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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는 미운 세 살입니다. 아직은 두 돌이 되지 않아 말은 거의 못 합니다. '엄마', '맘마', '까까', '안 돼' 정도만 합니다. 대신 키도 큰 편이고 체중이 많이 나가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아이를 네 살로 오인합니다. 돌이 안 되었을 때도 "돌 지났죠?"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언어로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기 힘들어서일까요? 아이는 울음 또는 거친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관심을 끌고 싶거나 호감을 표현할 때 그리고 심심할 때도 상대방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거나, 물어뜯거나, 얼굴을 손으로 칩니다. 누워있는 사람을 보면 그 위에 올라 타려고 합니다. 엄마가 잠을 자려고 누우면 못 자게 이불을 가져가 버리거나, 엄마 눈을 찌르거나, 엄마 머리채를 심하게 잡아당기거나, 배 위에 올라타 방방 뛰는 것은 애교에 속합니다.
 
자기 고집이 세져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떼쓰는 경우가 많은 미운 세 살 아기.
 자기 고집이 세져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떼쓰는 경우가 많은 미운 세 살 아기.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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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면 자신의 이마를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아프게 바닥에 내리찧는 자해 행동을 하기도 하고, 울어댑니다. 주로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어른이 위험하다고 제지할 때, 자신이 달라고 하는 물건을 보호자가 주지 않거나 빼앗아 갈 경우 이런 행동을 보입니다. 한 번 화가 나면, 아이가 원하는 걸 즉시 해주어도 분이 풀리기 전까지는 울음이나 분노 행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엄마가 적당히 받아주거나, 제지하거나, 말로 훈육하고 달래기도 하는 등 쉽게 대응할 수 있지만 공공장소나 남의 집에 갔을 때가 문제입니다. 어린이집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니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허용되는 행동이 있기 마련입니다. 남의 집, 교회, 식당, 백화점이나 마트, 상점 그리고 대중교통이나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와 외출할 일이 늘어날수록, 아이의 위험 행동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 규칙을 벗어나는 행동을 제지하고 훈육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아무리 20개월밖에 안 된 어린 아기라고 해도, 공공장소에서는 아기의 일탈 행동을 귀엽게만 봐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가 맘대로 돌아다니면 우선 엄마를 노려 보다가 한 마디씩 합니다. 

친척집을 포함해 남의 집에서는 "애를 꼭 붙잡고 있어라. 아무 물건이나 못 만지게 해라. 애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아직은 버스나 지하철은 엄두도 못 내지만 가끔 택시를 타면 아이가 계속 움직이려 해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교회에 가도 어린 아기라고 남의 물건을 만지거나, 마구 돌아다니거나, 교회 물품을 마음대로 건드리거나, 예배에 방해되는 행동을 못하게 엄마가 통제해야 합니다. 말을 잘 듣고 엄마 옆에 앉아 얌전히 예배드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저희 아이는 잠잘 때만 조용합니다. 

그렇다고 놀이터가 아닌 예배 장소에서 아이를 맘대로 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들 이해를 많이 해주셔도 결국은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고, 집에서보다 몇 배로 아이 돌보는 일이 힘들어집니다.
 
감정을 울음이나 분노 행동으로 표현하는 20개월 아기.
 감정을 울음이나 분노 행동으로 표현하는 20개월 아기.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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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나 상점에서도 아이를 데리고 있기가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면 아이는 엄마 손을 뿌리칩니다.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갈 때는 유모차에 태우거나 업거나 안아야 합니다. 주택가에도 심야시간을 제외하고는 밤낮없이 유동 차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산동네에 살기 때문에 평지보다는 아이가 뛰다가 넘어져서 다칠 위험도 높습니다. 

아이는 종일 움직입니다. 아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고 있거나 아플 때 뿐입니다. 엄마가 컴퓨터로 일을 하든, 설거지나 요리를 하든, 청소를 하든 전부 참견하고 훼방을 놓습니다. 먹기 싫은 음식이 있으면 그릇을 아예 엎어버립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수저로 떠먹지 않고 손으로 집어 먹거나 바닥에 쏟아서 주워 먹으려 합니다. 내 집, 남의 집 할 것 없이 온 물건을 다 뒤져보고 만져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 없는 아기는 어른이 꼼꼼하게 칫솔질을 해주어야 하는데, 아이는 칫솔을 빼앗아 도망칩니다. 엄마가 붙잡고 억지로 칫솔질을 하면 몸부림을 치고 쉽게 엄마에게서 빠져 나가 버립니다. 칫솔을 혼자서 물고만 있으면 큰 문제는 없지만, 아이는 칫솔을 자기 입 안에만 물고 있지 않습니다. 창틀, TV 화면, 베란다 바닥, 벽 면 모서리 같은 지저분한 곳을 청소하듯이 문지릅니다. 엄마가 "지지" 하고 저지하려 하면, 오히려 재미있어 합니다.

가끔은 아기와 엄마인 저에게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내비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양육 방식에 대하여 훈계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 겉으로는 웃으며 사과도 하지만, 마음은 상처를 받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제지시키고 훈육하고 있는 건데, 아기가 몰라서 그런 것이니 큰 피해나 손해를 입힌 것이 아니면 좀 이해를 해주지 하고 상처받아서 다시는 그 장소에 가고 싶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아이를 훈육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아이를 때리는 것도, 방임하고 유기하는 것도 학대라면, 아이를 적절히 통제하고 훈육하되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적절한 통제도 매우 어렵고, 육아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라 대응한다고 해서 아이가 잘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 아이니까, 어린 아기니까,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무조건 허용할 수는 없습니다. 위험한 행동,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안 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말로 안 된다 하고, 행동으로 아이를 제지해도, 아이를 강제로 붙들고 있을 수 없는 한 행동이 다 제지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분해서 더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육아가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힘들어집니다. 아이의 고집, 아이의 힘은 더 세져서 엄마가 감당하기 힘들 때도 많습니다. 더욱이 아이는 영유아 건강검진에서도 상위 5% 안에 들어가는 체격을 갖고 있습니다. 영유아 남아 신체성장 표준치에 따르면 만 3세는 지나야 14kg이 넘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진작부터 14kg이 넘었습니다. 내년 봄은 되어야 체지방 검사를 해볼 수 있다는데, 소아 비만이 될까 걱정입니다.

꾸준히 아이에게 말로서 훈육을 해보지만, 엄마도 정말 화가 나고 지칠 때가 있습니다. 무수하게 반복적으로 가르쳐도 아직은 때가 안 된 것일까요. 아이의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지칩니다.

아이는 미운 세 살입니다. 아직은 부모의 수고가 많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힘들어도 부모의 몫입니다. 아이가 말로 감정을 표현하고, 대소변을 가리고, 자신의 행동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신체와 정신이 골고루 발달하게 되면 좀 더 나아질까요?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분투하지만, 육아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 다르니까요.

오늘도 종일 아이와 씨름하느라 파김치가 되었습니다. 엄마도 오늘은 몸이 무척 아픈 날이었습니다.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내 아이가 미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맘때의 아기가 공격적인 행동이나 거친 행동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 중 하나라고 하니, 아이에게 똑같이 화를 내며 공격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모른 척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네요.

아이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 공격적인 행동을 못 하도록 제지하고, 아이를 꼭 안아주며 아이가 진정되기를 기다려주었다가 천천히 말로서 훈육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 일도 참 쉽지 않지요? 그래서 요즘은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겁니다.

"애 키우는 거 쉬운 일 아니다. 쉽게 큰 애들 없다. 부모는 다들 그렇게 애들 키웠다."

태그:#육아, #미운 세 살, #아이의 떼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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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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