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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개혁개방 이후 새로이 부상한 대표적인 곳 중 하나인 왕푸징(王府井)이 있다. 중국에서 조류전선(潮流前线)이라는 옷가게를 처음 보고 전깃줄에 앉은 참새를 떠올리며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이 왕푸징이 '유행의 최첨단'이라는 조류전선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네 구역으로 나눠 총 연장 1818미터의 거리에 고급 백화점 등 쇼핑센터와 먹거리가 줄지어 있다.
 
북경반점 중국의 호텔은 주로 뒤에 반점, 빈관, 주점이 붙는다. 북경반점은 올해 초(2-19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한 장소이기도 하다. ⓒ 민영인
 
천안문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이라 걸어가도 되는 거리다. 왕푸징 입구에 있는 '북경반점'이 이정표가 된다. 가끔 일행들과 함께 여기를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한국에도 북경반점 많은데"라고 한다. 그러나 이 북경반점은 1900년에 문을 연 고급호텔로 중국 근현대사의 중심에 있었다. 왕푸징 거리가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되겠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좌측으로 맨 먼저 먹자골목(美食街)이 나온다.
 
왕푸징미식거리 옛날 왕족(王府) 저택의 우물이 있었던 곳으로, 청 건륭시기에는 귀족과 고관들의 거주지였다. 현재는 쇼핑의 중심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민영인
 
왕푸장에서 주문한 쌀국수와 북경자장면 중국에는 자장면인 있다, 없다로 많은 말들이 있었다. 우리와 같은 카라멜 춘장을 얹은 자장면은 없지만, 이름그대로의 자장면(炸?面)은 옛날부터 있었다. 물론 맛은 전혀 다르지만 맵지 않은 비빔면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 민영인
 
현지인과 외지인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단연 '전갈꼬치'다. 중국인들도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다. 전갈을 자세히 보니 살아서 꼼지락거린다. 다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뭘 먹을까를 고민하는데, 전갈보다 더 신기한 것들이 보였다. 이름도 알 수 없는 희한한 재료들이다. 그 속에 작은 실뱀 같은 것도 보였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점원이 표정 없는 눈길로 종이에 한자와 영어로 적어둔 '촬영금지'라는 팻말을 보여준다.
  
오늘은 북경역 근처에서 묵기로 했다. 어제 묵었던 치엔먼에서 북경역까지 지하철 2호선으로 두 정류장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라 거기서 묵어도 되지만 380위엔 하던 방을 680위엔으로 거의 두 배를 달라고 해서 옮기기로 했다.
 
북경역 1959년 10월에 개통한 북경역은 하루 평균 약 45만 명이 이용한다. 그러나 주변이 노후화되어 문 닫은 호텔이나 식당 등이 많았다. ⓒ 민영인
 
내일 열하로 가는 기차 출발 시간이 아침 7시 56분이며, 그 전에 예약한 기차표를 창구에 가서 찾으려면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기왕 숙소를 옮기려면 북경역 근처가 편할 것 같다.

지금 같은 연휴기간에 적당한 숙소를 잡는다는 게 쉽지 않아 은근히 걱정도 된다. 가격이나 방 상태가 좋아도 외국인을 받지 않아 퇴짜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서너 군데 들렀다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나그네에게는 배부른 것이 상선(上善)이다. '민이식위천(民以食为天)',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여긴다. 정치적으로는 국민을 배부르게 하는 것이 근본이고, 지금 나 같은 방랑객에게는 우리 속담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나 할까. 종일 발품을 파는 배낭족은 기회가 왔을 때 잘 먹어둬야 된다.

저녁을 훠궈(火锅, 중국식 샤브샤브)로 정하고, 잘 알려진 체인점 하이디라오(海底捞)를 검색했다. 걷기에는 조금 멀지만 택시기본요금 거리인 신세계백화점 안에 있다. 조금 이르지만 혹시 모르니까 하는 생각에 이른 저녁이라 여기고 찾아갔는데도 벌써 대기가 최소 두 시간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은 초반부터 숙소와 식사에 애를 먹고 있다. 두 시간을 기다리기보다는 적당한 다른 메뉴를 찾는 게 훨씬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나와 맞은편 건물에 '중경유선로화과(重庆渝善老火锅)' 간판이 보여 무조건 올라갔다. 가게 안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빈 자리가 드문드문 보인다.
 
충칭훠궈 중국의 대표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원앙솥(태극처럼 솥을 둘로 나눠 한 쪽은 매운 육수, 다른 쪽은 맵지 않은 육수)에 육류, 해산물, 야채 등을 넣고 데쳐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특히 충칭은 맵기로 유명해 다른 지역 사람들은 매울까 겁을 내지만, 충칭사람들은 맵지 않을까 걱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 민영인
 
우선 양고기와 소고기를 메인으로 하고 몇 가지 야채를 먼저 주문했다. 그리고 술을 주문하고자 메뉴판을 다시 보니 홍성이과두(紅星二锅头)가 小(100ml), 반 근, 한 근, 43도, 53도로 구분되어 있다. 43도로 한 근을 달라고 했다. 

종업원이 잠시 머뭇거리며 나를 쳐다보더니 안 된다고 한다. 나는 뭐가 잘못되었지 하는 생각으로 "왜"라고 했더니, 술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작은 걸로 주문하라고 한다. 내가 '작은 병을 주문하면 계속 주문을 하게 되어 너를 귀찮게 할 것이다'라고 했지만, 종업원은 웃으면서 "다 마시면 그때 다시 부르면 된다"라고 대답한다.

조금 당돌해 보이지만 계속 불러도 전혀 귀찮아 하지 않으며 "또 마셔?" 하는 이 종업원이 밉지 않고 오히려 손님 건강을 염려하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았다. 북경의 밤은 알딸딸한 취기에 좋아진 기분과 열하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지나간다. 드디어 내일 아침 나는 열하로 떠난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길 위에서는 구도자가 된다'에도 실립니다.

태그:#신열하일기, #왕푸장, #전갈꼬치, #북경역, #충칭훠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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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 대한민국 힐링1번지 동의보감촌 특리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여전히 어슬픈 농부입니다. 자연과 건강 그 속에서 역사와 문화 인문정신을 배우고 알리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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