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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의 단절
 소통의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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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空間)

원시사회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문명은 교통, 통신 등 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세 차례 산업혁명을 거쳐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인간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원거리 통신이 가능해졌고, 상호 얼굴을 보며 소통할 수 있는 화상통신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공간'의 개념은 크게 확대되었다. 

공간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신속하고 정확한 일 처리가 가능해졌다. 동시에 그에 따른 부의 축적도 천문학적인 수준에 다다랐다. 이렇게 몇 차례 산업혁명의 결과는 인간에게 문명의 혜택을 가져다주면서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꾸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문제 역시 천문학적 수준으로 크게 대두된다. 바로 인간의 정신건강이 문명의 이기에 크게 침해받고 있다.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신경과학자와 건축가들은 '신경 건축학회'(Academy of Neuroscience for Architecture)를 발족하고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인간은 집에서 자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직장에서 일하며,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등 이런 한정된 공간에서 인간의 인지 사고 과정은 영향을 받는다"라고 주장하면서 "문명의 이기는 각각의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는 공간 간의 경계를 파괴했고 인간의 인지 사고 역시 크게 훼손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한다.
 
 헤어나올 수 없는 문명의 이기(利器)
 헤어나올 수 없는 문명의 이기(利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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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利器)

예컨대 개인적으로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안락하고 휴식의 기능을 제공하는 집이라는 공간도 시·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직장에서 하던 업무가 집에서 연속될 수 있게 되었다. 휴일, 밤낮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무선 통신이 가능한 어떤 공간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스트레스는 공적 영역의 사적 영역으로의 침해에 한정되어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전화와 문자를 대신하는 여러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메신저는 기존의 전화, 문자의 기능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여러 포맷의 파일, 화상통화, 위치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강력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인간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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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空虛)

기존의 우편 서비스는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수신자를 위해 진심을 전달하려 가급적 많은 생각을 거쳐 장문을 보내곤 했다면, 메신저 앱은 발송 건에 따른 추가 비용 없이 즉시 안전하게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상호 피드백이 빨라지고 필요한 말만 간단하게 주고받게 되면서 사용하는 언어 역시 함축적으로 변화하고 수신확인도 즉각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 애플리케이션이 가진 간편하고 다양한 기능은 인간관계에서의 새로운 갈등을 낳았다. 문명의 이기로 시작된 현대인의 공허는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를 느끼거나 박탈감, 공허함, 소외감까지 들게 만들어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고 있다.

편의를 위해 함축시킨 그 뜻을 알 수 없는 모호한 문장과 단어들은 감정 소모라는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켰고 심지어 수신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년간 쌓아온 인간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도 일도 발생하며, 나아가 다수가 참여한 대화방에서 '사이버 불링(Cyber Bulling)' '성추행' '명예훼손' 등과 같은 범죄의 행태 등을 보이며 사회의 악의 축으로 변질하였다.
 
 인간관계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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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再生) : 아미시 프로젝트(The Project Amish)

문명의 이기로 파생된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평범한 대학생 제이크 레일리(Jake Reilly)는 '아미시 프로젝트(The Amish Project)'라는 특별한 실험을 진행했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아미시 공동체 (현대문명과 단절한 채 자신들만의 전통을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는 미국 침례교 집단)'에서 이름을 딴 이 프로젝트는 90일간 인터넷, 스마트폰, 컴퓨터, 유선전화 등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스마트폰을 정지하고 모든 SNS를 탈퇴하며 시작된 실험은 초기 단계에서 견딜 수 없는 공허함, 불안감, 걱정, 고립감을 이기지 못해 공중전화를 사용하게 되는 어려움에 봉착한다. 제이크의 전화를 받는 대상은 이런저런 핑계로 통화를 미루고 제이크는 하염없이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일상을 반복한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제이크는 친구를 직접 만나러 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자신의 집 창문에 호박을 올려두며 "들어와도 좋다"라는 신호를 남긴다거나 친구의 집 앞에 쌓인 눈을 이용해 글을 써 메시지를 남기는 등 주변 사물과 자연물을 통해 자신만의 연락 방식을 정립해나가면서, 주변인들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친구들은 제이크를 위해 새로운 소통창구를 만들었다. 문명의 이기 속에 묻힌 '진짜 삶의 방식'을 찾게 된 것이다.

​회복(恢復)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의사소통 방법을 초·중·고 교육과정에 도입하는 방안과 같은 국가 정책적인 노력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제이크의 경우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과거의 가치를 다시 찾는 아미시 프로젝트라는 실험이 가능했지만, 지금의 세대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을 경험하지 못해 작금의 상황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책적 노력이 없다면 문명의 이기에 따른 인간 소외감에서 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문제 제기마저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미시 프로젝트의 사례를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은 문명의 이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공허감은 해소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제이크처럼 기계 자체를 거부하고 SNS를 끊지 않더라도 수신확인에 얽매이지 않는다거나 대화 태도에 있어서 언어를 함축시키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문명의 이기에서 오는 공허함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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