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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강아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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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고성·속초 산불 당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줄에 묶여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을린 것처럼 보이는 강아지 사진이었다. 강아지의 목줄을 풀어주지 않은 주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강아지는 주인과 함께 대피했다가 불이 꺼진 뒤 다시 집에 묶인 것이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로 '오보'로 판명이 났다.(관련기사 : 목줄에 묶여 화마 못 피한 강아지? 오보에 두 번 운 산불 이재민)

하지만 이 일이 오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화재 시 반려동물을 방치하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꼈다. 재난 시 동물을 구조하는 일에 관심이 쏠리는 건 낯선 광경이었지만 분명 성숙한 변화였다. 실제로 산불이 나면 사람들만큼이나 큰 피해를 입는 것이 야생동물, 그리고 집에 묶여 있거나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모르는 반려동물들이다.  

동물 구조는 개인의 몫일까

사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재난에 무딘 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지진이나 화재 등 자연재해의 위협이 커지는 것을 느끼며, '생존 가방'이나 '대피 요령' 등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나 역시 머릿속으로 재난 시 대피 요령을 몇 번씩 떠올려 봤지만, 아무리 시뮬레이션해 봐도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 걱정됐다. 세 마리나 되는 고양이는 큰 소리가 나거나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일단 구석진 곳으로 숨어들 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을 걱정하게 되다 보니, 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져 나가던 스티커가 있었다. '위급상황 시 반려동물도 구해주세요! 강아지/고양이 O마리가 있어요'라는 글귀가 적힌 것으로, 혹시 모를 재난 상황에 대비해 현관문 앞에 붙이는 스티커였다. 차사고 시 아이를 구조해 달라는 뜻으로 붙이는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집 앞에 이런 표시를 해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고양이 집사로서 너무나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스티커를 붙이는 게 망설여졌다. 혹 위급 상황에 소방대원들이 이 스티커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인명을 구조하기도 빠듯한데 고양이라니, 고양이를 구조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과연 있을까? 물론 구조해 주신다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까지 요청하는 건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하는 격이 되진 않을까?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반려동물 구조 스티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반려동물 구조 스티커.
ⓒ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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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이미 반려동물과 대피하는 요령이 함께 알려져 있고, 대피소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반려인들에게는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막연하게 느껴진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의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심지어 아직도 '애완동물'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에서도 봉사용 동물을 제외한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수용할 수 없으며, 재난이 일어나지 않은 다른 지역의 친척이나 친구에게 맡기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담당 수의사나 조련사가 대피소를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도 개인이 알아봐야 한다. 

'최대한 불안해하지 말고 평소와 같은 어조로 반려동물을 불러 이동장에 넣고, 적당량의 사료를 챙기고, 인식표와 사진을 챙겨 탈출'하라는 정도의 행동강령은 기억해 두었다. 하지만 동물들은 위기 상황에서 대피하는 사람의 방식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기에, 혹 내가 챙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이 온전히 개인의 손에 맡겨져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의 능력 범위는 적고 공공 정책은 거의 전무했다. 

그런데 지난 4월 19일, 춘천시의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집안에서 숨이 멎은 듯 보이는 고양이를 구조하여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일이 있었다. 그는 '집주인에게 고양이가 가족 같은 존재일 거라 생각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개나 고양이의 위급 상황 시 대처 방안을 배운 적이 없어서 유튜브를 찾아 배웠다고 한다. 

집주인에게 분명 더없이 감사한 일이었을 것이고, 나 역시 애묘인으로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동물을 구조하는 방법을 구조대원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와 내 가족이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보다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려동물 심폐소생술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반려동물 심폐소생술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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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구조 전담할 컨트롤타워 생긴다 

지난 4월 산불 이후 동물들의 피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서울시에서는 재난 시 동물 구조를 전담할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유기동물 응급치료센터와 소방청이 함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여, 재난이나 각종 사고로 위급한 동물을 이송하거나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구조대원이 동물을 구조하려고 해도 가이드나 시스템이 없다 보니 개개인의 판단과 능력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실제 화재 등으로 집주인이 떠난 집에 개나 고양이만 남아 있다가 굶어 죽거나, 혹은 뒤늦게 발견해도 문만 열어줘서 길고양이로 살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호자 역시 어떤 순서, 어떤 방법으로 동물과 대피해야 하는지, 동물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 재난 발생시 동물 구조는 동물 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대피소에서 반려동물을 수용하지 않기에, 차라리 '가족'인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소 바깥에 머무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 구조를 전담하는 컨트롤타워가 생긴다는 소식은 더없이 반갑다. 반려동물과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도 동물 구조에 대한 요청을 망설이게 되는데, 나라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준다면 반려동물을 포함한 내 가족의 안전에 대해서 한결 안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바뀌는 것과 함께, 동물 구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의 반려동물 구조나 응급처치의 중요성, 생명 존중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과 함께 대피하거나 동물을 치료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재난 시 동물 구조에 대한 매뉴얼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에 대한 복지가 이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에서 재해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것을 권고하는 중요한 이유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피난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재난 시 버려진 수많은 동물들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동물과 떨어진 사람들은 펫로스나 트라우마, 불안 등 정서적 고통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물론 재난 상황에서는 항상 나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평소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대피 훈련을 연습하는 일도 필요하다. 특히 이동장을 유독 싫어하는 개나 고양이의 경우, 이동장에 들어가는 것을 익숙하게 만들어 줘야 위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인식표 착용을 습관화하는 것도 좋다. 

재난 발생 시 동물의 구조와 대피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은 반려동물 천만 인구가 넘어가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꼭 필요한 조치 중 하나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동물 등록도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어 보호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강아지만큼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반려동물로서 인정받고 국가적 보호의 테두리 안에 놓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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