집권 훼손 의혹을 밝혀야 한다."

대건고 동문 곽상도-강효상,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도
 
흥미로운 사실 하나. 강 의원이 출신 고등학교 인맥을 활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번 외교기밀 누출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외교관 후배와 강 의원은 대구 대건고 선후배 사이가 인연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대건고 출신 동문 인사가 바로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다.

"청와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서천호 국가정보원 제2차장에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하고 조선일보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나 '채동욱 총장은 내가 날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청와대 등 국가기관과 조선일보가 유착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의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 (2013년 2월 10일 <미디어오늘> <신경민 "곽상도, 조선 강효상 편집국장 만나 "채동욱 날린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2013년 10월 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파문과 관련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2013년 10월 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파문과 관련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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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곽상도 전 수석은 8월 5일 경질되면서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채 총장 자료를) 주고 떠났는데 8월 중순 (곽 전 수석이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강효상 편집국장을 만났다"며 "선후배 사이로 곽상도는 (이 자리에서)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했다는데 이 얘기는 들었나"고 물었다.

잘 알려진 대로, 당시 '채동욱 찍어내기'의 최전선에 나섰던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였고, 그 배경이 바로 대건고 곽상도·강효상 동문이었다는 의혹 제기였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 질문에 "전혀 못 들었다"고 답했다. 

'채동욱 찍어내기'가 청와대의 작품이란 정황은 최근 다시 대두되기도 했다. 2013년 3월 김학의 성접대 별장 동영상이 문제시되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찾아가 감정 결과를 확인한 청와대 행정관이 채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를 캐기 위해 뒷조사를 했던 인물과 동일인이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단호박' 발언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줄 것을 요청합니다.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 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라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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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눈높이도 대통령과 같지 않을까. 29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한국당과 강효상 의원을 겨냥해 '단호박'과 같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반면 같은 날 강효상 의원은 여전히 정부를 향한 공격에 여념이 없었다.

"정부·여당의 폭정을 막고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하는 곳은 현재 우리 한국당 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가 물러서면 대한민국이 걸어온 영광의 역사는 문재인 정권에 의해 몰락할 것이라는 현실이 저는 너무나 두렵다. 공직사회를 겁박하고 불편한 야당 의원의 입을 막으려는 정부여당의 탄압에 앞으로도 당당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

같은 날 오후 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강효상 의원의 발언 중 일부다. 이날 강 의원은 "제1야당과 저를 향한 집권세력의 공격은 의회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매우 위험한 불장난"이라며 '공포 정치'와 '압제', '독재 드라이브' 등 '야당 의원 탄압' 프레임을 위한 강한 '수사'를 연발했다.

'기밀누출 vs. 알권리' 프레임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던 <조선일보>와 보수 언론을 믿는다는 듯,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와 발맞춰 '좌파독재' 프레임으로 응수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에 이어 외교부도 강 의원에 대한 형사고발을 완료했다. 이제 관건은 면책특권 여부일 터.

과거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노회찬 의원의 경우처럼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으리란 예상이 우세하다. SNS 등에 기밀을 공개한 것을 적법하지 않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어서다. 그러나 강 의원과 한국당은 대법원 판결까지 지난한 소송전을 벌일 것이요, 작금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한국당, 보수세력과 재계의 비호 아래 승승장구했던 강효상 의원이 과연 '언론의 자유'를 들먹일 자격이 있을까. 정치적 욕망을 위해 30년 동안 선후배 관계로 알고 지낸 외교관의 삶까지 망가뜨린 국회의원의 횡포를 과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민생은 외면하고 '좌파독재' 프레임에 몰두한 채, 벌써부터 총선 체제에 돌입한 한국당의 후안무치와 '야당 탄압' 운운하는 강 의원의 적반하장을 심판하기 위해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해야하지 않겠는가. 단호박 발언으로 진압에 나선 문 대통령과 같이. 

태그:#강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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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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