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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적인 분성여고를 원하는 졸업생 50인 선언. 2017년 8월 생활평점제가 폐지되고 행복학교로 변화를 경험했음에도 2018년 2학기때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려는 학교 방침에 반발해 인권적인 학교가 되기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인권적인 분성여고를 원하는 졸업생 50인 선언. 2017년 8월 생활평점제가 폐지되고 행복학교로 변화를 경험했음에도 2018년 2학기때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려는 학교 방침에 반발해 인권적인 학교가 되기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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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오니 학교 게시판에 '학생다움으로 우리를 가두지 마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속으로 '맹랑한 녀석들이 한 건 하는군'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행복학교(경남형 혁신학교) 두 돌째니 이 정도로 학생 목소리를 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인권적인 학교를 원하는 졸업생 50인 선언'이란 글을 붙였다.

지난해 2학기 선생님들이 똘똘 뭉쳐 학교생활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반발해 학생들의 의견을 당당히 드러낸 글이었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은 다른 학교로 전보를 신청하는 선생님을 여럿 만들었다. 대자보를 여러 번 읽으며 이 시대 교사와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벌 금지를 입법할 때 많은 선생님이 반대하던 게 생각났다. 지금은 사라진 체벌. 그것이 없어도 학생지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아무도 지원자가 없어 필자가 인성안전부장을 하고 있다. 옛날 그 무시무시한 학생주임). 학생인권조례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경남은 보수의 땅. 침묵하며 지시에 잘 따르는 착한 학생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선생님 말씀에 반박할 수 있는 학생으로 진화하는데 선생님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 발 더 나가 자신이 잘못하고 선생님에게 되레 당당한 학생들도 늘어나는데 말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출발점, 학생인권조례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전시회. 학생 스스로 만들고 자유롭게 중앙현관에 붙은 50여점 이상의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전시물로 MBC에서 촬영해갔다.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전시회. 학생 스스로 만들고 자유롭게 중앙현관에 붙은 50여점 이상의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전시물로 MBC에서 촬영해갔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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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있다. 학생인권조례에 담겨 있다. 학생인권조례에 맞게 선생님이 변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지시봉 들고 교실로 가는 분도 없다. 그 체벌의 지시봉을 거두었듯이 이제 학생의 마음을 거두면 되는 것이다. 지시와 순종의 사제 관행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을 실현하고 사제의 정을 실천하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교사와 학생의 소통 소리는 크게, 자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다면 조용하게 다룰 수 있는 기교와 지혜가 필요하다. 학칙을 반복적으로 어기거나 비도덕적인 행위가 계속될 때에는 민주적 절차(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 전에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화해와 치유를 모색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셈이다.

우리 학교는 행복학교로 '존중과 소통으로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라는 비전을 세우고 두 해째를 맞았지만 작년엔 갈등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행복학교로 지정되기 전부터 수행평가의 비중을 높이고 등교 시간을 8시 30분으로 늦춰(당시 다른 학교는 거의 8시나 8시 10분까지였음) 아침 식사가 있는 학교를 표방했다. 또한, 춘추복과 동복 입는 시기를 폐지하고 등교 복장으로 체육복도 허용했다. 

입구에 신발장이 없어 추운 날이나 비 오는 날이면 양말이 젖을 수밖에 없어 신발을 신고 교실까지 가게 했다. 교장과 다른 부장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서양은 집안까지 신고 들어가지 않는가', '추운 날, 비 오는 날 신발 벗고 올라가는 학생들의 발을 생각해 보자' 등으로 설득했다. 더러우면 청소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 학생자치는 더욱 꽃을 피운다.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하고 의미를 만든다. 해를 더할수록 학생자치의 역량은 높아지고 그것이 자신의 역량과 적성을 발견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동아리 활동, 각종 캠페인 활동, 체육대회, 축제 등도 모두 학생들이 기획한다. 선생님은 함께 소통하며 조력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 누리집 첫 화면. 학생인권조례로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겠다는 교육청의 비전을 담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 누리집 첫 화면. 학생인권조례로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겠다는 교육청의 비전을 담고 있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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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사소한 불편을 줄일 수 있는가' 생각하면 답은 명확하다. 관행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학생다움´으로 철 지난 헌 옷을 입히려 하면 안 된다. 대안학교가 아닌 학교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보수성을 지니고 있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그러한 속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 선생님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모범적인(?) 교육을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있다. 두발 및 교복, 행사 참여 규제와 같은 규칙과 엄격함은 4차 혁명시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자율성이 사라지고 엄격한 규칙을 정해 시행하는 학교에서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는 학생을 기를 수 없다. 
     
경남학생인권조례 통과를 학교나 선생님들이 많이 우려한다. 생활지도를 할 필요가 없다든지 생활지도를 포기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너무 비관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을 버릴 수 없을까? 학생을 마음에 담아 지도할 인권친화적 그릇을 만들어내자. 지시와 명령 어법부터 던져 버리고 진정한 소통으로 말이다. 굳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 교육심리학에서 배우지 않았는가? 공감적 이해, 지지, 칭찬 등을, 이제 그것을 실천할 때다. 

경남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 학교 규정의 제·개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진통이 예상된다. 산고 끝에 아이를 낳듯, 교육공동체가 모여 전향적인 제·개정으로 학생들의 무한한 가치에 날개를 달아주자. 단 선택과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치자. 그리고 제대로 적용하자. 자율과 책임. 이 두 바퀴를 제대로 굴러가면 학교를 떠나는 학생과 선생님은 줄어들지 않을까?

인권친화적인 학교는 바로 학생인권조례에서 시작한다. 인성부장으로 아직 큰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좋은 말로 교문 맞이를 하고 잘못도 따뜻하게 지적하려고 노력한다. 여전히 지키지 않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들의 등굣길은 밝아 보인다. 덩달아 인성부장인 나도 행복하다. 봄날처럼 웃음꽃이 피는 등굣길이다. 가끔은 몇몇 지각생이 종종 걸음걸이로 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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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에 살고 있으며,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학생들에게 삶의 지혜와 정의를 가르쳐 주고 싶기에 오늘도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