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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평화통일공감 리더십 아카데미' 개강식의 모습.
 지난 3월 21일 "평화통일공감 리더십 아카데미" 개강식의 모습.
ⓒ 민주평통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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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8기 민주평화통일(민주평통) 자문위원이다. 2019년 3월 13일부터 5월 8일까지 이어지는 서울지역 자문위원 연수 '평화공감 리더십 아카데미' 교육을 받고 있다. 내용은 전환기 민주평통의 역할부터 한반도 평화체제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국의 한반도 정책 살피기, 북한의 변화와 경제 발전 동향을 살피고 남북 관계를 전망하기, 정책포럼, 통일 디자인 방향 등이다.

자문위원으로 강연이나 정책 포럼을 참석하면서 느낀 점을 밝힌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보다 평화통일에 더 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한반도의 변화에 누구보다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책포럼나 연수에서 자문위원들에게 가장 바라는 사항은 자문위원들 먼저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되기 위한 지식을 갖춰 사회곳곳에서 그 역할을 감당하라는 것일 게다. 다양하게 펼쳐지는 강연이나 연수는 그런 요구를 위한 바탕일 것이다.

분단·한국전쟁이 만든 '벽'을 허무는 데 초점 맞춰야

강좌를 들으며 아쉬운 점이 많다. 아카데미를 기획하거나 통일의 밑그림을 그려내기 위한 사전 의견 수렴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통일을 위한 활동은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정부의 역할, 민·관이 합력해 이뤄야 할 역할, 민간인과 시민사회의 역할까지. 분명한 사실은 주체가 어디든 반드시 통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분석하고 진단하고 서로 대화하고 조율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체계를 둘러싼 정세의 변화는 언론에서 진단하는 정세 분석과 전망으로도 정보가 넘쳐난다. 자문위원이나 시민들에게는 그 넘쳐나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올바로 분석하고 진단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강연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 전반에 팽배한 반통일 지향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어울려 대화하고 함께하며 통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스스로 깨트려갈 수 있게 만드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정세 분석보다 정세 분석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평화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단과 한국전쟁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벽을 허무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나 이해가 개개인의 생활에서부터 시작되려면 강연이나 프로젝트나 행사가 사회안의 편가르기와 벽을 허물 수 있도록 기획되고 실행돼야 한다. 징검다리가 될 민주평통이 자문위원들끼리 모여 일방적인 강연을 듣는 것이나 '탈북민 돕기' 북한 이탈주민과 함께 하는 행사를 넘어서야 하는 이유다.

자문위원들에게는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더불어 실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더불어 자문위원들이 속한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실행을 도울 체계적인 뒷밭침이 필요하다. 아래로부터 자연스러운 평화통일을 위한 사회적인 합의나 동의가 이뤄지려면 우리 안에서 먼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다양한 만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일 디자인 프로젝트'의 한계

2018년 '통일 디자인 프로젝트'는 DMZ 유일의 주민거주 마을에서 통일체험을 하고 생태 관광을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굳이 그곳을 생태 통일 관광이라는 이름의 체험공간으로 디자인 해야 했을까?

생태에 관광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람들이 드나드는 순간 더 이상 생태적이지 않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생태적이 되려면 관광이 아니라 씨앗이나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어야 한다. 통일 디자인 프로젝트가 단순히 남의 연구자들을 위한 연구 용역이 아닌 남북의 민간인 소통을 바탕에 깔고 남북이 함께 기확하는 것이 됐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역간 씨앗 프로젝트로 남의 어느 지역이 북의 어느 지역에 나무심기 묘목을 보내거나 북에서도 경작이 가능한 씨앗을 보내고, 북은 또 남에서 경작이 가능한 씨앗이나 나무를 보내 서로가 키우는 기쁨을 맛보는 통일 프로젝트가 기획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2019년 통일프로젝트는 적정기술 분야라고 한다. 북의 실정에 맞는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하는 연구프로젝트라고 한다. 그 또한 먼저 상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남북 양쪽이 참여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 통일 디자인이라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역 평통의 행사도 행사를 위한 행사이거나 우리들끼리만의 행사여선 안된다. '탈북민 돕기 바자회' '탈북민과 떡나눔' '탈북민 위로잔치' 'DMZ탐방'을 넘어서야 한다. 어떻게 3.1운동 100주년에 태극기가 아닌 미국국기(성조기)를 들고 대한문 앞에 모여 트럼프 만세를 외치고 남북의 지도자에 모욕을 주는 이들과 일상에서 소통하고,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 좋겠다. 우리 안의 분단과 마음의 벽에 자연스러운 균열이 일어나야만 한다.

통일의 밑그림

자문위원들은 사회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자문위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책상물림의 정책 방향을 진단과 주변 정세를 살피는 아카데미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실천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정보와 지식, 실천 방안 등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

일례로 대북 제제에 상관없이 교류하고 함께할 수 있는 분야가 28개 항목이나 된다고 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자문위원들의 민간인 차원 경제·문화·학술 교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통일의 밑그림은 사회통합의 밑그림과 양축으로 그려져야 한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한 사회통합이 밑그림과 병행된다면 평화통일을 위한 실천이나 통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민주평통 자문위원의 교육이나 실천은 평화통일과 사회통합이라는 두 개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이미 통일의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을 넘어 불신하고 반목하는 이들과의 소통과 이해를 넓히는 것이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태그:#민주평통, #평화통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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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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