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 갈대습지가 있다. 수면 위 설치물과 주변 아파트의 물그림자가 어울린 풍경이 이채롭다. 봄을 맞은 습지에는 한 쪽에 수생갈대가 무성함을 이루고, 또 다른 한 쪽에 연이 잎과 꽃을 물 위에 내보이고 있다. 어디에선가 날아와 습지의 봄 풍경을 바라보는 비둘기의 모습이 한가롭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의 연꽃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의 연꽃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이곳 습지의 물은 자연의 것이 아니다. 한강물을 펌프로 퍼올렸다. 주변에 여러 개울이 설치돼 있고, 이 개울에 한강물을 공급해 습지로 흘러들게 한 것이다. 실은 습지뿐만 아니라 샛강 전체가 한강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습지 주변 개울의 물 공급은 늘 하는 것이 하니라 일정한 시간이 있다. 이때는 개울의 물이 세게 흐르고, 나머지 시간에는 유속이 약해진다. 개울에 따라서는 물이 곳곳에 고여 있는 정도만 남기도 한다.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주변 개울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주변 개울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이제 잉어 이야기를 해보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에 잉어들이 산다. 환경이 괜찮은지 잉어들 대부분은 어른 팔뚝 만하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보기에도 좋다. 이곳에 사는 잉어들은 그 수가 상당한데, 너댓 마리씩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습지의 잉어들은 때로 그곳을 벗어나 개울로 나들이 가기도 한다. 이들의 나들이는 한강물이 공급돼 개울에 물이 많을 때 하게 된다. 잉어도 일상을 벗어나보려는 여행 본능이 있는 것일까? 그러나 잉어들의 나들이 즐기기는 개울물이 줄기 전에 마쳐야 한다. 때를 놓치면 습지로 돌아오지 못하고, 주변 웅덩이에 몸을 의지한 채 물이 많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얼마 전 샛강의 갈대습지 산책길에 한 개울을 지날 때였다. 어디서 갑자기 푸더덕하는 소리가 들려 눈을 돌렸다. 개울에 몸을 드러낸 채 놓여 있는 잉어 두 마리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들은 연거푸 몸을 솟구치며 물이 많은 쪽으로 이동하고자 했다.

잠시 바라보는 사이, 한 마리는 거듭된 시도 끝에 물이 많은 쪽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다른 한 마리는 힘이 들었는지 배를 보이며 누워버렸다. 하는 수없이 도움을 주려고 손을 댔더니 몸을 뒤틀며 빠져나갔다. 이렇게 두어 번 하고 나서 물속으로 밀어 넣으니, 힘차게 헤엄치며 웅덩이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잉어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잉어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잉어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잉어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지친 잉어
 여의도샛강 생태공원 갈대습지 개울과 지친 잉어
ⓒ 강등학

관련사진보기

  
그 개울의 물웅덩이에 다른 잉어 너댓 마리가 보였다. 함께 나들이 나왔다 갇힌 모양이다. 즐거움이 컸던 것일까? 돌아갈 때를 놓친 것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런가보다. 욕망은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며, 매사 때를 놓치지 않아야 되나보다. 필자의 도움으로 고생을 면한 그 잉어는 이번 일로 뭔가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었을까?

태그:#여의도샛강생태공원, #잉어, #갈대습지, #연꽃, #산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노래와 문화에 관심을 두면서 짬짬이 세상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