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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천안시에서 열린 충남행진에 참가한 정의당 당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지난 17일 천안시에서 열린 충남행진에 참가한 정의당 당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 이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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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이날 충남 천안시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와 정의당 충남도당이 주축이 되어 충남평등행진을 진행했다. 행사에 참여한 30여 명의 시민과 정의당 당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호소하며 캠페인을 벌이고 서명도 받았다.

이날 캠페인에는 정의당 충남도당 임푸른(36)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도 참여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임 위원장은 사회복지 분야뿐 아니라 성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도 성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성소수자들도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성소수자 문제를 '찬반의 논란' 쯤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낙후되어 있다. 이런 인식은 진보와 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표출 되곤 한다.  

실제로 임 위원장의 아버지는 진보정당 시의원을 지낸 이력이 있다. 그런 임 위원장의 아버지조차도 아직 임 위원장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임 위원장은 "지금도 본가에 갈 때는 여성 옷이 아닌 남성 복장으로 갈아입고 간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특별히 개명을 하지 않고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 그대로 살고 있다. 물론 성별 정정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애써 수정하지 않고, 있는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눈치다. 임 위원장은 "남성 옷은 종류가 한정적이다"라며 "여성 옷은 종류도 많고, 스스로 꾸미기도 좋다"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성의 옷을 입고 꾸미는 것을 즐기는 크로스드레서가 아니다.

임 위원장은 "어릴 때 희귀성 소아암으로 투병했다"며 "2차 성징 과정에서 남들과 다른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적으로 불분명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푸른 위원장은 성소수자란 정체성 외에 88만원 세대의 사회복지사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청년복지 외에도 청년 세대의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지난 16일 천안시 두정동에 있는 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임푸른 위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정체성 인지한 건 20대 중반... 한동안 부모와 연락 끊기도"
 
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만난 임푸른 위원장.
 정의당 충남도당 사무실에서 만난 임푸른 위원장.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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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된 게 언제인가?
"스물 대여섯 살 쯤 이다. 대학 졸업 후,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여자 친구도 나를 소위 여성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여자 친구가 나에게 여자 옷을 한번 입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했다. 그때 처음 여자 옷을 입어 봤는데 잘 어울렸다. 당시에는 나의 정체성이 여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성의 복장을 즐기는 크로스 드레서 정도로 생각했다.

직장에 나갈 때는 남자 옷을 입고, 그 외의 여가 시간은 여자 옷을 입고 활동했다. 그러다가 트랜스섹슈얼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했다. 점차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는 트랜스 젠더 정도로만 밝히고 활동했다. 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트랜스젠더와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젠더 퀴어(중성적·양성적 젠더 정체성)라고 보면 된다."

- 성소수자란 사실을 가족들에게 처음 알렸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나.
커밍아웃한 순서는 친구들, 주변의 믿을 만한 지인, 그 다음으로 남동생에게 말했다. 스물아홉살 무렵,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알렸다. 부모님에게는 직접 말하지 못하고 편지를 남기고 가출 했다. 한동안 부모님과 연도 끊고 살았다. 나중에 들어 보니 아버지가 내 편지를 불 태웠다고 했다.

물론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아버지 세대의 경우, 사회적으로 아무리 진보적이라고 해도 가정에서는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아 왔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아버지는 날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 본가에 갈 때는 치마를 입지 않는다."
 
- 성소수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이 많다고 들었다. 어떤 때 주로 차별을 느끼나.
"생활 전반에서 차별을 당한다. 특히 트랜스젠더 같은 경우에는 지정 받은 성별과 성별 표현이 다르다. 그에 따른 차별이 크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성별을 드러내야 할 때가 많다. 취업을 할 때도 주민번호를 써야하고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드러내야 한다.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트랜스섹슈얼 같은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집에서 나오더라도 갈 곳이 없다. 쉼터는 트랜스섹슈얼(성소수자)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남성과 여성, 양성의 분리 공간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섹슈얼들을 여성과 남성 공간, 그 어느 쪽으로 갈수가 없다. 트랜스섹슈얼들은 공적서비스나 사회 안전망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성소수자임이 강제로 알려지는 '아웃팅' 문제도 심각한 것 같다.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사례도 많다고 들었다.
"특히 시골은 커뮤니티가 매우 좁다. 커밍아웃할 경우 마을 전체에 알려지게 된다. 커밍아웃하는 것 자체가 아웃팅이 되는 상황이다. 물론 도심권도 안전하지는 않다. 가정 내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형태로든 친척이나 지인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어쩔 수없이 타 지역으로 생활 기반을 옮겨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취업도 어렵지만 취업을 하더라도 아웃팅의 위험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한다.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 질까봐 갑질을 견뎌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상적 차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충남행진에 참여한 임푸른 위원장
 충남행진에 참여한 임푸른 위원장
ⓒ 이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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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7년 차별금지법 제정연대가 다시 꾸려지고, 법 제정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법이 제정되면 성소수자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가.
"사실 직접적인 혜택은 없다. 성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보수 기독교 단체 쪽에서 성소수자를 이유로 법제정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차별금지법 제정에 성소수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당위성도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성소수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시민단체의 활동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차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성소수자들도 방송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차별 실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입법 활동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들도 국회의원 하나 정도는 낼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성소수자들의 정치 세력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당 활동을 하고, 성소수자위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 성소수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 중 하나가 바로 성행위 형태인 것 같다. 실제로 보수교회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성행위 형태를 문제 삼기도 한다.
"성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인간으로서 예의에 어긋나고 무례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분(보수 교회)들도 동성애자들의 (성)행위를 혐오하기 보다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정신질병 분류에서 동성애가 삭제 된지도 벌써 40년 가까이 됐다. 의학계에서는 트랜스젠더 자체도 더 이상 병리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보수단체 입장에서도 그런 측면을 언급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소수자들의 성행위가 변태적이라는 식으로, 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보수 단체 사람들을 상대하기 보다는 일반 대중들에게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 실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소수자들도 우리사회의 구성원이자 이웃이다."

-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성소수자를 표적 삼아 공격하고 있다. 민주·인권이란 말에 특히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혹시 있나.
"소수가 행복한 사회야 말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이다. 우리 모두는 언제든 소수자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전환치료라고 해서 성소수자들에게 전기고문과도 같은 전기치료를 자행했다. 정신과 약을 먹이기도 했다. 그것은 치료가 아닌 일종의 강요였다.

성경에는 여성을 차별적인 문구도 많고, 심지어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돌로 쳐서 죽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성경을 곧이곧대로 해석하고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성소수자도 이웃이다.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했다. 예수의 말씀처럼 성소수자들을 이웃으로 대해 주었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족구성권이 필요하다. 가족 동반자법이 차별 금지법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청년들의 경우 1인 가정이 많다. 1인 가정은 혜택은 고사하고 사회적인 배려도 받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공동주거형태도 늘고 있다. 방이 여러 개 있는 집 하나를 구해서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는 것이다. 이런 형태는 젊은 층의 취향에도 맞다. 동반자법이 제정되면 이들도 가족이 될 수 있다.

내 경우에도 친한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사실상 가족인 셈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남남이다. 의료보험료도 각자내고 있다. 친구가 갑자기 아플 경우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하지만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가족이 아니라서 신원 보증조차 할 수 없다. 사실 이것도 중요한 차별 사례이다."

태그:#임푸른 , #성소수자 인터뷰 , #임푸른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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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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