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6년부터 시작된 순천의 문화재야행이 올해는 일찍 찾아왔다. 지난 26일부터 '승평지로 본 순천의 문화재'란 주제로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문화의거리와 매곡동에서 3일간 진행되었다. 오는 8월 2일에는 2차 야행이 열린다.
 
시민들이 순천향교를 방문하여 관람하고난 후 순천문화재 배지 만들기나 명륜당 탁본 등을 체험하고 있다.
▲ 순천향교에서 열린 문화재야행 체험 시민들이 순천향교를 방문하여 관람하고난 후 순천문화재 배지 만들기나 명륜당 탁본 등을 체험하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문화재야행은 지역 내 문화유산과 문화 콘텐츠를 묶어 야간에 특화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문화재청이 후원하며, 올해는 전국 총 27개 지자체에서 열리고, 전남에서는 순천, 목포, 여수 3곳이 선정되었다.

올해 순천은 특별히 문화의거리에 '승평관'이라는 주제관을 꾸며, "순천에는 3명의 신이 있다고 하는데 누구인가요?" 등 묻고 답하는 순천문화재 안내에 <승평지> 원본 등 관련 자료를 전시했다.

또한 역대 야행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도 구비했다. 한편, 순천의 삼신은 고려 개국공신인 해룡산신 박영규, 고려시대 장군인 난봉산신 박난봉,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을 도운 봉화산신 김총이다. 즉, 아기를 점지해주는 꼬부랑 '삼신할매'가 아닌, 꼿꼿한 '삼신장군'이다.  

'순천문화읍성 달빛야행'으로 2016년 8월 12일에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2017년에는 8월 18일에 열렸다. 2018년부터는 문화재청 행사 지칭으로 '○○문화재야행'으로 행사명이 통일되고, 8월과 12월 연 2회 실시 및 운영시간도 오후 10시에서 11시로 확대되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하여 건립한 순천부읍성 서문안내소가 개막식 무대로 활용하고, 프로그램과 방문객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했다.   
 
<승평지(昇平誌)>는 1618년(광해군 10)에 순천부사인 지봉 이수광에 의해 편찬된 지방지이다. 2019년 4월에 열린 순천문화재야행에 마련된 주제관 '승평관'에서 시민들에게 공개된 모습이다.
▲ 승평지 <승평지(昇平誌)>는 1618년(광해군 10)에 순천부사인 지봉 이수광에 의해 편찬된 지방지이다. 2019년 4월에 열린 순천문화재야행에 마련된 주제관 "승평관"에서 시민들에게 공개된 모습이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2019년 상반기 야행의 주제인 <승평지(昇平誌)>는 1618년(광해군 10)에 순천부사인 지봉 이수광에 의해 편찬된 일종의 지방지이다. 여기에 이색의 <송광사> 등 다수의 시 등도 수록되어 향토사뿐만 아니라 국문학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한편, 민본주의에 입각한 정치인 이수광은 시문집 <지봉집>을 낼 정도로 출중한 문인이자, <지봉유설>로 유명한 실학자였다. 

개막 식전행사로 서문안내소에서 <지봉 이수광 순천에서 다시 만나다!> 단막극이 공연되었다. 이때 이방 역으로 공연을 하던 배우가 시민들과 관람하던 허석 순천시장을 즉석 캐스팅하여, 시장이 부랴부랴 양복 위에 관복을 걸쳐 입고 무대에 올랐다.

순천에 갓 부임한 이수광 부사가 된 돌발상황에 '순천야행' 엽전만큼 눈이 커진, 허 시장은 이내 타임슬립으로 온 이수광이 되어 "경치도 좋고, 사람 인심도 좋고, 음식도 정말 좋아서 (순천에) 눌러 살 생각"이라며 능청스럽게 화답했다. 앞서 허 시장은 노동문제연구소와 한국설화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한 터라 이수광과 닮은 점이 있다.
 
'2019 순천 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위촉된, B1A4 멤버로 순천 출신인 공찬이 4월 26일에 개막한 순천문화재야행 개막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 깃발을 흔드는 공찬 "2019 순천 방문의 해" 홍보대사로 위촉된, B1A4 멤버로 순천 출신인 공찬이 4월 26일에 개막한 순천문화재야행 개막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개막식 퍼포먼스는 읍면동 화합을 위해 작년에는 각 지역에서 취수한 물로 합수식을 했는데, 올해는 '순천향교' 향동, '순천만' 도사동 등 각 마을의 자랑거리를 그린 깃발 행진으로 진행되었다.

깃발은 24개 읍면동에 추가로 '화합', '순천 방문의 해'라는 시 깃발 2개가 추가된 총 26개였다. 여기에 홍보대사로 위촉된 특별 게스트인, 순천 출신의 B1A4 멤버인 공찬이 '순천 방문의 해' 깃발을 들고 등장했다. 앞의 읍면동 대표들처럼 무대 중앙에서 힘차게 좌우로 깃발을 펄럭인 후, 서문안내소 옥상으로 올라가 깃발을 꽂았다.
 
순천문화재야행에서 시민들이 매곡동에 있는 조지와츠기념관 앞에서 열린 음악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 야외 음악공연 순천문화재야행에서 시민들이 매곡동에 있는 조지와츠기념관 앞에서 열린 음악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이에 순식간에 카메라를 든 팬들이 나타나 사진을 찍더니, 공찬이 밴을 타고 떠날 때 "공찬"을 외치며 우르르 달려가 미소 인사를 받은 후 어느새 사라졌다. 공찬은 "며칠 전에 SNS로 순천 방문의 해임을 서울에서 보고 너무 좋았다. 순천을 위해서 아름다운 순천의 멋을 알릴 수 있도록 홍보를 열심히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작년은 청수골에서 박난봉묘 등 구간을 대폭 확대했는데, 이동거리가 멀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올해는 옥천서원을 시작으로 순천향교, 서문안내소, 한옥글방, 팔마비를 거쳐 매산등 근대 기독교 역사가 담긴 기독교역사박물관 구간만으로 축소했다. 대신에 체험 프로그램을 보강하고, 깜짝 이벤트로 사전에 신청한 효천고 20명을 허석 시장이 인솔하여 문화재 해설 가이드를 실시했다.
 
27일에 20명의 고등학생을 인솔하고 문화재 해설 가이드를 한, 허석 시장이 주전부리 체험장에서 쓸 수 있는 '순천야행' 엽전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 엽전을 나눠주는 허석 시장 27일에 20명의 고등학생을 인솔하고 문화재 해설 가이드를 한, 허석 시장이 주전부리 체험장에서 쓸 수 있는 "순천야행" 엽전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27일 낮에 기차로 도착한 1600명 재순향우회 방문객을 맞이하며 바빴다는, 시장은 저녁에는 해설사로 변신했다. 팔마비에서 시작하여 향교, 승평관 등을 거쳐 온 마지막 코스인 주전부리 체험장에서 학생들에게 엽전을 나눠주는 것으로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친 후, 시장은 직접 숯불에 가래떡을 구워 먹으며 잠시 여유를 가졌다.
  
"문화재 해설을 1시간 째 하고 있다"는 시장은 올해에 지난 10년 동안 전남 22개 시·군에 발품을 팔며 채집한 설화를 모아, 507 페이지 분량인 <전남의 설화와 인물>이라는 책을 출간했을 정도로 역사에 매우 관심이 많다. 시장은 "문화에 대한 관심, 인문학적 소양을 나(저자)한테 듣는 영광을 가졌다"며, "애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재밌어 할 내용들을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이 특별한 해설에 대해 학생들은 "학생들 교육에 힘써주는 것 같아 좋았다"며, "향교가 가장 인상 깊었다. 향교에서 누굴 모시고 그런 것들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라고 환영했다. 한편, 일반 방문객들은 서문안내소에서 접수하면 문화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문화재 탐방을 할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10곳의 문화재 등 시설을 둘러보고, 체험을 한 후에 배지를 만드는 미션을 모두 수행하면 카드지갑 등 선물을 받았다. 각 장소마다 꽃손거울 만들기, 나만의 호패 만들기, 최석 부사 캐릭터 주머니 만들기, 명륜당 탁본체험, 프레스턴가옥 컵받침 만들기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또한 손억 부사와 호호 여인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인형극이나 야외 음악공연 및 향교의 전통혼례 재연 그리고 포목전, 어물전, 물장수 등 과거 장터 풍경을 재연한 볼거리 등도 구비되었다.
 
시민들이 순천문화재야행의 주전부리 체험 중 하나인 가래떡 구이를 체험하고 있다.
▲ 가래떡을 굽는 시민들 시민들이 순천문화재야행의 주전부리 체험 중 하나인 가래떡 구이를 체험하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한편, 작년 겨울에 군밤과 군고구마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주전부리 체험은 올해는 주변 상인들을 배려하여 유료로 전환했다. 방문객은 "순천야행"이라 적힌 엽전을 개당 천 원에 구매하여 가래떡 구이, 한과, 인절미, 주먹밥, 다식, 부침개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직접 농사를 지은 쌀로 만든 가래떡 등 좋은 재료에 양도 푸짐하고 맛있어서, 준비한 물량이 마감시간 전에 소진되는 등 인기가 높았다.

시 관계자는 "수익금이 생기면 시 수입으로 받아들인다. 예산이 국가에서 50%, 도비 15%, 시비 35%이다. 판매 수익금도 그 비율로 국가에 반납을 한다. 정부 지침이다"라고 밝혔다.

올해로 4년째인 문화재야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화하고 있다. 다음 야행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에서 노인, 학생 등 남녀노소 누구나, 혼자든 여럿이든 무관하게 밤나들이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문화재야행. 한 번 가면 또 가게 만드는 착한 중독성을 지녔다.

태그:#순천문화재야행, #이색 밤나들이, #순천문화재 , #순천 방문의 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