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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독립출판 <딴짓>의 발행인이자 문화공간 '틈'의 운영자, 북바(Book Bar) '낮섬'의 대표, 자유기고가로 살아온 지 3년이 넘었다.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좋게 말하자면 N잡러, 비딱하게 보자면 아르바이트생, 통상적으로는 프리랜서로 불린다.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만족감은 더할 나위 없지만 치러야 할 대가도 있었다. 나이는 한 치의 거짓 없이 차곡차곡 먹어가는데, 통장은 매번 그대로인 걸 확인하며 불안하기도 했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 게다가 서른이 넘은 여자가 프리랜서로 산다는 건 막막한 일이었다.

이상하게도 여자 프리랜서는 나이를 먹을수록 일감이 줄어든다. 울타리도 없다. '사'자 들어가는 자격증이나 용접 같은 기술이라도 없는 이상 어떤 분야에서 내 이름을 남기기란 만만치 않다. 모두가 언젠가 프리랜서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데,프리랜서로 살아남는 방법은 누구도 제시해주지 않은 듯했다. 

그러다 보니 궁금하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 프리랜서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 분야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언니들은 특별한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야망을 품고 멋지게 살아가는 여성들을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일해 왔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말이다.

사심 가득한 이 인터뷰 시리즈의 이름은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사교클럽', 줄여서 '야비클럽'이다. 야망이 금기시 된 사회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욕망을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여자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김진아 울프소셜클럽 대표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시리즈 이름에 '클럽'을 붙인 건 여자 프리랜서들의 모임(club)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언젠가 오프라인 미팅이 열렸으면 한다. 

첫 번째 인물로 최근 책 <다가오는 말들>을 펴낸 은유 작가를 모셨다. 글쓰기 분야에서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닌 단순히 '저자'로 생계를 유지하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떠도는 풍문으로는 작가의 연봉이 직업군 중에서도 최하위라던데. 게다가 은유는 '등단'이라는 한국의 고전적 시스템 밖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다. 스스로를 '집필노동자'라고 부르는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직업으로서의 글쓰기
 
 은유 작가
 은유 작가
ⓒ 유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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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와의 인터뷰는 시간이 밭았다. 지난 4월 26일. 제주 상상유니브에서 열린 그의 글쓰기 강의 앞뒤로 남는 시간에 우기다시피 진행한 터였다. <쓰기의 말들>, <글쓰기의 최전선> 등 그의 글쓰기 관련 책을 볼 때는 쓴다는 것에 대해 묻고 싶었고,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다가오는 말들> 같은 에세이를 읽을 땐 여자로 산다는 것에 공명하고 싶었다. 인터뷰집 <출판하는 마음>에서는 한 장 한 장에 오래 머물러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은유 작가에 대해 알아갈수록 질문하고 싶은 목록은 한없이 길어지기만 했다. 다뤄볼 만한 주제도 많았다. 글쓰기, 직업으로서의 작가, 여성으로서의 삶, 인터뷰 요령 등. 결국 인터뷰 시리즈 취지에 맞게 '여성의 일'에 초점을 맞췄다.

- 에세이, 인터뷰집 등 다양한 책을 내셨고, 글쓰기 강의도 많이 하시는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작가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책 인세나 강연으로만 생계비를 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글쓰기 관련 각종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것도 고작 2~3년 정도 됐고요. 책이 한 권만 나왔을 때는 인세가 얼마 되지 않으니까요. 출간한 책이 쌓이면서 간간이 들어오는 인세가 모이게 되고, 강연하면서 생계비를 보완하게 된 거죠. 제 책이 대중적인 남성 지식인들의 글쓰기 책처럼 '파워'를 가지진 않았어요. 제 독자들은 편집자, 사서, 주부, 국어교사처럼 책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은유 작가는 제주에서 열린 글쓰기 강의에서도 인세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했다. 1만3000원짜리 책을 팔면 작가에게 남는 돈은 10%인 1300원. 초판 2000부를 다 판다고 해도 260만 원이다. 계약 당시 받는 선인세 100만 원을 제외하면 출간 후 160만 원을 받는다. 일 년 안에 책 한 권을 완성하고 1쇄 정도 팔린다고 가정했을 때, 책으로만 버는 연봉이 260만 원인 셈이다. 글쓰기가 곧 밥벌이를 위한 노동인 그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직업으로서의 작가로 살아남는 팁이 있을까.

"작가라는 직업에도 분야가 많잖아요. 소설가, 시인, 방송 작가, 르포 작가, 자유기고가... 제 경험에 근거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논픽션을 쓰는데, 당장은 돈이 안 돼도 계속 썼어요. '너는 어떤 글을 쓰고 싶니', '왜 쓰고 싶니'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이나 작가라는 자의식이나 계획 없이 계속 썼고, 그것이 쌓인 거죠. 내가 쓴 글이 교환가치가 없더라도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쓰는 게 중요해요.

저는 예전에 프리랜서로 대기업 사보 일을 했었어요. 대기업 사보는 글 호흡이 짧아서 뚝딱뚝딱 쓰기가 좋았죠. 생활비는 벌어서 좋은데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감각을 잃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미담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고, 사회구조에 질문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사보 일로 최소한의 기초생활비를 마련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죠.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블로그에 썼죠. 

자기가 쓴 글을 공적인 자리에 내보내는 훈련도 중요해요. 자기 안에 갇히는 글쓰기를 하지 않는 거요. 나만 쏟아내고 나만 만족하는 글보다 조금 더 객관적이고 책임감 있는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택한 방법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한 거였어요. (제가 쓴 글이) 몇 번 메인면에 오르고 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책 <다가오는 말들> 표지
 책 <다가오는 말들> 표지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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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작가'라는 호칭을 썼더니 은유 작가가 '호출형 근로자'라고 바꿔 말해주었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부르면 달려나가 일하고, 취재해달라고 하면 취재해서 납품하는 모양새가 호출형 근로자란다.

프리랜서를 위한 매거진 <Free not free>의 이다혜 발행인이 말하길, 작가는 저서가 아니라 강연으로 돈을 번단다. 그렇다면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연이 잘 들어올 만한 글을 써야 하는 걸까.

- 연예인들은 드라마로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서 광고로 돈을 벌고, 작가는 책을 내지만 결국 강연으로 돈을 번다고 하더라고요. 생계형 작가는 키워드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한 걸까요? 
"(웃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만큼 오면 세상은 저만큼 가 있어요. 제가 시류에 맞추려고 했다면 좌절했을 것 같아요. 안 맞잖아요. 시대가 나를 알아봐주고, 나도 열심히 하고, 기회도 와야 하는데, 그런 건 저는 꿈도 안 꿨어요.

저는 제가 쓸 수 있는 걸 썼어요. 그걸 누가 좋아해주면 고맙고, 아니면 어쩔 수 없어요. 예를 들어, 간첩조작사건피해자 얘기 같은 건 많이 팔리기 어려운 책이죠(은유 작가는 <폭력과 존엄 사이>라는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인터뷰집을 썼다 - 기자말). 강연자로 살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거나 하다면 글 쓰는 직업은 안 맞는 거 같아요. 아예 학벌자본이나 관계자본이 많든가요."

하지만 학벌과 인맥이 있는 여성이라도 40대, 50대가 되면 일감이 점점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오는 전화가 줄어든다. 소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간다.

"여자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나봐요. '나이든 여자' 프레임이 씌워지죠. 프리랜서 시장에서도 더 젊고 순종적인 파트너랑 일하기 원해요. 나이 들고 자기 주관과 생각이 있으면 까다롭게 보죠. 경험이 경력으로 존중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도 자유기고가로 일을 했는데, 그 일을 계속 했으면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일이 없었을 것 같아요. 35세부터 일을 했는데 40세 정도부터는 제가 그 일을 줄였거든요. 물론 생계 불안도 있었죠. 그래도 돈 되는 일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너무 중요했어요."

(*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omn.kr/1jidk)

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지은이), 어크로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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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