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놀라운 스포츠인 이유는 믿기 어려운 경기 결과를 기적처럼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상대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FC 바르셀로나였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리버풀 FC가 2005년 5월 26일 '이스탄불의 기적'을 뛰어넘는 최고의 게임을 이룬 것이다. 그들의 영원한 노래 'You'll never walk alone'이 안필드를 더욱 아름답게 수놓았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고 있는 리버풀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8일 오전 4시 안필드에서 벌어진 2018-201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홈 게임에서 4-0으로 대승을 거두고 1, 2차전 합산 점수판을 4-3으로 뒤집는 믿기 힘든 기적을 이뤘다. 

54분-56분 연속골, '이스탄불의 기적'을 다시 보다
  
 7일(현지 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UEFA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 승리한 리버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UEFA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 승리한 리버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리버풀은 지난 2일 캄프 누에서 열린 준결승 1차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막지 못해 0-3으로 완패했다. 그 게임 82분에 터진 리오넬 메시의 바르셀로나 600호 골 기념 프리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축구 팬들은 2차전이 아무리 리버풀 홈 게임이라고 해도 따라붙기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상대가 보통 상대도 아니고 구단 역사상 세 번째 트레블(3관왕)을 노리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버풀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와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관중석에 앉아 있었지만 리버풀의 불사조들은 아무도 믿기 힘든 드라마를 한 장면씩 만들어낸 것이다.

게임 시작 후 7분만에 안필드 기적이 나타났다. FC 바르셀로나 왼쪽 풀백 호르디 알바가 헤더 백 패스 실수를 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조단 헨더슨이 볼을 잡아 곧바로 왼발 슛을 날렸다. 바르셀로나 골키퍼 테어 슈테겐이 그 공을 막아냈지만 바로 옆에서 달려든 골잡이 디보크 오리기가 오른발 밀어넣기로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주 1차전 수아레스가 첫 골을 넣을 때 기막힌 얼리 크로스로 완승을 이끌어냈던 호르디 알바의 실수가 FC 바르셀로나를 수렁으로 밀어넣을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에 위르겐 클롭 감독은 중대 결단을 내려 시작과 동시에 조르지뉴 베이날둠을 들여보냈다. 이 선택이 기적을 만든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베이날둠은 이 게임만을 기다렸다는 듯 펄펄 날아올랐다.

리버풀 FC, "우리는 먼저 마드리드로!"
 
 7일(현지 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UEFA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리버풀 베이날둠(왼쪽)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7일(현지 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UEFA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리버풀 베이날둠(왼쪽)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EPA/연합뉴스

 
교체 선수 조르지뉴 베이날둠이 54분에 추가골을 넣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호르디 알바의 공을 가로챈 알렉산더-아놀드가 낮은 크로스를 보내주었고 베이날둠이 정면에서 달려들며 오른발 슛을 강하게 차 넣은 것이다. 

그로부터 2분 뒤에 조르지뉴 베이날둠는 다시 골을 넣는 기적을 보여준다. 왼쪽 측면에서 샤키리의 크로스가 날아왔을 때 높게 솟구쳐 헤더 골을 왼쪽 톱 코너로 정확하게 꽂아 넣은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득점 시간이다. 리버풀 팬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스탄불의 기적(2005년 5월 26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리버풀 FC vs AC 밀란)의 득점 시간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베이날둠의 이 두 골 시간(54분-56분)은 14년 전 이스탄불의 기적과 그대로 맞닿았다. 당시 리버풀의 전설 스티븐 제라드의 첫 번째 골(54분), 스미체르의 두 번째 골(56분)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리버풀 팬들 입장에는 소름 돋을 수밖에 없는 기적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결승전 진출 팀은 안갯속에 숨어버렸다. 68분에 FC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재치 있는 공간 침투 후 왼발 슛을 날려 홈 팀을 위협했지만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가 각도를 침착하게 잡고 막아냈다. 

그리고는 이스탄불의 기적(0-3 → 3-3 → 승부차기 3-2 리버풀 FC 우승)을 떠올리는 대역전 골이 79분에 터졌다. 리버풀이 얻어낸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를 재치있게 처리한 알렉산더-아놀드의 안목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었다. 

수비하는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또 하나의 공이 그라운드로 들어왔다가 끝줄 밖으로 나가는 사이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집중력을 끝까지 잃지 말자고 격려하고 있을 때 코너킥 키거가 알렉산더-아놀드에서 샤키리로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골키퍼 테어 슈테겐은 앞으로 나와서 필드 플레이어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알렉산더 아놀드는 구석에 세워놓은 공으로 접근하여 기습적인 그라운드 패스를 찔러주었다. 이 공이 디보크 오리기 앞으로 굴러오기 직전까지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그를 주시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오리기의 오른발 슛은 너무나 쉽게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공간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스탄불의 기적을 뛰어넘는 안필드의 기적이 또 하나 축구 역사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리버풀 FC는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펼친 뒤 6월 2일 새벽 4시에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벌어지는 대망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게 됐다. 그 상대 팀은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또는 돌풍의 AFC 아약스(네덜란드)가 된다.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결과(8일 오전 4시, 안필드)

★ 리버풀 FC 4-0 FC 바르셀로나 [득점 : 디보크 오리기(7분,도움-조단 헨더슨), 조르지뉴 베이날둠(54분,도움-알렉산더 아놀드), 조르지뉴 베이날둠(56분,도움-샤키리), 디보크 오리기(79분,도움-알렉산더 아놀드)]
- 1, 2차전 합산 점수 4-3으로 리버풀 FC 결승 진출!

리버풀 선수들
FW : 디보크 오리기(85분↔고메스), 사디오 마네, 제르단 샤키리(90분↔스터리지)
MF : 제임스 밀너, 파비뉴, 조단 헨더슨
DF : 앤디 로버트슨(46분↔조르지뉴 베이날둠), 페어질 반 다이크, 요엘 마티프, 알렉산더 아놀드
GK : 알리송 베케르

바르셀로나 선수들
FW : 필리페 쿠티뉴(60분↔세메두),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
MF : 이반 라키티치(80분↔말콤), 세르히오 부스케츠, 아르투로 비달(75분↔아르투르)
DF : 호르디 알바, 클레망 렝글렛, 헤라르드 피케, 세르지 로베르토
GK :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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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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