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식 끝에 찾아온 볼빨간 사춘기 EP <사춘기집 I 꽃기운>의 음반 커버. 3개의 타이틀 중 2곡이 여전히 차트 10위 권 안에 머물며 흥행 중이다.

긴 휴식 끝에 찾아온 볼빨간 사춘기 EP <사춘기집 I 꽃기운>의 음반 커버. 3개의 타이틀 중 2곡이 여전히 차트 10위 권 안에 머물며 흥행 중이다. ⓒ 쇼파르뮤직

 
볼빨간 사춘기의 행보는 지금의 승승장구를 풀이하는 방식에 따라 호기 혹은 우기로 해석된다. 안지영의 독특하고 귀여운 음색과 캔디 팝처럼 달달한 멜로디. 한 장의 정규 음반과 4개의 짧은 EP 앨범을 연속으로 흥행시키며 가꾼 그들 특유의 음악적 분위기와 '우주를 줄게', '썸 탈거야', '좋다고 말해', '남이 될 수 있을까' 풍의 너무 진지하지 않은 사랑 가사. 이 모든 요소를 끌어안은 채 생산되는 새로운 노래들을 동어의 반복으로 보느냐 잘 만든 팀의 색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번 음반의 위치가 결정된다.
 
지향과 잔향을 놓고 보면 특이점은 없다. 2016년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이후, 거센 성공의 첫 바람을 일으켜 준 '우주를 줄게'에서 비유만 좀 더 담백하게 가져와 '나들이를 가자' 조르고 '별 보러 가자' 노래한다. 사운드 색감도 그대로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말랑하고 사랑스럽다. 변화의 새로움보다는 익숙한 그 원류를 간직한 채 잘 들리고 쉽게 체화되는 멜로디로 계속해서 더 많은 플레이 횟수와 반응을, 차트 성적을 일궈내고 있다.
 
이러한 성공 가도 속에서 'Seattle alone', 'Mermaid'는 나름의 음악적 시도들을 보여준다. 이전 풋풋한 감성을 노래하던 창법에서 벗어나 'Seattle alone'은 발음을 흘려보내며 시크하고 외로운 곡의 분위기를 살렸고 'Mermaid' 역시 기존 그들의 서사에서 그리 익숙한 트랙은 아니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서서히 고조되는 구성 등 흔한 발라드 작법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만을 고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발랄하고 밝은 볼이 빨간 사춘기의 울타리에서 한 발 짝 벗어나 적당히 음반의 무게감을 꾸려냈다.
 
결론적으로 5개의 수록곡 중 3개를 타이틀로 내세우고 그 중 어쿠스틱 팝인 '나만, 봄'을 화려하고 강렬한 아이돌 음원 강자들 사이에서 장기간 살려낸 점은 이들이 포착한 대중성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준다.

비슷한 소재지만 매번 듣기 좋은 선율을 직접 뽑아낸다는 점에서 한 번, 조금씩 음악적 다양함을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서 두 번, 상업성 너머의 성장을 본다. 이번 EP 앨범의 흥행은 이 여성 듀오의 자가 복제가 아닌 이번에도 성공한 캐릭터 굳히기로 풀어낼 수 있다. 이들은 데뷔 이후 가장 긴 휴지기를 안정적으로 끝마쳤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볼빨간 사춘기 음반리뷰 인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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