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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 사진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있는 모습. 왼쪽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 사진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해 있는 모습. 왼쪽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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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간 전화통화 내용 비밀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외교부 주미대사관 K 참사관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에게 통화 내용을 알려준 경위를 설명하면서 "(강 의원이) 정쟁의 도구로 약용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K 참사관 측은 28일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비밀 유출의 경위를 상세히 설명했다. 하루 전 외교부 보안심사위에도 이 같은 내용으로 소명했다고 알려졌다. 내용을 보면 강 의원은 한미공조 현안에 사사건건 '안 될 것'이라고 부정하며 반증을 요구했고 K 참사관은 그런 시각을 바꾸려는 모양새였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공익 제보'와는 거리가 있다.

이 자료는 "K 참사관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외교부와 동료들에게 큰 누를 끼치고 정부의 대미외교와 관련해서도 장애를 초래한 것으로 인해 심적으로 매우 괴로운 상태"라며 "K 참사관은 잘못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강효상 의원에게 비밀을 누설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방한 가능성 높다' 설명에... '근거가 뭐냐? 참고만 할게'

K 참사관 측은 강 의원이 한미 외교 현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의도로 관련 내용 확인을 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 강 의원은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K 참사관에게 연락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반대하지 않았을 리 없다'며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확인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식량지원 지지 의사는 이미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이고 언론보도도 돼 있었다. K 참사관은 정상간 통화내용을 열람해 청와대 발표가 사실이라고 확인하고 강 의원에도 알렸다.

하지만 강 의원은 주제를 바꿔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방한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부정하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적극 반박하다가 정상 간 통화 내용의 일부 표현을 실수로 알려주게 됐다는 게 K 참사관측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비공개를 전제로 해서 알려진 일부 사실이나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근거로 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무산될 가능성보다는 성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지만 강 의원은 여전히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강 의원은 '참고만 하겠다' '분위기만 아는 데에 참고만 할테니 정상간 통화 결과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뭐가 있었느냐' '나만 참고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K 참사관은 통화 내용 일부를 알려주게 됐다. K 참사관 측은 "통화 내용의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풀어서 설명하고자 했으나 예정된 업무 일정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설명하다가 실수로 일부 표현을 알려주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K 참사관 측은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만남 무산 등과 관련해서는 알 수 없었고, 그 경위를 강 의원에게 전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K 참사관 측은 "국회의원에게 외교부 정책을 정확히 알리는 것도 외교관의 업무라고 생각하였고, 이러한 설명은 국회의원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며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K 참사관이 강 의원과 절친한 고교 선후배 사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에 대해 K 참사관 측은 "대학시절 신입생 환영회를 포함해 고교 동문회에서 한두 차례 만난 적이 있을 뿐 대학졸업 이후 30년 넘게 강 의원과 특별히 연락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미 의회 업무 담당자로 일하고 있던 지난 2월 국회대표단 방미 때 강 의원을 만난 이후 워싱턴에서 식사를 한 번 했고 전화통화를 수차례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강효상 "친한 후배 고초에 가슴 미어져... 왜곡된 한미외교 실상 알렸다"

강효상 의원은 28일 K 참사관 측의 설명자료가 나오기 전에 낸 입장문에서 "저녁 뉴스를 보니 친한 고교후배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라며 "현 정부 들어 한미동맹과 대미외교가 균열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이에 왜곡된 한미외교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린 야당 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 운운으로 몰아가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K 참사관이 소명한 내용에 따르면, 강 의원이 한미공조 사안에 대해 사사건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고 K 참사관은 그런 판단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외교 비밀이 유출됐고, 강 의원은 이를 이용해 K 참사관의 설명 의도와는 정반대의 의도로 기자회견을 한 셈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공익 제보'라고 주장한 것과도 정반대의 상황이었던 셈이다.

태그:#강효상, #나경원, #비밀유출,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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