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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는 95% 이상의 물에 약간의 보습제와 항산화제, 진정제를 넣어 만든 제품입니다. 거의 물이라 이것만 발라서는 보습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로션이나 크림을 덧발라야 하는데 로션과 크림에는 토너에 들어있는 모든 성분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그러니 애초부터 토너를 바를 이유가 없습니다. 

화장품 회사들은 토너를 발라야 하는 이유에 대해 "피부결을 정돈해 준다", "모공을 조여준다", "메이크업 잔여물을 지워준다" 등등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피부결을 정돈한다는 건 실체 없는 모호한 표현입니다. 피부 결은 그냥 피부 결이지 정돈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공을 조여 준다는 것도 비과학적인 주장입니다. 모공은 조일 수 없습니다. 더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는 있지만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에센스, 세럼, 앰플, 이런 것들도 다 살 필요가 없습니다.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94~95에서)
 
지난 십여 년, 화장품 관련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대한민국 좋은 화장품 나쁜 화장품>, <깐깐한 화장품 사용 설명서> 등이 그 책들. 우리나라 화장품들의 실체와 사용 현실 등을 파헤친 책들이다. 

<쓰지마, 위험해>,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 등처럼 화학물질들의 위험을 이야기하는 책들에서도 화장품 관련 글들을 접했는데, 앞서 언급한 화장품 관련 책들과 같은 시각의 글들이었다. 

위 책들을 읽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낀 것 하나는 우리들의 화장품 상식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거가 불충분한 것들도 쉽게 믿는다는 것. 기성세대들의 이런 부실함은 후배들에게 다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막연히 염려됐다. 염려가 커질수록 10대 혹은 20대들은 보다 영리하고 합리적인 화장품 사용자가 되었으면 좋겠단 바람을 하게 됐다.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책표지.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책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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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딸이 청소년시기를 지나고 20대가 되었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하는 화장품들을 맘껏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연령이 된 것이다. 이런 딸에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화장품 상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은 당연했다.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창비 펴냄)와 같은 책이 여간 반갑고 고마운 이유다.

첫 단추가 중요한 만큼 이제 막 화장품에 눈 뜨기 시작하는 10대들에게 화장품의 본질이나 실체, 올바른 역할과 바람직한 쓰임 등을 알려줌으로써 화장품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정립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책이다. 그런데 20대 딸에게도 무척 도움 될 책이었다.
 
똑같이 SPF 20을 발라도 자외선지수(자외선의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상청이 날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보하고 있다)가 '높음(5~7)' 단계인 날에는 5~6시간 지속되지만, '보통(3~5)' 단계인 날에는 9~10시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자외선이 강하지 않아서 효력이 약해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으면 지속시간은 더 늘어납니다. 즉, 자외선이 보통 단계인 날 SPF 20을 바르더라도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다면 5~6시간이 아니라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기상청 데이터에 의하면 서울 지역의 월 평균 자외선 지수는 대체로 11~2월은 '낮음', 3~4월과 9~10월은 '보통', 5~8월은 '높음' 단계로 보입니다. 이를 참고하면 5~8월에는 SPF 30~40을 바르고, 나머지 달에는 SPF 20~30을 바르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7~8월 중 자외선 강도가 '매우 높음' 단계에 이른 날에는 SPF 40 이상이 좀 더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런 날조차도 외출 시간이 길지 않거나 땀 때문에 어차피 두세 시간마다 덧바를 생각이라면 SPF 30~40만으로 충분합니다.-(<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170~172에서) 

해마다, 그리고 매체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은 자외선 차단제 기사들이 보도되곤 한다. 뉴스들을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자외선 차단제를 구입할 때는 SPF(자외선 B 차단력)와 PA(자외선 A 차단력)를 살펴야 한다는 것, 일정 시간이 지나면 되풀이해 발라줘야 한다는 것 등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내용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리라. 

뉴스들 대부분 2~3시간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마도 내가 아는 한 오래 지속되어왔으며,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책에 의하면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다. 자외선 차단제의 효력이 떨어지는 데에는 시간의 영향도 있지만 더 관련이 깊은 것은 자외선의 강도. 자외선 강도가 셀수록 효력이 빨리 떨어진다(170쪽)'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처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이제까지 알려진 상식과 다른 설명을 한다. 나아가 선택과 사용에 중점 했던 대부분의 기사들과 달리 지나치게 사용했을 경우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것도 성별에 따른 피부 면적 대비 사용량, 성분, 차단 지수에 따라 달리해야 하는 세안, 비타민 D부족, 생활패턴 등을 근거로 설득력 강하게 말이다. 

그동안 "조명은 물론 실내의 자연광만으로도 피부가 손상되는 만큼 집안에 있을 때는 물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줘야 한다"는 사람들을 여럿 본 것 같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자외선 차단제의 역할만큼 부작용도 많다. 그러니 책을 참고, 자신의 피부나 생활 패턴에 맞는 제품 선택이나 올바른 쓰임 등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외선 차단제만의 문제일까. 모든 것들은 사용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는 아주 평범한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뭉뚱그려 2~3시간마다 덧발라줘야만 한다는 뉴스 속 상식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우리의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인식이나 상식은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화장품에 대한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사고'다. 그런 만큼 화장품에 대해 알려주는 한편 일반인들은 쉽게 알 수 없는 화장품 회사들의 최대한 많이 팔기위한 마케팅 전략들과, 언론 매체들의 기사를 가장한 화장품 홍보, 시중에 회자되는 화장품 관련 잘못된 상식이나 오류 등을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설명한다. 많이 알고 있는 그만큼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메이크업 성분은 독하다? ▲화장품을 친구와 같이 쓴다면? ▲'천연'은 안전하고 '합성'은 위험하다? ▲'유기농' 제품의 허무한 진실 ▲'기능성 화장품의 기능은 뛰어날까? ▲남자는 남자 화장품만 써야 할까? ▲'특허 받은 비밀'에 숨은 뜻은? ▲과학적 증거는 얼마나 과학적일까? ▲비누로 씻을까, 폼 클렌저로 씻을까? ▲부작용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 화장품 속 발암물질, 어떻게 이해할까? ▲화장품이 몸속에 축적된다?-목차 일부. 

이런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은 화장품에 대해 알려주는 한편 부정적인 측면들을 주로 이야기하는 앞서 책들과 달리 부정적인 측면은 물론 긍정적인 측면까지 아마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또한 ▲화장품이 여드름을 치료할 수 있을까?를 비롯해 ▲여드름에 도움 되는 제품들 ▲여드름에는 어떤 메이크업이 좋을까?처럼 10대 화장품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것들까지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다. 한편 개인의 취향이나 지식 정도에 따라 선택이나 사용이 많이 좌우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이제 막 화장품에 대해 알기 시작한 청소년들의 화장품에 대한 건강한 인식 정립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겠다. 내 아이가 어떤 화장품 사용자이기를 바라는가. 이 책은 현명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 10대부터 쌓는 건강한 화장품 지식

최지현 (지은이), 이덕환 (감수), 창비(2019)


태그:#화장품, #화장하는 청소년,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자외선 차단제, #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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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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