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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참여연대, 민변 등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과 박정훈 SBS 대표이사, 최태원 SK 회장 등을 후니드를 통한 업무상 배임 혐의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 고발하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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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언론개혁의 시발점이자 또 다른 재벌개혁의 서막이다."(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SBS 지배주주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겨냥한 언론개혁 투쟁이 재벌개혁으로 번졌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윤창현 본부장, 아래 SBS 노조)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과 박정훈 SBS 대표이사가 SK그룹 3세 기업인 '후니드'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최태원 SK 회장 등도 재벌총수일가에 부당이익을 제공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태영-SK 재벌개혁으로 번진 SBS 언론개혁 투쟁

윤석민 회장 검찰 고발은 지난 한 달 사이 벌써 세 번째다. SBS 노사는 지난 3월 윤태영 명예회장에 이어 윤석민 회장이 취임한 뒤 지배주주의 경영 개입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SBS 노조는 지난 4월 17일 태영건설 부회장 가족 회사인 '뮤진트리'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윤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지난 4월 25일에도 SBS미디어홀딩스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100억 원대 회삿돈을 빼갔다고 윤 회장과 박 대표를 고발했다. (관련기사: 태영건설 회장 고발한 SBS노조, '오너와 전면전' 왜? http://omn.kr/1iooy)

지금까지 SBS노조와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가 고발을 주도했다면, 이날 세 번째 고발은 그동안 재벌개혁에 앞장서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전면에 나섰다. 사건의 무게 중심이 언론개혁에서 재벌개혁으로 넘어왔다는 의미다.

직원 수가 2600여 명에 이르는 대형 급식위탁업체인 '후니드'는 지난 2004년 설립 당시 SK그룹 3세인 최영근씨 등 3남매가 지분 70% 이상 소유한 회사였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지분 99.9%를 갖고 있던 태영매니지먼트와 합병하면서 지분율이 각각 67.1%와 15.38%로 줄었다. 이어 지난 2018년 페이퍼컴퍼니인 '베이스HD'와 그 자회사 '에스앤아이'가 최씨 쪽 지분(38.1%)과 윤 회장 지분(10.48%)을 넘겨받아 49.19%로 최대주주가 되면서, 총수일가 지분은 각각 20%대와 5% 정도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후니드는 SK그룹과 태영그룹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지난 2012년 당시 매출 776억 원, 영업이익 41억 원에서, 2018년 매출 2002억 원, 영업이익 108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3년 합병 이후 윤 회장과 최영근씨 등이 후니드에서 받은 배당금도 각각 28억 원, 98억 원에 이른다.

SBS 노조는 최씨 삼남매와 윤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지분을 양도했고, 후니드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해 SBS 등 태영그룹 계열사에게 수십억 원대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총수일가 지분 줄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막으려는 신종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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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변 부회장이자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니드를 통한 SK그룹과 태영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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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부회장이자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SK 총수일가의 후니드 지분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태영매니지먼트와 합병해 지분율을 희석했지만 실제로 합병된 게 아니라 후니드란 한 우산 속에서 여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처럼 재벌끼리 회사를 합병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줄여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려는 악의적인 신종 수법에 대해 공정위와 검찰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 재벌개혁 전문가인 김종보·이주한 변호사도 이날 힘을 보탰다. 이주한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에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많은 물량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가 거래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후니드는 SK 삼남매가 설립했고 많은 주식을 보유한 회사인데도, SK 계열사들이 식당 관련 계약을 후니드와 체결하고 많은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품고 공정위에 신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방송은 대주주의 사적 욕망을 실현하는 개인적 도구가 아니다"라면서 "오늘 고발하는 내용은 SBS를 포함한 방송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바로잡아야할 사회 부조리 행위인데, 감시 주체는 방송사 대주주가 직접 자행했다는 점에서 고개를 들 수 없도록 창피하고 자괴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지상파 방송 대주주로서 윤석민 회장의 자격을 근본적으로 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BS 쪽은 지난 9일 열린 SBS 노조의 후니드 관련 고발 기자회견 직후 "적정한 조건으로 후니드와 용역 계약을 체결해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으며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후니드 매출에서 SBS 비중은 3% 정도에 불과하며, 윤석민 회장은 후니드 지분을 대부분 매각해 현재 4.9%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도 지난 2005년 후니드와 계열 분리해 법적으로 관계없는 회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