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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마지막 금요일을 기점으로 '탈스마트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연말에도 고민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요. 저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제 라이프스타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거든요. 자신도 없었고요. 그런데 새해라고 했던, 2019년의 네 번째 달을 보내며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강한 거리낌이 일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떠나보내며 새롭게 맞은 폴더폰
 스마트폰을 떠나보내며 새롭게 맞은 폴더폰
ⓒ 문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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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2009~2010년 즈음, 저는 끝까지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으려고 버텼던 사람들 중 하나였어요. 대중교통에서 제 핸드폰을 꺼낼 때,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즈음, 저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죠. 그리고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스마트폰이 없던 때의 저와 지금의 저를 견주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메신저 알람이 이렇게 자주 울리지 않아도 괜찮았고, 다급한 상황에서 연락할 때는 전화 한 통이면 충분했습니다.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서로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 동안에는 잘 있겠거니 생각하며 각자의 시간 속에 머무는 것이 자연스러웠어요. 많은 말들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들을 발신했고 한숨 고르고 생각하며 다른 이가 발신한 메시지에 대한 회신을 보내기도 했지요.

생각할 시간이 충분했고, 그 충분한 시간 속에서 연결되고 확장되는 사유의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한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고 영화나 소설 한 편을 보더라도 다른 이의 리뷰나 프리뷰에 기대기 전에 온전히 나의 해석으로 깊게 침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었어요.

스마트폰과 함께 살았던 지난 10년의 시간이 저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생각해보니 좋았던 점들도 몇 가지 있지만 압도적으로 아쉬운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하던 과정,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파일을 저장하며 고르고 삭제하던 과정, MP3로 음악을 듣기 위해 파일을 엄선하여 고르고 나만의 원칙으로 리스트를 선정하던 그 과정,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 남겼던 기록들, 하루 하루 바쁘게 흘러가버리는 타임라인이 아니라 그 순간들에 중력을 부여하는 소소한 의식들은 삶에 있어 돌아볼 지표들을 남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후의 삶은 온통 뒤죽박죽 되어버린 것만 같아요. 페이스북이 2년 전, 1년 전 기록을 알림으로 띄워주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해요.

스마트폰을 절제해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자책도 하고 그런 시도들도 했습니다만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행위는 '자제'라고 하는 의식적 행위를 넘어서서 제 삶을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삶을 더 스마트하게 꾸려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연락을 위해 필요한 메신저들은 노트북을 사용할 때에만 확인합니다. 이메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 급한 연락은 전화나 문자로 주시면 감사하겠고, 그리 급하지 않으신 일이라면 메일 남겨주시면 회신드리겠다고 일러두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폴더폰으로 옮겨오는 근 2주의 이행기 동안, 많은 연락을 놓치기도 하고 소통이 매우 더뎌지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폴더폰의 벨소리는 너무나 적응이 되지 않았고, 진동 패턴도 낯설어서 오는 전화를 번번이 놓쳤습니다. 제 전화가 울릴 때 남의 전화인 양 쳐다보다가 놀라 뛰어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긴 문자가 오면 답장을 쓰는데 너무 오래 걸려 갑자기 나이가 아주아주 많이 들어버린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너무 가볍고 낯선 그립감에 주머니에 있는 폰을 찾지 못해 허둥대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그 불편함이 참 좋습니다. 불편한 순간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위안이 된달까요? 스마트폰과 작별한 열흘 동안 책을 다섯 권이나 보았어요. 뭐랄까, 갈증이 나는지도 모르고 있다 무심코 물을 마셨는데 숨도 안 쉬고 1리터쯤 다 마셔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글을 써야 해서 읽고, 참고 자료가 필요해서 읽는 그런 책 읽기 말고, 정말 책 속에 푹 빠지는 시간들이었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마법처럼 시간이 다시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확인했다는 거예요. 미하엘 엔데는 '모모'에서 "시간이 삶이며 삶은 가슴에 깃들어 있는 것"이라 했죠. 스마트폰을 쓴다는 것은 저만의 고유한 시간이 줄어드는 과정이었고, 무엇인지 명료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제 삶에 깃들이고자 하는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함이 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저의 회색신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떼어내지 못했던 거지요. 그래서 저는 그 스마트함에 안녕,을 고하기로 했습니다. 

구구절절 길어졌는데요. 이렇게 제 근황을 나눕니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은 제가 다소 연락이 늦더라도 너그럽게 양해해주셔요. 빼앗기고 바스라지는 시간들을 되찾아 오느라 애쓰고 있구나 생각해주셔요.

덧붙이는 글 |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도 공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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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대표, 평화와 교육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