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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미스트 >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거짓된 믿음이 전염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영화 < 미스트 >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거짓된 믿음이 전염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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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에 짙은 안개와 함께 공격적인 괴생명체들이 나타나면서 수십 명의 주민이 마트에 갇힌다. 괴생물체의 공격으로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자 사이비 종교를 믿는 한 여성이 "종말이 다가왔다, 하나님의 진노가 시작되었다"며 떠들고 다니기 시작한다. 원래 그녀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는 정도였는데 옆 사람이 무참히 숨지는 걸 보고 극도의 공포와 위협을 느낀 사람들은 점점 이 여자를 따르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 여성은 자신을 추종하지 않는 사람을 마녀사냥 하듯이 악마로 몰고 괴물들에게 제물로 바친다. 영화 <미스트>의 내용이다. 

'카더라'하고 대수롭지 않게 시작된 헛소문이 왜곡되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 자기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 믿음을 강요하고 상대편을 공격하는 경우가 과연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일까.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2011년 첫 교육감 선거를 앞둔 때였다. 당시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서 긴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받은 대로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급해요! 곽노현 교육감 통과되면 
① 미션스쿨에서 종교 교육과 채플이 선택 과목이 되고 전체 외부 종교 행사 못 함 : 미션 스쿨 무너지고 
② 동성애 허용 : 초중고 동성애 충만해지고 
③ 초·중·고 학생 정치 활동 허용 : 초·중·고 학생들이 정당 활동한다며 광우병 때처럼 시청 앞에 뛰어나가 시위대의 전위부대가 됩니다.
교회가 깨어 기도하고 일어나야 합니다. 8월 24일 꼭 투표합시다. 이 메시지를 20명에게 꼭 전달해 주세요. 그러면 승리합니다."

친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호들갑스러운 문장과 반공 포스터 같은 선동적인 문구에 웃음이 터졌다. 8년이 지난 지금도 보수 기독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논리나 유포되는 방식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낙태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조례에는 '성 소수자로서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 '성 인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나올 뿐인데 말이다. 성경까지 인용해서 쓰인 이 가짜 뉴스를 많은 교인이 전도하듯이 카카오톡으로 전한다.
  
 기독교 내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의 내용을 보면 당장 나라가 망하고 지구의 종말이 올 것 같은 긴박함과 절박함이 있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슈와 종교가 연결되면 훨씬 강력한 힘이 생긴다. '신앙'이라는 스위치가 눌러지는 순간 자기 몸까지 바치는 헌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 내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의 내용을 보면 당장 나라가 망하고 지구의 종말이 올 것 같은 긴박함과 절박함이 있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슈와 종교가 연결되면 훨씬 강력한 힘이 생긴다. "신앙"이라는 스위치가 눌러지는 순간 자기 몸까지 바치는 헌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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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고 불신을 낳는다. 불신이 깊을수록 가짜를 쉽게 믿게 된다. 기독교 내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의 내용을 보면 당장 나라가 망하고 지구의 종말이 올 것 같은 긴박함과 절박함이 있다. 그 밑바닥에는 공포가 작동하고 있어 사람들은 쉽게 선동된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슈와 종교가 연결되면 훨씬 강력한 힘이 생긴다. '신앙'이라는 스위치가 눌러지는 순간 자기 몸까지 바치는 헌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기독교인들을 공포에 빠트리는 걸까. 

5월 14일 MBC <스포트라이트> 취재진은 "내년 총선 때 국회에서 빨갱이들을 몰아내자"는 원색적인 발언과 특정정당 지지발언을 반복적으로 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교회로 찾아갔다가 신도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공직선거법상 금지하는 행위임에도 일부 보수 교회의 강단에서 공공연하게 정치적 발언을 하는 목사들이 많다.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색깔론 발언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올해 한기총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동성애와 이슬람, 차별금지법을 앞세워 한국교회를 해체하려는 세력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단서로 생각해 본다면 보수 기독교를 공포에 빠트린 것은 한국 교회를 해체하려는 세력들, 즉 성 소수자와 이슬람 난민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빨갱이 등이다. 가정파괴, 종교파괴는 물론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실체가 없는 두려움이다.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강력한 지배 구조의 흔들림이다. 정치와 결탁해 기득권이 되어 버린 세력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을 지키기 위해 공포를 조장하며 이데올로기화한다. 그래서 공공연히 설교에 반공 메시지를 넣어 사실을 왜곡한다. 이대로 두면 심판당하고 종말이 올 것이라고 겁을 주며 종속한다. 이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다 적이 되어버린다.

전광훈 목사 관련 방송이 나온 다음 날인 21일 한기총은 "공산주의로 가는 반기독교 언론, MBC가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위상을 망각하고 황교안 대표와 전광훈 목사의 퇴출을 위하여 악마의 편집으로 반민주적인 보도로 인하여 1200만 기독교인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애국 국민들을 공산주의 인민재판과 같은 보도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며 성명서를 냈다. 현실은 영화 <미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별과 혐오 조종한 세력

영화는 영화니까 그렇다고 넘길 수 있지만 현실은 심각하다. 극우 정치권과 손잡은 일부 보수 기독교는 차별과 혐오의 선봉에 선 모양새다. 그들의 타깃은 빨갱이 정치권과 사회적 약자들이다. 특히 성 소수자 문제와 난민 문제 등은 그들이 퍼트리는 가짜뉴스의 메인 아이템이다. 성경 일부를 입맛에 맞게 확대해서 공격하기에 좋고, 공포를 자극해 맹신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유효했다.

작년 예멘 이슬람 난민들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때도 테러리스트가 속해 있다는 등 극우 기독교 단체를 통해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예멘인에 대한 두려움은 난민 혐오로 이어져서 급기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7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태극기 집회나 퀴어반대집회를 봐도 종교와 공포에 휘둘리는 군중심리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파괴적인지를 알 수 있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다. 그러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것이 과연 "빛과 소금"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오히려 종교의 외피를 입고 사람들을 공포로 조종하며 혐오를 퍼뜨리는 해로운 바이러스 아닐까. 한국교회를 해체하려는 세력이 진짜 누구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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