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전설이 땀에 젖은 골키퍼 글러브를 벗으려 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페트르 체흐'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축구의 묘한 운명은 마지막 게임이 될지도 모를 결승전에서 친정 팀을 상대하게 된 것이다. 먼저 끝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두 게임에서는 도저히 믿기 힘든 기적이 실현됐고 이어진 유로파리그 준결승에서는 기구한 운명의 축구 드라마가 이어지게 됐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스널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전 4시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캄프 데 메스타야에서 벌어진 2018-2019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준결승 2차전 발렌시아 CF(스페인)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골잡이 오바메양의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4-2로 완승을 거두고 두 게임 합산 7-3으로 결승전에 먼저 올랐다.

먼저 결승 진출 확정된 '체흐', 친정 팀 기다리다
 
 아스널 골키퍼 체흐

아스널 골키퍼 체흐 ⓒ AP/연합뉴스

 
일주일 전에 벌어진 1차전 홈 게임을 3-1로 이긴 아스널은 2차전 게임 시작 후 11분 만에 케빈 가메이로에게 먼저 골을 내주면서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단 6분 만에 다시 간판 골잡이 오바메양의 멋진 동점 골로 따라붙었다.

오바메양은 동점 골 활약에 이어 후반전에는 2골을 더 터뜨리며 결승 진출의 1등 공신이 됐다. 69분 만에 발렌시아 골문 앞으로 빠르게 미끄러지며 밀어 넣은 두 번째 골(아스널 3-2 발렌시아)도 일품이었다. 이어 88분 므키타리안의 패스를 받아서 오른발로 차 넣은 마무리 골(아스널 4-2 발렌시아)은 누가 봐도 시원한 해트트릭 결정구였다.

아스널은 이처럼 오바메양의 해트트릭 덕분에 까다로운 어웨이 게임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 결승전 개최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로 향하는 티켓을 먼저 손에 쥘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골키퍼 페트르 체흐를 위한 고별 선물을 더 뜻깊게 준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페트르 체흐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같은 시각 런던에서 열린 첼시 FC와 프랑크푸르트의 준결승전 때문이다. 자신의 친정 팀인 첼시가 이길 경우 그는 실질적인 은퇴 게임을 옛 동료들과 치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첼시의 승리로 그의 기구한 축구 드라마로 이어지게 되었다.

승부차기, '케파 아리사발라가'의 슈퍼 세이브

축구장에서 가장 특별한 포지션을 말하라면 당연히 두꺼운 장갑을 끼고 몸을 이리저리 날리는 골키퍼를 꼽을 수 있다. 은퇴를 앞두고 화려하게 빛나는 체흐처럼 슈퍼 세이브로 팀을 결승전까지 이끈 또 다른 골키퍼도 있었다.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첼시 FC(잉글랜드)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가 맞붙었는데 연장전까지 1-1, 두 게임 합산 점수 2-2로 끝내 승리 팀을 결정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규정에 따라 승부차기로 결승 진출 팀을 가려야 했다. 어웨이 팀 프랑크푸르트가 먼저 찬 승부차기, 첫 번째 갈림길이 첼시의 두 번째 키커에서 만들어졌다. 하필이면 주장 완장을 찬 아스필리쿠에타의 오른발 킥이 프랑크푸르트 골키퍼 케빈 트랍의 슈퍼 세이브에 막힌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선수는 연장전 후반에 엇갈린 운명으로 먼저 만났다. 116분, 프랑크푸르트 골문 위로 높게 뜬 공을 향해 두 선수가 부딪치며 애매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골키퍼 케빈 트랍이 공을 잡으려는 순간 아스필리쿠에타가 적극적인 대시로 공을 왼쪽 어깨로 밀어 넣었다. 런던 홈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아스필리쿠에타도 골 세리머니를 펼치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주심은 아스필리쿠에타의 반칙 행위로 최종 판정을 내렸다. 

연장전 결승 골 기회를 아쉽게 날린 첼시의 주장 아스필리쿠에타는 승부차기에서도 케빈 트랍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으니 동료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곤경에 빠진 주장을 구해준 은인은 같은 팀의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였다.
 
 2019년 5월 10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첼시 FC와 프랑크푸르트의 경기. 첼시의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 선수가 승부차기에서 선방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19년 5월 10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첼시 FC와 프랑크푸르트의 경기. 첼시의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 선수가 승부차기에서 선방한 후 환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는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프랑크푸르트의 4, 5번 키커 슛을 연거푸 막아내는 순발력을 자랑했다. 팀을 결승전으로 이끄는 데 있어 크게 기여한 셈이다. 첼시의 마지막 키커는 그들이 자랑하는 특급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였다. 11m 지점에 공을 내려놓고 두 발 정도만 뒤로 물러서 있다가 간결한 준비 동작으로 오른발 킥을 왼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아 넣고 승리의 기쁨을 나눈 것이다. 

이렇게 아스널과 첼시가 맞붙는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오는 30일(목) 오전 4시(한국 시각)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 있는 바키 올림피아 슈타디온느에서 벌어진다.

묘하게도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런던 더비 매치'로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토트넘 홋스퍼 vs 리버풀 FC)이 맞붙게 되었으니 이번 시즌 유럽 클럽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독무대가 된 것이다.

2018-2019 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결과(5월 10일 금요일 오전 4시, 왼쪽이 홈 팀)

발렌시아 CF 2-4 아스널 FC [득점 : 케빈 가메이로(11분), 케빈 가메이로(58분) / 오바메양(17분), 라카제트(50분), 오바메양(69분), 오바메양(88분)]
- 1, 2차전 합산 점수 7-3으로 아스널 FC 결승 진출!

첼시 FC 1-1[연장 후 승부차기 4-3]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득점 : 루벤 로프터스-치크(28분) / 루카 요비치(49분)]
- 1, 2차전 합산 점수 2-2, 연장 후 승부차기로 첼시 FC 결승 진출!

◇ 유로파리그 결승전 일정(5월 30일 목요일, 바키 올림피카 슈타디온느-바쿠)
첼시 FC - 아스널 FC

◇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6월 2일 일요일,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마드리드)
토트넘 홋스퍼 FC - 리버풀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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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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