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점 후 1분 만에 터진 아게로의 멋진 동점골 덕분에 한숨을 돌렸고 그들은 언제 긴장했냐는 듯 놀라운 집중력과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며 완벽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그 덕분에 두 시즌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감격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 5월 12일(한국시간), 2018-2019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의 모습.

2019년 5월 12일(한국시간), 2018-2019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의 모습. ⓒ EPA/연합뉴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FC가 한국 시각으로 12일 오후 11시 팔머에 있는 아멕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38) 라운드 브라이튼&호브 알비온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4-1로 역전승을 거두고 리버풀 FC와의 역대급 경쟁에서 끝내 웃었다. 38게임을 뛰며 승점 98점(32승 2무 4패 95득점 23실점)을 얻어내 승점 97점(30승 7무 1패 89득점 22실점)을 얻은 리버풀 FC를 승점 1점 차로 따돌린 것이다.

1분 만에 따라붙은 맨시티의 저력

같은 시각 리버풀 FC도 안필드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와 최종전을 치렀는데 거기서 먼저 골 소식이 들려왔다. 게임 시작 후 17분 만에 사디오 마네가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마네의 이 골로 실시간 순위표가 뒤집혔다. 리버풀 FC의 대역전 우승 드라마도 가능한 스토리였다. 그로부터 약 10분쯤 뒤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브라이튼&호브 알비온이 맨체스터 시티의 발목을 잡는 골을 먼저 넣은 일이다.

27분,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파스칼 그라스가 올린 공을 향해 키다리 골잡이 글렌 머리가 솟구치며 방향만 슬쩍 바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리버풀 FC의 대역전 우승 드라마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단 1분 만에 리버풀 팬들의 탄식이 들리는 맨시티의 동점골이 나왔다. 역시 그 고비를 넘긴 주인공은 간판 골잡이 세르히오 아게로였다. 28분에 다비드 실바가 절묘하게 찔러준 공을 받아 아게로의 왼발 슛이 잔디 위에 깔려서 브라이튼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맨시티로서는 이 동점골의 가치가 그 어느 것보다 소중했다. 상대 팀 브라이튼&호브 알비온이 이번 시즌에 겨우 강등을 면한 팀이기에 큰 걱정은 아니었다고 해도 마지막 라운드라는 특별한 분위기와 '리버풀의 선제 득점', '브라이튼&호브 알비온의 선제 득점'이 감당하기 어려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4일의 승리 순간 떠오르다

세르히오 아게로의 천금 동점골 덕분에 가슴을 쓸어내린 맨체스터 시티는 그로부터 10분 뒤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역전 결승골, 우승 결정골을 만들어냈다. 리야드 마레즈가 오른쪽 구석에서 왼발로 감아올린 공을 향해 아이메릭 라포르테가 혼자 솟구쳐 스파이크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역전승 조건을 갖춘 맨시티는 63분에 더 멀리 달아나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역전골을 도운 리야드 마레즈가 이례적으로 오른발 슛으로 골을 넣은 것. 브라이튼 골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왼발 슛 동작을 취했다가 수비를 따돌리고 방향을 바꾼 마레즈의 재치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72분에는 우승을 자축하는 직접 프리킥 쐐기골까지 만들어냈다.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의 오른발 프리킥 감아차기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브라이튼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호주 국가대표 출신의 골키퍼 매튜 라이언이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귄도안의 감각적인 감아차기를 밀어내지 못했다. 

이렇게 4-1이라는 완벽한 역전승을 완성시킨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마이클 올리버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뒤엉켜 감격을 나눴다. 38라운드의 긴 레이스가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었다. 

승점 1점 차로 리버풀 FC의 막판 추격을 물리친 원동력은 지난 1월 4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 FC와의 홈 게임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과적으로 승점 3점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 바로 그 게임에서 맨시티는 리버풀을 2-1로 이겼다. 거기서도 세르히오 아게로가 먼저 골을 넣으며 귀중한 승리 시작을 알렸고 리로이 사네의 72분 결승골이 압권이었다.

리버풀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64분에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고 8분만에 리로이 사네가 스털링의 패스를 받아서 왼발 대각선 결승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 사이에 아게로가 리버풀 수비수를 끌고 공간을 열어주는 조직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리버풀 FC에게는 정규리그 유일한 패배 기록이었기에 최종 결과를 놓고 봐도 맨시티 선수들에게 가장 짜릿한 승리 순간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손흥민이 맹활약한 토트넘 홋스퍼에게 밀려났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아직도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오는 19일 오전 1시로 예정된 왓포드와의 FA(잉글리시 축구협회)컵 결승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트로피까지 들어올리게 되면 맨체스터 시티의 이번 시즌 우승 기록이 트레블(3개의 우승 트로피)로 찍힌다. 지난 2월에 이미 첼시 FC를 승부차기로 물리치고 리그 컵(카라바오 컵)을 들어올린 바 있다.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8R 결과
(12일 오후 11시, 아멕스 스타디움-팔머)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1-4 맨체스터 시티 FC [득점 : 글렌 머리(27분,도움-파스칼 그라스) / 세르히오 아게로(28분,도움-다비드 실바), 아이메릭 라포르테(39분,도움-리야드 마레즈), 리야드 마레즈(63분,도움-다비드 실바), 일카이 귄도안(72분)]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 순위표
1 맨체스터 시티 FC 98점 32승 2무 4패 95득점 23실점 +72
2 리버풀 FC 97점 30승 7무 1패 89득점 22실점 +67
3 첼시 FC 72점 21승 9무 8패 63득점 39실점 +24
4 토트넘 홋스퍼 FC 71점 23승 2무 13패 67득점 39실점 +28 
5 아스널 FC 70점 21승 7무 10패 73득점 51실점 +22
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66점 19승 9무 10패 65득점 54실점 +11
7 울버햄튼 원더러스 57점 16승 9무 13패 47득점 46실점 +1
8 에버턴 54점 15승 9무 14패 54득점 46실점 +8
9 레스터 시티 52점 15승 7무 16패 51득점 48실점 +3
10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52점 15승 7무 16패 52득점 55실점 -3
11 왓포드 50점 14승 8무 16패 52득점 59실점 -7
12 크리스탈 팰리스 49점 14승 7무 17패 51득점 53실점 -2
13 뉴캐슬 유나이티드 45점 12승 9무 17패 42득점 48실점 -6
14 본머스 45점 13승 6무 19패 56득점 70실점 -14
15 번리 40점 11승 7무 20패 45득점 68실점 -23
16 사우스햄튼 39점 9승 12무 17패 45득점 65실점 -20
17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36점 9승 9무 20패 35득점 60실점 -25
18 카디프 시티 34점 10승 4무 24패 34득점 69실점 -35 ***** 2부리그 강등
19 풀럼 26점 7승 5무 26패 34득점 81실점 -47 ***** 2부리그 강등
20 허더스필드 타운 16점 3승 7무 28패 22득점 76실점 -54 ***** 2부리그 강등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세르히오 아게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프리미어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